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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선택은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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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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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MBA 윤인모의 '의료경영학' 카페 ⑦

저자 윤인모 ㈜닥터서비스 대표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현직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뉴욕 주립대 경영학 석사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MD MBA로 의료와 경영의 융합을 추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0년 전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seri.org)에 '의료경영 MBA 포럼'을 개설, 의료경영MBA 과정 6기생을 배출했다. 2005년 '닥터서비스'라는 의료경영 컨설팅회사를 창립, 경영정보·경영전략·마케팅·네트워크·인사조직 온라인 교육 등 전문 병원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을 주관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함께 마련한 '글로벌 헬스케어분야 재직자 교육프로그램'인 MD-MBA 과정의 책임교수를 맡고 있다.

'의료경영학' 카페 시리즈를 통해 위기를 겪고 있는 의료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자 한다.


▲ 윤인모(닥터서비스 대표 유니메디성형외과 원장)
어떤 사회학자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개미 열 마리를 모아서 일을 시켰더니, 그중에 두 마리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관찰됐다. 그래서 각각의 그룹에서 열심히 일하는 두 마리 씩만 모아 다시 열 마리를 만들었다. 소위 말하는 드림팀을 구성한 것이다. 그랬더니 더욱 재미있는 현상은 이 중에 두 마리만 열심히 일하고, 다른 여덟 마리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를 가리켜 사회학에서는 2:8의 법칙, 또는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한다. 어떤 조직이든 상위 20%가 조직성과의 8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잘 아는 중식집도 몇 가지의 음식이 전체의 80%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고, 의류매장에서도 히트상품 몇 개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병원도, 제약산업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도, 몇 개의 진료상품이 전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고, 대학병원에서도 상위 몇 개 임상과, 상위 몇 개 아이템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자는 이를 논리적 근거로 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중요한 진료아이템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것은 그 나머지 20%의 매출을 차지하는 80%의 아이템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그림>.

▲ 80%의 매출을 올리는 20% 아이템과 20%의 매출을 올리는 80%의 아이템 ⓒ일러스트 윤세호 기자

우선 전자상거래가 활성화 되기 이전에 보면, 많이 팔리는 a물건을 보기 좋은 곳에 디스플레이 하는 것은 당연했다. 반면에 잘 팔리지 않는 B그룹의 아이템을 전시하기 어렵다. 디스플레이에는 원가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이 요청해야 점원이 창고에서 찾아오곤 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B그룹의 아이템을 웹사이트에 전시할 수 있게 댔다. 원가가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 그룹의 비용대비 매출이 올라간다.

그러나 여전히 A그룹의 블록버스터형 제품은 건재하다(source:should you invest in the Longtail-Havard Business Review 2008년 7월).

병원도 이러하다. 전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이야기다. 문제는 다른 부분, 매출에 도움이 안 되는 다른 제품들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이다. 핵심제품은 아니지만 없으면 여러가지에서 불편하다. 미래에는 빅5라 불리는 거대 병원도 부분적인 다운사이징 시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 B그룹의 제품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이것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어떤 임상과의 진료제품은 병원의 주력을 밀면서, 투자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해당 임상과의사는 신이 난다. 그러나 그 반대인 경우에는 신이 날 수가 없다.

그런데 대형병원의 의사사회는 이러한 것을 쉽게 용납하기가 어렵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속내에서 진정한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경영자는 B그룹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원내 진료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진료아이템이라도 감초같은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음식에서 재료가 같은 경우에는 양념이 결정하고, 더 나아가서는 양념의 비율이 결정한다. 즉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성적·정량적 분석을 해야 한다.

작은 진료아이템에서 얻은 DB가 추후에 어느 정도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병원 주력제품의 명품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물론 원가대비 효율성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는 대학병원이 기업이냐, 아니면 학문연구 장소냐, 아니면 그 중간정도냐의 원론적인, 정체성(아이덴티티) 문제를 유발한다. 모두 선택의 문제이다.

B를 선택하는 과정도, 우리병원의 정체성을 설정하는 과정도 선택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은 하나를 선택하는 기쁨보다는 다른 하나를 버리는 아픔이 크다. 즉 선택은 아픔이다. 이러한 아픔을 감내할 수 있는 경영자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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