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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라하 하늘아래 태극기 휘날리며

[기고] 프라하 하늘아래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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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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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22차 WONCA 유치 성공…아태 회장 당선 겹경사
손경식(대한가정의학회장)

대학병원 교수가 아닌 개원의로서 해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학회에 참여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기에 몇 차례 벼르다가 작년 제주에서 열린 아·태가정의학회 학술대회에 이어서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20차 세계 가정의학 학술대회(WONCA)에 대한가정의학회장으로 참가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경북대학병원 내과에서 수련을 받고 내과전문의가 된 후 약 12년 개원하던 중 가정의학 전문의를 취득하게 됐고, 가정의학회에서 대구 경북 지회장·대한가정의학회 평의원회 의장 등의 보직을 맡아 활동하다가 지난해 대한가정의학회장으로 선출됐다.

▲ 손경식(대한가정의학회장)
올해 임기 중에 새로운 전공의 제도(NR)의 정착과 더불어 6월 프라하 학회에서 2018년도 제22차 대회를 서울에 유치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3개월간의 준비 끝에 참여하여 WONCA council meeting에서 bidding booth를 설치하고 백여명이나 되는 각국 대표들에게 치열한 유치활동을 했다.

원래 공식 학회는 6월 26~29일이지만, 6월 24일 오전에 열리는 결선 투표 이전인 6월 20~24일 각국 대표의 회의 기간에 우리의 경쟁국인 홍콩과 경합을 벌려야 했기에 일찍 출국해 치열한 유치전을 시작했다.

3년전 멕시코 칸쿤에서 WONCA 2010 세계학회가 열렸을 때 전임 조경희 이사장이 한국으로 유치신청을 하였으나 브라질(리오데 자네이로)과 접전 끝에 석패해 WONCA 2016 학회를 유치 못한 경험이 있던 터라 이번에는 꼭 유치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홍콩은 1995년에 14차 세계대회를 유치한 적이 있었고 가정의학이 뿌리가 잘 내려진 국가이며 그 뒤에는 막강한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강한 상대였다. 이번 유치를 위한 많은 준비가 돋보였으며, 차·음료도 열심히 대접하고 어린이 중창단·무예단 등을 등장시켜 각종 공연도 하고 갖가지 선물 공세도 펼쳤다.

우리는 서울이 세계대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곳이라는 점과 한국의 가정의학(1차의료)이 30년 동안 많이 발전했다는 점, 그리고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피력했다. 아름다운 여름 부채와 스마트폰걸이 등 여러가지 홍보물을 통한 알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투표 전날 저녁 각국의 최종 설명회에서 홍콩은 용춤까지 준비해 아시아의 세계적인 도시라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우리는 서울이 오랜 역사속에서 고전적인 미와 현대적인 감각이 어울러진 아름다운 도시라는 점과 함께 한국에 유치하게 될 때 약 5000여명이 참석하는 성공적인 대회를 약속했고, 1차의료의 발전과 함께 경제적인 이익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마침 한국 유치단 단장을 맡은 삼성의료원의 이정권 교수가 아·태지역 회장에 피선되면서,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설명회 이후 한국팀에서 준비 한 맥주파티에는 각국의 많은 대표단이 참여해서 격려의 말씀이 이어졌다. 설명회 분위기가 일단 우리 쪽으로 많이 넘어온 느낌은 들었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만은 없었다.

다음날인 24일 아침 투표가 시작됐고 12시가 넘어 제22차 세계 WONCA대회가 2018년 10월 서울에서 열리게 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투표 결과는 80대 20으로 대한민국의 압승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올림픽, 한·일 월드컵,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됐을 때 그 때의 유치단과 온 국민이 함께 흥분하던 그 시절 그 광경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 흥분과 기쁨이 내 인생에 찾아오다니….

▲ 왼쪽부터 조경희 전 대한가정의학회장·손경식 회장·크리스 V. 휠 전 세계가정의학회장.

이 단 한 번의 기회가 아름답고 원숙한 결실이 맺게 되기를 소망한다. 2018년 제22차 서울 WONCA 세계대회는 노령화가 지속되는 이 시대를 바라보면서 'Challeges and New Vision for the Era of Aging'을 주제로 삼았으니 세계 각국의 많은 의사들과 석학들이 참여해 성대하고 훌륭한 학회로 치러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루의 여유를 가지고 프라하성과 체스키 크룸로프등 여러 유적들을 둘러보며 그들의 아름다운 문화 유산에 감탄했다. 또 연이어 세계 학회에 참여하며 각 나라의 의사들과 교류를 나누고 새롭게 선출된 세계 회장과 담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매우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침 학회가 열린 학회장(PCC-Praha Congress Center)과 내가 묵은 코린티아호텔 주변에 비셰흐라드 성체가 있어 아침에 산책도 하고 참가자 Run through Generation 마라톤이 열려서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몇 차례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이 유적은 우리의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는 뜻 깊은 유적지였다.

비셰흐라드는 '고지대의 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벽돌로 쌓은 성벽으로 둘러 싸인 언덕으로 위치하고 있어서 성벽을 따라 볼타바강과 프라하성과 성벽아래 마을까지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겸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민족문화 공원이었다.

이곳은 1140년까지 왕궁과 요새로 쓰였으나 프라하성이 흐라드차니로 옮겨지면서 명성을 잃게 됐고 그 후 카를 4세 때 다시 왕궁으로 재건했지만 1419년에서 1434년 사이에 일어난 후스 전쟁으로 또다시 폐허가 됐다. 현재로는 주변 주민들의 산책 공원으로 활용되고 성 페트르 성당과 성 파블 성당 그리고 체코를 빛낸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는 공동묘지가 옛날의 화려했던 그 시절을 보여주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 길에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성 마르틴 교회의 로툰다가 남아 있었는데 이 건물은 지어진지 1100년이 넘는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실로 아름다운 고풍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국립묘지에서는 민족운동에 앞장 섰던 체코가 나은 세계적인 음악가인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의 묘지가 있었고 세계적인 화가 알폰스 무하의 묘지도 보였다.

우리의 인생과 역사는 흥망성쇠가 있다. 어느 때는 흥하고 찬란한 꽃을 피우지만 언젠가는 그 찬란한 영광이 사라지고 쇠할 수밖에 없는 것, 그 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화려하고 잘 나갈 때 너무 자만해서는 안되고 언제가 그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세월의 진리를 가슴속에 가지고 산다면 어떠한 순간에도 우리는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흥분과 감회를 가져다 준 프라하 여행은 내 일생에서 다녀온 여러 여행 중 그렇게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의미 있는 여행이며 프라하에서 휘날린 태극기의 잔영과 함께 오래 간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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