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차병원 원외처방 소송에 8:2 비율 책임 인정
"공단이 입은 손해 모두 의료기관에 부담토록 하는 것은 부적절"
주요 대학병원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원외처방 약제비 반환소송에서 병원과 공단의 책임비율을 8:2로 인정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 전액을 의료기관에 부담토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사실상 공단의 20% 환수금 반환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서울고등법원은 성광의료재단 차병원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진료비 청구 소송에서 공단이 환수한 1억1000여만원 가운데 20%를 병원에 반환하라고 19일 판시했다.
재판부는 "병원의 원외처방이 비록 약제에 관한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그 가운데에는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해 당시 임상의학적 근거에 따라 진료한 것으로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갖춘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준을 위반해 과다한 약품을 처방한 경우 과다처방된 약제비 범위에서는 환자 치료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어려워, 병원 책임을 제한하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심사평가원은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이미 수차례 공문을 통해 부적정한 약제비 및 처방료, 조제료를 조정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각 의료기관에 고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기준을 위배한 처방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병원이 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으로 직접적으로 취한 경제적 이익은 없어 보인다"면서 "사정을 종합해보면, 공단에 발생한 손해를 모두 병원에 부담토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책임비율을 80%로 제한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지난 3월 "원외처방전으로 공단이 입은 손해를 모두 의료기관에 부담토록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사상 처음으로 공단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경희대병원, 인제대백병원이 제기한 원외처방 약제비 소송에서 병원측 책임을 80%로 제한한 바 있다. 이번 차병원 소송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 선고를 앞둔 다른 대학병원 약제비 소송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