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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춤추면서 가슴만진 의사...면허정지 10년

술집에서 춤추면서 가슴만진 의사...면허정지 10년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2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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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 시행...가벼운(?) 성범죄라 얕보면 평생 후회
'러브샷' 강권, 블루스 춤도 위험...죄질 비해 '가혹'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2012년 8월 2일자로 아동·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확정판결을 받은 의료인의 취업과 의료기관 개설이 10년간 제한됐다.

하지만 정작 제한 대상자인 의사들은 성범죄하면 흉폭한 강간범이나 강간폭행 등을 떠올리며 나의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당사자는 별일 아니라고 여겼던 행위가 사실상 의사로서의 생명을 끝낼 수 있는 취업·개설 제한을 받는 성범죄로 판결받은 사례를 살펴봤다.

술집 종업원이라서 만졌다...?

술집 종업원 혹은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 대해서는 허락없이 몸을 만져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 A씨의 경우가 그랬다. A씨는 2001년 지인이 경영하는 모식당에서 여자 종업원인 B·C를 불러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A씨는 노래를 부러던 중 B씨를 뒤에서 껴안고 블루스를 추면서 C씨의 가슴을 만졌다. 이에 격분한 C씨는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A씨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만일 A씨가 의사였고 2012년 8월 2일 이후 A씨의 형이 확정됐다면 A씨는 형 확정일로부터 10년간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도 없고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게 된다.

의사 회원인 D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가끔 노래방에서 종업원을 불러 블루스를 추기도 하는데 자칫 강제추행으로 판결받을 경우 의사생활을 접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노래방에 가지 않는다"면서 "아청법 시행 이후 술만(?) 마신다"고 말했다.

'러브샷' 강권했다가 낭패

ㄱ씨는 친분이 있는 지인 ㄴ씨가 운영하는 골프장에 갔다가 라운딩이 끝난 후 여 종업원들과 술을 마시러 갔다. 술집에서 이른다 '러브샷'을 제안했고 여 종업원들이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러브샷을 강권했다.

성적 수취심을 느낀 여종업원은 ㄱ씨를 고소했고 ㄱ씨는 강제추행이 인정돼 2007년 유죄판결을 받았다. 만일 ㄱ씨가 의사였고 2012년 8월 2일 이후 형을 확정받았다면 여종업원 강제추행으로 의료기관 취업과 개설이 10년간 금지된다. ㄱ씨는 술김에 즐겁자고 러브샷을 강권했을 뿐이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의사 회원인 ㄷ씨는 "가끔 골프를 치러가서 여자 캐디들에게 농담삼아 노래방을 가지고 제안하기도 했던 일을 생각하니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골프장에 가서 다시는 캐디들에게 농담을 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난 데이트였는데 당신은 아니라네...

40대 의사 A씨는 평소 호감이 있던 B씨와 단둘이 자신의 집에 있게 됐다. A씨는 B씨도 자신과 같이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뒤에서 껴안고 키스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했다. A씨는 B씨의 의사를 존중해 곧바로 그만뒀지만 B씨는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고 A씨는 2012년 11월 유죄를 받았다. 40대 의사인 A씨는 이후 취업과 개설 모두 막히면서 막막한 상황에 빠졌다.

서로 합의아래 성매매했을 뿐인데

ㄱ씨는 아청법 시행이후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경우도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되는지가 궁금해졌다. 일단 성범죄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에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를 한 사람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제21조)'고 규정하고 있다.

성매매를 성범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 부처 합동으로 전국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27만곳 종사자 139만명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면서 성매매를 성범죄의 유형으로 꼽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매매를 성범죄로 볼 것인지가 애매한 이유는 아청법에서 취업·개설 제한 대상인 성인대상 성범죄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정의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성범죄 관련 법률이라 할 수 있는 성폭력방지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형법 관련 조항 등을 통해 성범죄의 개념을 유추해볼 따름이다.

다만 성폭력 방지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형법 관련 조항 등이 상대방의 동의없이 위력·위계를 사용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성매매가 아청법에 따른 성범죄로 간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측도 "성인대상 성범죄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위력·위계를 사용해 상대방에게 가하는 성폭행 등의 행위를 의미한다"며 "상대방의 승낙 및 동의에 의한 성매수·윤락·간통·공공장소에서의 스킨십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아청법에 따른 10년 제한 규정 문제는 없나?

아청법에 따른 의료인 등의 취업·개설 제한 규정 등은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성범죄 등의 정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과 의료인 등에 대한 10년 취업·개설 규정이 이중처벌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등이 제기됐다.

성범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무조건 취업·개설 10년 금지를 내리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2012년 8월 2일부터 좋건 싫건 의료인 등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법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시행된 법에 따라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아청법에 따른 취업·개설 제한 규정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의사회원은 "자칫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행위들이 10년간 의사활동을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나를 포함해 동료 회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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