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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처방약제비 환수 법적 근거 생길 수도"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법적 근거 생길 수도"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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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건보법상 환수 어려워 궁여지책 '민법' 적용
현두륜 변호사 "의료기관 책임 25% 이상은 부당"

요양급여기준을 넘어선 원외처방 약제비를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건보공단 주도로 입법 시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약분업 실시 이후부터 의료기관의 과잉처방 등에 따른 약제비를 해당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돌려 환수해 왔다. 그러나 2004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서 건보공단이 환자 본인부담금까지 포함된 약제비 전액을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 조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지난 3월 내려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건보공단은 속임수나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으로부터 급여비용을 징수토록 명시하고 있어, 원외처방으로 인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않은 병의원에 대해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게 대법의 판단이다.

▲현두륜 변호사

이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의약분업 이후 관행처럼 환수해 온 막대한 원외처방 약제비를 모두 물어줘야 하는 상황(※약제비 반환청구의 소멸시효는 10년이므로 개별 병원이 과거 10년간 공단이 환수해간 약제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음)에 몰린 공단은 궁여지책으로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을 억지로 동원해 환수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포괄적·추상적인 해당 민법 조항을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사안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법적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어 공단으로선 개운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40여개 병원이 참여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사건의 의료기관측 소송 대리를 맡아 온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27일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사건의 발단이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의 대상에 의료기관이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므로, 공단은 이를 개정하는 작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행 건보법 제 57조 '요양기관이 가입자나 피부양자로부터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 공단은 해당 요양기관으로부터 이를 징수하여 가입자나 피부양자에게 지체 없이 지급하여야 한다'를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다른 요양기관(즉 약국)으로 하여금 받게 한 경우...'로 바꾸면 병의원으로부터 원외처방 약제비를 환수하는 법적 타당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 변호사는 또 "건보공단은 만약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에서 자신들이 일부 또는 전부 패소하게 되면 의약분업을 재검토하거나 성분명처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면서 "병원이 원외처방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성분명처방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라고 말했다. 최근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도 바로 이 사건의 쟁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원외처방 약제비를 병의원으로부터 환수하는 것이 완전히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의 책임과 건보공단의 책임을 일정 부분 나누어 판단했다. 최근 고등법원은 이 비율을 의료기관 80%, 건보공단 20%로 인정했다. 현 변호사는 "이것이 고착화 돼버리면 건보법 개정 과정에서 의료계가 불리해진다"며 "국회 입장에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병원 측이 부담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원외처방 약제비 사안의 성격상 관여된 모든 주체가 동등한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과 건보공단, 약국과 환자가 똑같이 25%씩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현 변호사는 "현행 약사법상 약국은 원외처방에 대한 요양급여기준 위반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약국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관의 요양급여기준 초과 처방으로 인해 환자 측이 손해 보다는 이득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환자 역시 책임의 주체로 보는 것이 올바르며, 건보공단 역시 환자의 치료효과가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건보재정상 이득으로 돌아오므로 마땅히 책임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개인적으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액의 25%를 넘어선 금액을 요양기관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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