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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복약지도료 '폐지론' 다시 수면위로?
약국 복약지도료 '폐지론' 다시 수면위로?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0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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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처방전 뒷면에 복약안내문 추진
연간 3500억 원 복약지도료 절감 효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제약에 대한 서면 복약지도 방안 마련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하고 나선데 이어, 서울특별시가 처방 의약품의 복약안내문을 처방전에 기재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약사가 구두로 행하는 복약지도를 간단한 문서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사업이어서 연간 수 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지출되는 '약국 복약지도' 무용론이 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복약안내 활성화 사업'은 병원이 처방전과 함께 '복약 안내문'을 묶어서 발급하고, 환자는 약국에 처방전을 제출해 약을 조제 받은 뒤, 처방약의 사진·주요효능·주의사항·부작용 등이 기재된 복약안내문을 집으로 가져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서울시립병원인 서북병원·은평병원·어린이병원 등 3곳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처방전 뒷면에 복약안내문을 기재토록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도 함께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복약안내문 사업의 핵심은 약사가 구두로 행하고 있는 복약지도를 간단한 안내 문구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약사의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 형태로 행해지는 복약지도는 환자가 한 번 듣고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고, 복약지도 제공 여부에 대한 근거가 전혀 남지 않아 분쟁의 소지도 안고 있다.

이 사업의 기저에는 복약지도가 굳이 약사의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 형태로 이뤄질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지속적인 보관이 가능한 서면 정보제공이 환자에게 훨씬 더 효과적·효율적인 방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사업이 환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산될 경우 전체 건강보험 재정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현재 약사들은 처방받은 약의 성분·효능·부작용 등의 정보를 환자에 전달하는 '복약지도'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금전적 대가인 '복약지도료'를 받고 있다.

약국 요양급여비용은 약품비와 조제료로 나뉘어져 있으며, 조제료는 약국관리료, 기본조제기술료·복약지도료·조제료·의약품관리료로 세분화돼 있다. 2011년 기준 약국의 조제료 총액은 2조 8375억 2000만원. 이 가운데 복약지도료는 3540억 3200만원으로 전체 조제료의 12.5%에 달한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약국이 복약지도료 명목으로 건보공단에 청구한 금액은 2008년 2748억원, 2009년 3085억원, 2010년 3302억원, 2011년 3540억원 등 매년 수천억원의 건보재정이 지출되고 있다. 그러나 복약지도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전국 95% 이상의 약국에서 약을 판매할 때 복약지도는 고사하고 의약품과 관련된 최소한의 정보 제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1년 당시 18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던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약국에서 고작 '식후 30분에 드세요'란 말 한마디로 건당 720원의 복약지도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며 "복약지도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복약지도를 하지도 않고 돈을 받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복약안내문 사업이 민간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안내문 부착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새로운 수가 항목이 신설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주체 여부를 떠나 현행 복약지도료에 소요되는 재정보다는 훨씬 더 절감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관측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약물의 부작용 정보와 복용법 등은 이미 충분한 정보가 확보돼 있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전자처방전이나 조제내역서에 연동하면 된다"며 "초기 시스템 구축비용만 투입한다면 매년 새로 투입되는 재정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특별시 보건의료정책과 정지애 약무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시민들이 자신이 복용하는 약물의 정보를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에 여러 형태로 제공이 이뤄졌던 약물 정보를 좀 더 확대하고 통일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팀장은 "구두를 통한 복약안내는 환자가 잊어버리기 쉽고, 보관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면서 "서면에 의한 정보제공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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