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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의료기술평가는 국민건강 수호의 파수꾼

시론 신의료기술평가는 국민건강 수호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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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0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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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술평가제도가 나아갈 길
임태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위원)

임태환(서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

국내 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던 10여년전 학회 의견이나 관련 업계에서 제출한 임상데이터만을 근거로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술의 건강보험 급여여부를 결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체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의료기술이 도입돼 의료비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국가적 검증 시스템의 필요성이 주장됐고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됐다.

그 이후 6년여의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의 의료기술평가제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이다. 필자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현재까지 신의료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의학적 근거가 빈약하거나 아예 정의상 신의료기술로 인정될 수도 없는 많은 검사법, 진단기술, 치료기술들의 의료현장 진입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인하면서 신의료기술평가제도야말로 국민건강 수호의 진정한 파수꾼으로 의료현장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적 안전장치라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산업발전과 국제무대 진출의 디딤돌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견고한 평가체계를 가동하여 해당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하게 됨으로써, 실제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수준은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 2∼3년 사이 국제 의료시장에서 견고한 의료기술평가제도를 통해 검증된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의료기술 평가방법론은 세계 공통 방법론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의 평가 결과를 항시 주목하며 보험 급여여부를 결정하는 등 자국의 정책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 6월 우리나라에서 국제의료기술평가학술대회(HTAi)가 개최됐고 필자는 공동국제학술위원장으로서 의료기술평가 분야에서의 경험과 견문을 넓히고 관련 국제 인사들을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의 의료기술평가사업은 비록 6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가 말해주듯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많은 해외 전문가들이 우리 신의료기술평가시스템의 정확성과 신속성에 감탄하고 있었다.

해외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이 의료기술평가제도를 통해 안전성·유효성 등 의료기술로서의 필수요건을 충족하고 조기 상용화를 통해 의료산업 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고 극찬하는 것이었다. 실제 최근 유럽에서는 그동안 CE라는 문턱이 낮은 인허가 제도를 통해 많은 의료제품들이 의료시장에 방출됐으나, 그 이득보다는 부작용으로 많은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를 사후에라도 검증하기 위해 의료기술평가 시스템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어느 때보다 철저한 의료기술평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제 막 의료기술 평가제도의 도입을 준비하는 일본과 중국에서는 아시아에서 선두권인 우리의 의료기술 평가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고 매년 수십명의 정부관계자 등이 방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의료기술평가는 건전하고 지속적인 의료기술 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장치이자 우리의 의료기술을 국제무대에 진출하게 하는 튼튼한 디딤돌로서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국제적 위상을 드러내주는 척도가 돼주고 있다.

                                                       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신의료기술평가, 인허가와 무엇이 다른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술이 임상현장에 도입되기 까지 단계적으로 식약처의 인허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행위 결정과정을 거친다. 우선 신의료기술평가의 목적은 '해당 의료기술을 불특정한 모든 대상 환자에게 안심하고 적용하여 건강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방법론은 systematic review (SR)나 meta-analysis (MA) 등으로 의학적 근거 수준을 평가하고 권고 등급을 결정하게 된다. 반면에 의료기기 제조(수입) 품목허가 심의는 대부분 특정 환자군 연구나 동물실험 등을 통하여 제품 자체의 안전성과 성능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즉, 하나의 의료기술이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려면 우선 의료기기 자체의 안전성과 성능 등을 인허가를 통해 입증받은 후, 해당 의료기술의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에 관한 근거를 토대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는 것이 선진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안정된 단계적 평가제도이다.

하지만 현 제도하에서는 의료기기의 상용화까지 품목제조(수입) 허가 6개월~2년, 신의료기술평가 1년, 급여결정 5개월 등 단계적으로 거치는 각각의 절차들로 인해 최장 4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영세한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기술개발과 상용화까지 제도권 진입을 위해 너무나 긴 시간이 걸리고, 인허가 심의와 신의료기술평가가 중복된다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기도 한다.

국민 건강과 국가의료비용의 적절한 사용 측면에서 바라볼 때 과연 이런 기간이 불필요하게 긴 시간일까?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편의주의가 자칫 엄정하지 않은 인허가 심의나 의료기술평가로 인해 국민건강을 사각지대로 몰고 갈 수 있음을 경계한다. 또한 국내업체 보호 미명하에 엉성한 의료기술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치부되는 우리의 제품들이 외국의 유수한 의료기기 및 제약회사들과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때, 치열한 국제 의료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음은 자명하지 않은가? 물론 정부 유관기관들이 협력함으로써 인허가 및 평가절차를 간소화하고 기간을 단축시켜 신의료기기가 신속히 도입될 수 있다면 환자의 진료 선택권도 확대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여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 동시진행 그리고 Preconsulting, Horizon scanning

최근 정부의 행정 패러다임이 '소통과 협업'으로 바뀌면서 정부 내 칸막이를 해소하여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정부3.0의 정책기조와 맞물려 신개발 의료기기 및 신의료기술의 조기 상용화가 기관간 협력과제로 확정됐다. 신의료기술과 관련한 인허가 및 의료기술평가 기관과의 협업체계가 구축돼 '동시진행'을 통해 건강보험 급여 결정까지 반영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동시진행과 더불어 국내 도입된지 6년을 경과해 보다 견고해져야 할 신의료기술평가의 제도 개선사항으로 'Preconsulting'과 'Horizon scanning' 제도를 들 수 있다.

Preconsulting이란 의료기술 개발 단계부터 의료기술 평가는 물론이고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인허가를 고려해 임상연구 설계 및 개발방향을 맞춤형으로 정보제공함으로써 개발자가 개발 초기에 겪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양질의 임상적 근거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Horizon scanning은 개발 중인 의료기술 중 그 의학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되는 기술을 top-down 혹은 bottom-up 방식으로 사전에 선정하여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이러한 개선안들은 그 간의 제품 자체 인허가만을 목적으로 개발한 뒤 의료기술평가 근거가 없어 의료시장 도입이 지연됨으로써 어려움을 겪었던 관련 업계의 고충을 해소하여 신의료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갖는 양면성, 즉 국민 안전의 최후보루이자 의료산업 발전의 견인차로서 그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관련 업계 및 의료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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