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21:27 (목)
의협은 이익단체인가 공익단체인가?

의협은 이익단체인가 공익단체인가?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26 18:4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개원의 단체' 수준으론 권위 못 세워
노 회장, 의협 기능·구조적 문제 화두 던져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최근 의협 조직의 기능과 구조개편에 대한 소신을 잇따라 밝히면서 의협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가 의료계 내부에서 일고 있다.

노 회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사들이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의협은 권위에 기반을 두는 공익적인 목소리를 내고 △병원 대표단체(병원협회) △개원의 대표단체 △병원의사회 △전공의협의회 등의 단체들은 이익단체로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이원화된 목소리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과 국민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적인 목소리와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각각 역할이 구분돼 전달돼야 한다는 의미다.

노 회장은 "그러나 현재 의협은 10만 의사의 대표단체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표단체, 즉 개원의를 위한 이익단체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의협의 '반쪽짜리' 역할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국민은 대한의사협회가 권위를 가진 의사들의 대표단체로 인식하지 않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이익단체'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협이 선택분업을 요구하고 약국 조제내역서 발행 의무화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편의와 보건안전을 위한 것임에도, 외부에선 집단이기주의나 약사회와의 갈등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였다.

노 회장은 또 의협이 개원의 이익단체 역할을 함에 따라 병원협회를 산하단체로 아우르지 못하고 병원협회가 의협과 동등한 지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협은 병원 의사들의 단체가 아닌 경영자 단체이다 보니 순수한 의사들의 집합체인 의협과는 추구하는 지향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해 의협이 건정심 구조의 모순점을 수면위로 끌어내 개편 논의를 주도할 때 병협은 병원급 수가 인상에만 급급했으며, 포괄수가제 강제 도입에 반발해 의협이 건정심을 박차고 나올 때도 병협은 침묵으로 일관했던 사실은 의협-병협의 왜곡된 관계가 의료계의 단결력을 얼마나 저하시키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노 회장은 또 의협이 개원의 이익단체 역할을 함에 따라 의대 교수들로 구성된 의학회도 의협의 산하단체로 남아있기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어, 의협은 의료계뿐 아니라 의사들의 중심단체로서의 역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토로했다.

개원의 단체로 전락한 의협은 의료계 종주단체로서의 권위를 잃게 되고, 영향력이 약화된 의협은 정부기관과 약사회·한의협 등 다른 보건의료단체가 다루기 쉬운 상대가 되어버렸다고 노 회장은 지적했다.

의협의 불완전한 정체성은 내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착한손 캠페인, 리베이트 단절 선언,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입장 표명 등 최근 의협이 보여준 '공익적' 행보가 일부 회원들의 시각에선 의협이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방기하는 행태로 비쳐지는 것이다. 노 회장의 페이스북 글이 알려지면서 일부 회원들이 '의협이 왜 공익단체인가'라며 반발하는 것도 의협의 기형적 기능과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노 회장은 문제의 해법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단체를 만들어 순수한 이익단체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각각 별도의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개원의협의회와 각과개원의협의회, 임의단체인 의원협회가 하나로 뭉쳐진 가칭 '대한의원협회'가 만들어져 의협으로부터 분리(spin-off)되어야 한다는 것이 노 회장의 구상이다.

노 회장은 "대한의원협회는 대한의사협회로부터 일부 조직과 예산을 받아 역량 있는 조직으로 탄생할 것이고 개원의를 위한 이익단체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의협 산하에 대한의원협회와 대한병원협회, 의학회를 두게 됨으로써 협회의 권한이 커지고 지위가 상승될 것"이라며 특히 "의협은 10만명 의사를 대표하는 본연의 업무에 주력하고 권위에 기반을 두는 공익적인 목소리를 통해 올바른 의료제도의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25일 경기도의사회 학술대회에서도 이 같은 소신을 재차 밝혔다. 노 회장은 "의사를 위한 제도를 만드는 길에는 이익단체의 목소리, 공익의 목소리 둘을 함께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이익단체의 목소리와 권위에 기반을 둔 공익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노 회장은 "두 가지가 조화롭게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국민에게 전달돼 올바른 의료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