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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건강검진...그냥 포기하련다"
"국가건강검진...그냥 포기하련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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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건강검진기관 반납 운동' 움직임
이달 말까지 자료제출..."사실상 불가능"

의원급 의료기관이 국가건강검진을 실시하려면 무려 400여 쪽에 달하는 서류를 작성·제출해 건보공단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개원가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체로 검진기관 반납운동을 벌이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전국의 의원급 검진기관은 오는 8월 30일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검진기관평가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는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를 거쳐 최고 S등급부터 A∼D등급을 매기고, 결과를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문제는 평가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양이 개원가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의 건강검진기관 평가지침서는 무려 438쪽에 달하며, 일반검진 117개, 암검진 492개 등 수백 가지 평가 문항을 기입하는 것은 물론 제출해야 하는 서류만도 수 백 종에 달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개원가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의사 전용 포털사이트의 A회원은 "8월 둘 째 주부터 준비하다가 오늘 결정했다"면서 "서류를 제출하느냐 마느냐가 검진의 질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할 수 있는 일이면 하겠다고 생각해보겠지만 직원 두 명 데리고 하는 검진의원은 그냥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밝혔다. B개원의는 "제출해봤자 서류 작업 제대로 안했다고 또 정지 먹을 수도 있을 테니 아예 안하려 한다"고 자포자기 심정을 전했다. 

C개원의는 "검진을 하라는 건지 온종일 서류정리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또 D개원의는 "이런 행정 업무가 늘어나면 병원 직원 관리도 힘들고, 모든 진료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개원의들을 말려 죽이려는가 보다" 등 성토가 이어졌다.

검진평가를 중국요리와 비유하는 글도 눈길을 끌었다. E개원의는 "자장면 값 주고 18품 요리를 주문하면서 맛·양·향기와 요리 나오는 속도, 서비스 친절도, 식당 온도, 주방 청결도, 재료 원산지, 재료 구입 영수증, 조리사 경력 자격 등등을 원하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검진기관을 반납하자는 의견도 줄을 이었다. 한 개원의는 "검진의 질 평가 아니라 검진서류평가"라며 "검진기관을 모두 반납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개원도 "검진하는 개원의 모두가 공단검진을 거부한다고 선언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용선 대한의원협회장은 "얼마나 검진을 잘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검진평가 항목을 잘 기재했느냐에 의해 평가가 이루어지는 현실"이라며 "의원급 의료기관은 검진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이는 보편적 선별검사라는 검진의 고유 정책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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