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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禪詩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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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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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신(충남 부여현대내과)

▲ 박철신(충남 부여현대내과)
경허
世與靑山何者是(세여청산하자시) 세속과 청산 중 어떤 것이 옳은 것이냐고 누군가가 묻거든
春城無處不開花(춘성무처불개화) 봄이 되면 성안 어느곳에서든 꽃이 피지 않는 곳이 없다네
傍人若問惺牛事(방인약문성우사) 만일 누군가가 내가 (성우경허) 무슨 일을 했더냐고 묻거든
石女心中劫外歌(석녀심중겁외가) 돌여자의 마음을 가지고, 시간을 초월한 노래를 불렀다고 전하시오

<해설> 세속과 산속 어느 곳에서 도를 닦는 것이 좋은가? 하고 물으니 봄이 오면 세속과 산속 모든 곳에 꽃이 피듯이, 진흙탕 속에서도 맑은 연꽃이 피는 것처럼, 우주만물의 이치는 세상 어느 곳에나 그대로 베어있는 것이니 눈만 뜨면 그대로 보이는 것이므로 굳이 산속으로 들어 갈 것은 없다오

누군가 만일 내가(성우경허)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거든, 돌여자<나라는 고유 자성(自性)이 본래 없음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이것을 모두 걸어 닫아 알음알이가 전혀 없어져, 생명이 없는 것처럼 사는 무아(無我)의 경지를 이룬 무정물(無情)> 같은 삶을 살다가 전생 현생 내생의 시간을 초월하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않는 만고의 진리를 노래 불렀다 전하시오.

경허(鏡虛)(법호: 성우<惺牛>)(1849-1912)-한국 근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선사, 1879년 11월 15일 동학사 밑에 살고 있던 진사인 이처사의 한마디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이 없는 소가 되어야지(牛無鼻孔處, 우무비공처)'라는 이 한마디를 듣고 바로 깨달음을 얻음.

만공
(경허 열반후 제자 만공이 갑산 난덕산에서 스승 경허의 다비를하면서 지었던 시)
舊來不動如如客(구래부동여여객) 예로부터 항상 여여히 우리 곁에 있었던 한 나그네가
難德山止劫外歌(난덕산지겁외가) 난덕산에서 시간을 초월한 노래를 그쳤구나.
驢馬燒盡是暮日(여마소진시모일) 당나귀는 불에 타 없어지고, 날은 저무니
不食杜鵑恨小鼎(불식두견한소정) 먹지 못한 두견새가 솥이 작다고 슬퍼하는구나.

<해설> 옛날 옛적부터 온바도 간바도 없이 우리 곁에 항상 같이 있는 여여한 깨달음을 보여줬던 나그네(성우경허)가

다비식을 치르고 있는 난덕산에서, 생로병사 성주괴공등 시간의 삶을 초월한 세상만물의 이치를 가르친 깨침의 법문을 이제 그쳤구나

이제 깨달은 소(성우)의 육신과 영혼이 분리되어 우리 곁을 떠나고 나니

깨치지 못한 제자와 중생들이 경허의 열반으로 더 이상 가르침을 들을 수 없게 됨에 아쉬워하며 슬퍼하는구나.

만공(滿空)(1871-1946)-경허의 제자. 1946년 어느 날 저녁공양을 들고난 만공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 스스로에게 '만공! 자네와 나는 70여년이나 동고동락 했지만 오늘이 마지막일세 그동안 수고했네'라는 말을 남 기고 열반함.

* 선시의 주석과 해설은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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