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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0:40 (금)
고 신정순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
고 신정순 선생님 영전에 바칩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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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신정순 전 세브란스병원장
선생님, 항상 큰 어르신으로 저희 곁에 영원히 계실 것 같던 선생님께서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습니다. 사모님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기시고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저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셨던 선생님을 하나님 곁으로 보내는 저희들은 이제  미어지는 가슴을 추스르면서 선생님의 영전에 이 글을 올립니다.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몸소 본을 보이시는 삶을 살아 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열정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도전과 개척을 하는데 앞장서시었으며, 장애우를 위한 봉사로 일생을 바치셨습니다.

저희들을 새로운 세계, 더 나은 세계로 이끌어 주시면서 정의가 무엇인지,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보여 주셨습니다. 때로는 엄한 꾸지람으로, 때로는 묵묵히 홀로 몸소 실천함으로 저희를 가르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재활의학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1971년 대한재활의학회를 창립하고, 대한재활의학회지를 창간하는데 온 힘을 쏟으셨습니다. 재활의학 전문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1983년 첫 번째 재활의학 전문의가 배출되었고, 이제는 1500여명의 재활의학 전문의가 장애인과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있습니다. 초창기 대한재활의학회의 열악한 재정을 안타까워하시면서 "재정이 튼튼해야 학회가 발전한다"고  먼저 찬조금을 내어 학회 이사들을 동참하게 하고, 한 푼이라도 아껴 저축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노력으로 대한재활의학회는 이제 세계적인 학회로 성장했습니다.

2007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재활의학 학술대회는 세계 모든 회원들이 전무후무한 역대 최고의 성공적인 학술대회라고 칭송했습니다. 명예대회장인 선생님께서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치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재활의학 분야를 개척하셨습니다. 재활의학 전문의 제도 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언어치료사·의지 보조기 기사·재활심리사·재활 사회사업사 등 모든 재활분야에 선생님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한국장애인재활협회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데도 큰 공헌을 하시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선생님을 재활분야의 대부로 칭송하는 이유입니다.

1983년부터 선생님을 모시고 일할 때 선생님께서는 연세재활병원을 짓기 위한 차관을 얻으려고 서류가 가득한 좁은 방에서 매일 밤 늦게까지 영문 편지 수백 통을 써서 선진 각국에 보내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선생님의 노력 덕분에 독일 KFW 차관을 얻어 1987년 5월 국내 대학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연세재활병원을 세울 수 있었고, 한국의 재활의학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83년 연세의대 재활의학교실을 창설해 많은 인재들을 배출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전국 곳곳에서 성실하고 모범적인 재활의학 전문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호된 꾸지람을 들으면서 올바르게 배운 제자들은 세계 어디에 가더라도 최고의 전문의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엄하지만 마음은 따듯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찍이 중학생 시절에 전국 미술전에 최연소자로 입상할 정도의 타고난 예술가이자 서예와 문장력도 빼어나 주위에 화가와 서예가들과 많은 교류를 한 것은 모두가 아는 일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뇌성마비복지회 발전을 위해 평생 몸을 바치셨습니다. 수많은 장애우들이 선생님 영전에 헌화하고 애통해하는 것을 보셨지요?

선생님께서 하늘나라에서 빙긋이 미소 지으며 "그래 열심히들 살아요" 하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장애아동을 위한 자선 단체인 키비탄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셨죠. 이러한 평생의 봉사로 지난 4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으셨을 때 모든 장애우들과 재활의학회 회원들이 얼마나 기뻐하였습니까?

선생님은 이 시대의 진정한 봉사자요, 우리 모두의 큰 바위 얼굴입니다. 선생님을 떠나보낸 저희들은 가슴이 미어지고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설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슬퍼하지 말고, 늘 봉사하고 열심히 일 하라고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선생님,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길을 가겠습니다.

이제 이곳의 일은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하늘나라에서 평안 하십시오. 

2013년 8월 12일
제자대표 박창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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