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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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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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수호천사로 새 희망 일구며…
윤성일(윤성일정형외과 원장)

볕이 따가운 어느 오후, 홍천 윤성일정형외과의 윤성일 원장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병원을 찾은 시간, 환자들이 부쩍 많은 까닭에 윤성일 원장은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짬을 내주었다.

환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다정다감함이 자연스레 묻어났다. 시골 의사에게 무슨 봉사상이냐며, 손사레를 치는 모습에서도 윤성일 원장 특유의 친근함이 웃음을 머금게 만들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웃음꽃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도우려는 그의 의지와 네트워크는 홍천 지역주민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

거절을 못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겠다. 그저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 그의 마음이 다문화가정후원회의 회장이라는 직함을 지니게 만들었을 터다.

"의약분업 때 참 절실히 느낀 것이… 의사의 편이 아무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의사들의 사회 참여나 봉사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죠. 먼저 소외된 분들께 손을 내밀어야 의사들의 진심을 믿어줄 것 같았어요."

그 때부터 윤 원장은 좀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됐다. 의사회 회장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수재가 나면 모금을 따로 해 기부했고, 조류독감 파동이 났을 때는 홍천의 명물 닭갈비 축제를 벌였다. 2009년 3월 6일에는 홍천 다문화가정센터와 협력해 다문화가정 후원회를 만들게 되는데 의사 두 명과 한의사 한명, 치과의사 한명, 건설사 대표, 센터 직원까지 불과 일곱 명의 뜻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몇 달이 흐른 9월 발기인 대회에서는 회원 수가 28명으로 늘었고, 현재 회원수 70명 정도로 제한해 활동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 장학사업 등 정부 손길 미치지 못하는 일 진행

"기부금 처리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바람에 2010년 12월 24일에는 사단법인 다문화가정후원회로 그 명칭을 바꾸게 됐죠. 한달에 10만원씩 회비를 걷고 합리적인 관리를 위해 회원을 70명으로 한정했습니다. 회비와 기부금을 합쳐 1억이 조금 넘는 예산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달에 두 번 운영위원회 보고와 월례회의가 이어진다. 홍천 지역에는 무려 430여 다문화가정이 있다. 예전에는 농촌 총각이 사회적인 문제였다면 이제는 다문화 가정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농촌으로 시집온 베트남·캄보디아 새댁들이 대화와 소통의 문제, 고독감으로 힘들어했다면 지금은 그 2세들이 부모와의 소통이나 사회 내 이질감 등의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홍천 지역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일 겁니다.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하나로 인정받지 못하고 집단화 돼 떠돈다는 걸 상상해보세요. 다문화가정후원회는 소외받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일깨워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홍천 다문화가정후원회는 합동결혼식·다문화가정 자녀 장학사업부터 시작해서 주거 환경 개선·고향 보내주기 등 정부에서 할 수 없는,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10개 읍면에서 다문화가정의 모임을 만들어 활성화시켰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11월 첫째주 토요일을 다문화가정의 날로 선포하고 해마다 한마음축제를 가진 지도 벌써 올해로 3년째. 아시아주부 워크숍 등도 기획해 자기 나라 음식들을 뽐내는 시간도 가졌다. 사소하다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관심들이 다문화가정에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이 윤 원장의 생각이다.

사회봉사 통해 의사와 환자간 벽 허물고파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봉사 활동보다는 의료봉사 활동이 어쩌면 더욱 쉬웠을 텐데, 왜 의료봉사가 아닌 사회봉사 활동을 하느냐고 물었다.

"이제는 국내에서 무의촌의 개념이 많이 사라졌고, 제대로 하려면 해외 오지로 나가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노릇이에요. 라파엘클리닉과 협업해 의료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들처럼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하지 못할 바엔 안하는 게 낫죠.

약만 나눠주고 생색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진료만으로 끝나는 건 의미 없다라는 막연한 생각에,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의사라는 직군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고 싶었고, 친해지기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한양대 의대를 거쳐 홍천에 자리잡은 지 20년이다. 어렸을 때부터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를 다녔는데, 홍천에도 들렀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다시 찾은 홍천이 더없이 친근했고 바로 자리를 잡게 됐다.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사가 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환자들에게도 행복감을 전하게 되더라고요. 환자를 보는 일이 더없이 즐겁습니다."

나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온 환자들을 위해 열심히 진료하고, 제2의 고향 홍천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일을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윤 원장.

그는 "의사들 스스로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사회에서 인정받고 못받고가 결정난다"고 강조했다.

"나 자신을, 현재를 사랑하고 눈돌려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 이웃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일이 참 행복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살 때 행복하다는 이런 생각이 오랫동안 변치 않기를 바랍니다."

조금 다른 아이들의 어울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

다문화가정후원회와는 조금 다르게, 다문화사회적기업 '어울림'을 이끌어가는 것도 그의 몫이다.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셈이죠.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다문화체험학교를 진행해 여러 가지 교육을 합니다."

윤 원장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은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것이다"라는 말이다. 그들이 다문화가정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조금씩 의지하고 기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윤 원장. 친근한 옆집 아저씨같은 모습으로 다문화가정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 그의 모습에서 홍천의, 아니 대한민국의 또다른 희망을 본다.

"처음부터 다문화가정후원회에는 의사들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새삼 깨달았죠. 모두들 마음은 있는데, 참여할 만한 기회가 없었던 거죠. 익명의 기부자들과 동료 의사들이 다문화가정후원회 일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문화가정후원회에서는 작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사업으로 다문화가정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 혹은 캄보디아 지역에 '우물 파주기 사업'을 구상중이다. 그리 멀지 않은 훗날,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우물을 파는 모습을 그려본다고….

의사회 회장, 라이온스 회장, 무궁화 합창단 단장, 다문화가정후원회 회장, 다문화사회적기업 어울림 대표…그의 부지런한 삶을 반증하는 직함들에서 의사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더불어 살기 위한 노력이자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순수함을 읽는다. 짧지만 기분 좋은 만남 덕분에 홍천은 정겹고 아름다운 곳이라 기억될 것 같다.

글·사진 / 정지선 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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