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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원격진료 원천적으로 반대...강력히 저항할 것"
의협 "원격진료 원천적으로 반대...강력히 저항할 것"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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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회장, '의원급만 허용하는 방식도 반대' 못박아
동네의원 붕괴→의료접근성 하락..."강력히 저항할 것"

▲ 노환규 의협회장이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격진료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원격진료가 절대 허용돼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에 대한 반대는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식 역시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격진료에 대한 이같은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기자회견문 전문 기사 하단>.

이날 노 회장은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건강과 진료에 도움을 주는 기술적 응용을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및 일차의료기관 존립기반의 붕괴, 이로 인한 의료접근성 악화, 의료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므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우선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는 서로 다른 개념이며, 원격의료는 원격진단, 원격모니터링, 원격수술, 원격진료를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원격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를 의미하며, 이 같은 원격진료는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현상을 가속화 시켜 1차의료기관의 붕괴와 이로 인한 의료 접근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원격진료의 제한적(조건부) 허용 역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과거 의협 집행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되는 경우 원격진료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가 회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찬성에서 반대의견으로 선회한 전례가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허용한다고 해도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의 허용이 이뤄지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의 확대를 막을 명분이 없어져 결국 대형병원 중심의 원격진료로 이어지게 될 것이므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원격진료에 대한 정치권과 산업계의 지나친 기대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원격의료는 캐나다, 핀란드 등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를 중심으로 발전됐으나, 이미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에 의해 국가의 신성장동력 차원으로, 즉 경제 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원격진료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의협신문 김선경
특히 실제 유헬스 산업 혹은 원격의료의 산업의 크기는 정부와 산업계의 주장보다 훨씬 작다며 지나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 회장은 "정부와 산업계는 섣부른 원격진료의 실험이 5천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필수적인 의료체계의 기반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률 개정이 추진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노 회장은 "만일 정부와 산업계가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개정을 강행하는 경우,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들의 매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 원격의료 및 원격진료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 ]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자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각 부처에서 유헬스를 거론하면서 원격진료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그 동안 원격진료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던 보건복지부조차 긍정적인 입장을 간간이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대한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1. 혼란스러운 용어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다.

정부관계자들과 산업계 그리고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유헬스, 원격의료, 원격진료 등의 단어를 혼용하여 사용함으로써 혼란을 더욱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유헬스는 모바일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어디에나 있는, 아주 흔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ubiquitous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추구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다른 나라들에서 여전히 e-health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굳이 유헬스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에는, 다른 나라를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격의료란, 의료행위의 요소를 원격으로 시행한다는 의미로 유헬스와 원격진료, 원격수술이나 원격진단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반면 원격진료는 직접 얼굴을 맞대는 소위 대면진료를 원격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대신하는 협의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2. 원격의료의 한계와 환상

각종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모든 개인생활과 산업의 분야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의학분야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의학분야에 적용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었는데 실패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의 건강상태를 수치적으로 환산하여 측정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이었습니다. 의사라면, 수치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 사람의 건강상태는 체온/혈압/혈당/맥박/동맥혈산소포화도/심전도 뿐이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치들은 대부분 vital signs으로 사람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준이거나, 죽음에 임박해서야 의미 있는 변동수치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즉 현재 수치화할 수 있는 parameter들은 건강상태를 민감하게 반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상태의 외부 측정은 기술의 발달과 무관하게 많은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은 IT기술을 이용하여 건강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는 오해를 갖고 있었고, 이러한 오해가 그릇된 환상을 낳은 것입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은, 특히 산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이 한정된 parameter들이 '건강상태를 반영할 수 있는 parameter'인 것으로 알고 있거나 아니면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산업을 위해서인 것입니다. 정치인들이나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 희망의 아이콘이 필요한 것입니다. 원격의료에 대한 환상은 이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3. 원격의료사업은 실패를 반복했다.

'건강'은 '돈' 다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큰 분야입니다. 따라서 일찌감치 인터넷과 무선통신의 강국이 된 우리나라에서 산업을 하는 사람들이 원격의료에 일찍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린 업계의 과도한 환상으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원격의료 산업의 실패사례들이 많습니다.


남보다 일찍 원격의료 사업부를 만들어 시장에 진출했던 B기업은 원격의료가 이슈화될 때마다 주가의 급락을 반복했지만 결국 원격의료 사업부를 축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격의료'를 사업분야에 넣은 기업들은 여전히 늘어가고 있고, 이들에게 이렇다 할 사업수주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산업이 주는 '환상' 때문에 여전히 요즘처럼 원격의료가 이슈화될 때에는 주가가 급등합니다.

4. 원격의료사업 실패의 이유

원격의료사업이 계속 실패했던 이유는, 막혀있는 법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밝힌 대로 수치화할 수 있는 활력징후들이 ‘건강상태’를 반영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건강한 사람에게 간염이 발생하여 건강상태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다고 해도, 체온/혈압/혈당/맥박/동맥혈산소포화도/심전도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들 parameter들이 건강상태를 반영한다고 생각한 잘못된 믿음이 사업의 실패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들 활력징후의 수치는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유의한 의미를 가집니다. 즉, 혈압의 수치 변화는 고혈압 환자에게 의미가 있으며 혈당의 수치 변화는 당뇨병 환자에게 측정을 하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원격의료가 만성질환관리에 적용할 때에만 유의성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주장이 되풀이 되는 이유

원격의료에 대한 연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적은 인적 자원으로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이스라엘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와 핀란드 등 넓은 땅이나 많은 섬들로 인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들 중심으로 발전되었습니다. (1km2당 의사 수 캐나다 0.01, 호주 0.01, 미국 0.08, 핀란드 0.05, 대한민국 0.98) 즉 의사밀도가 절대적으로 적고 원거리 진료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나라에서 일부 활용되고 있을 뿐인 것입니다.

이들 나라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원격의료가 발전을 하였으나 이미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 산업자원통상부)에 의해 국가의 신성장동력 차원으로 즉 경제 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원격의료의 도입을 논하고 있습니다.

6. 원격의료 시장은 부풀려져 있다.

비록 정부가 경제부흥정책의 일환으로 원격의료를 주장하고 있고 산업관계자들 역시 원격의료 시장의 크기를 부풀려 주장하지만 실제 유헬스 산업 혹은 원격의료의 산업의 크기는 그들의 주장보다 훨씬 작습니다. 더욱이 이 산업들은 기기중심에 집중되어 있어 산업의 진작효과뿐 아니라 경제부흥과 국민편익증진에 기여하는 효과가 미미한 산업입니다.

7. 더 큰 문제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원격의료(Telemedicine)는 원격진단, 원격모니터링, 원격수술, 원격진료 등을 포함한 포괄적 개념입니다. 반면 원격진료란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를 말합니다. 다양한 구성과 역할 및 의미를 가진 원격의료에 대해 단순히 찬/반을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반면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허용되는 경우 의료계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1) 원격진료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원격진료가 허용된다면 원격진료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누구나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사 동네의원만 원격진료를 허용한다고 해도, 원격진료가 일단 허용된 후에는 대형병원의 원격진료를 막을 명분이 없게 될 것입니다. 이는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병의원 배분의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중증질환 진료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대형병원이 외래진료에 매달리고 있는 기형적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2) 일차의료기관의 붕괴와 의료 접근성 악화
정부나 일부 정치인들이 원격진료를 주장할 때 가장 먼저 내세우는 명분은 '의료접근성의 강화'입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의료접근성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수준에 와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이유는, 동네마다 촘촘히 들어선 개인의원들 덕분입니다. 그리고 이 개인의원들은 모두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하여 생존하고 있습니다. 원격진료의 허용은 결국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서 생존해 온 동네의원들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고, 이로 인해 오히려 의료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3) 관련 법규 부재
원격진료에 따르는 ‘오진’에 따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환자가 감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의사에게 책임이 있는가? 혹은 통신기술을 제공한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원격처방과 원격조제는 어찌할 것인가? 등 관련 현안법규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리고 원격의료장비의 표준화조차 요원한 상황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의 통과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8. 제한적 허용도 불가

지난 의협 집행부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한정되는 경우 원격진료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가 회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찬성에서 반대의견으로 선회한 전례가 있습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원격진료를 허용한다고 해도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의 허용이 이뤄진다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의 확대를 막을 명분이 없어져 결국 대형병원 중심의 원격진료로 이어지게 될 것이므로 강력히 반대합니다. 같은 이유로 의료 격오지 등 접근성이 떨어진 지역에 한정하여 허용하는 것 역시 강력히 반대합니다. 그러한 지역이 미미하며 원격진료의 제반허용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환경에서 원격진료는 원천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9. 결론

1) 대한의사협회는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환자의 건강과 진료에 도움을 주는 기술적 응용을 환영합니다.
2) 그러나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및 일차의료기관 존립기반의 붕괴, 이로 인한 의료접근성 악화, 의료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므로 강력히 반대합니다. 원격진료의 제한적(조건부) 허용 역시 강력히 반대합니다.
3) 정부와 산업계는 원격의료 및 원격진료와 관련한 환상에서 깨어나 시장의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합니다.
4) 정부와 산업계는 섣부른 원격진료의 실험이 5천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필수적인 의료체계의 기반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5) 만일 정부와 산업계가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개정을 강행하는 경우,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들의 매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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