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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진주의료원과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오해
시론 진주의료원과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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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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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구일(경기 파주시 연세미래이비인후과의원)

▲ 임구일(경기 파주시 연세미래이비인후과의원)
지난 6월 11일 진주의료원의 폐업 조례가 통과돼 진주의료원은 폐업 절차를 밟게 되었다.

보건의료노조와 야당에서는 공공의료의 후퇴라는 정치적 용어로 공세를 취하고 있으나 사회적 파급력은 약해 보인다.

공공보건의료의 논쟁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선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을 정리해 보자. 사실 '공공보건의료'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은 단어다. 역사적으로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직장단위로 시행하면서 의료취약지역인 농어촌 지역에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를 설치해 의료서비스를 공급했다.

2000년 들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공공의료'로 표시하면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의료서비스가 배제되는 문제가 있어 '공공보건의료'라는 용어를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됐다. 영어식 표기로 공공보건은 'public health'로 사용하고, 공공의료는 'public medical service'로 표기하지만 공공의료라는 영어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 법률로 사회보험제도에서 제공하는 의료는 공공의료라는 개념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공공보건의료를 같이 쓰면 개념적 혼란도 발생한다. 공공보건은 이미 1870년대 공공재로 정립된 개념으로 위생의 문제 등을 개선하면 외부효과로 인해 공공재로 간주됐다.

그러나 의료는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공공재로서 경합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과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사람을 배제할 수 없어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경제재(economic good)에 속하게 된다.

다만 사회보험 안에서 의료는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을 규범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그러한 규범적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나타나게 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건강보험료를 징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공공보건, 공중보건을 제외하고 공공의료만을 논하자면 건강보험제도 안에서 모든 의료기관은 공공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된다. 즉 건강보험 안에서 의료는 모두 공공성을 가진 의료이며, 그렇기 때문에 서구국가들 역시 '공공의료'라 하지 않고 '의료'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면 '공공의료'이고 민간기관이 제공하면 '민간의료'라면 국민건강이라는 보편적 이익을 위해 모든 요양기관이 강제지정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모순이 있는 것이다. 공공의료 강화라는 것은 다름 아닌 보장성 강화이며, 여기에는 보편적 원칙이 있다. 건강보험의 급여는 포괄성 원칙(comprehensive services)를 적용하고 서비스 수준은 최소수준 원칙(national minimum)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공공보건의료라는 개념의 혼란은 보건을 의료서비스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돼 보건소등의 공중보건서비스를 제공해야할 기관들이 의료서비스 제공에 몰두하고 있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들에게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보건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구분하고 서비스제공 주체로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면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 보건소 등과 백신바우처 사업을 하는 소아과의원들도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관이 될 것이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인 진주의료원 등과 민간의료기관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진주의료원으로 돌아가 보자. 진주의료원의 폐업이 보건의료노조에게는 큰 문제겠지만 경상남도 안에서 보자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주의료원이 대단한 보건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민간이 제공하지 않는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았다.

단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설립주체가 경상남도인 의료기관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진주의료원이 사회적 취약계층만을 위한 의료기관도 아니다. 전체 의료급여 환자 중 0.5%만이 진주의료원을 이용했다. 사회보험의 포괄성 원칙에 따르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미 민간의료기관은 사회적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공정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누군가 원하는 만큼의 파괴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경상남도 도민들이 의료원 하나 없어진다고 의료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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