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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출신 사업가, 의사 전문 사기꾼된 사연
의사출신 사업가, 의사 전문 사기꾼된 사연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2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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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학원 출신에 의사 후광..동료 의사들 '무장해제'
피해 의사들, 신용불량자에 가정불화, 우울증까지 겪어
 

의사 15여명에게 외제차 리스를 제안한 뒤 리스회사로부터 인도받은 차량을 사채업자에게 팔아넘겨 수십 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40대 의사 박 모 씨(42세)가 지난 16일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1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의사 15명에게 BMW 등 고급 외제차 20여대를 리스 받게 한 뒤 차량을 가로채 사채업자에게 대당 3000만~4000만원에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23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박 씨는 2005년 M사를 설립한 후 처방전 전산화 사업을 벌이면서 의료계에서  의사출신 사업가로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박 씨는 지방의 모 의대와 서울 명문대 의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의료관련 각종 사업에 뛰어 들었다.

당시로서는 표준화되지 않았던 병의원과 약국간의 처방 전산화 관련 아이템을 들고 특유의 친화력과 호남형 외모에 의사출신이라는 점을 앞세워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당시 의료계 유력인사들과도 친분을 맺었으며 사업과정에서 틈틈이 의료계의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기도 했다. 한때 박 씨의 사업에 박 씨의 의사 동료·은사는 물론 의료계의 많은 유력 인사들이 투자를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잘나가던 박 씨의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무렵.

수백억 원을 투자한 처방전 전산화 사업이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면서 투자금 회수 압박에 시달렸다. 투자금이 박 씨의 또 다른 회사와 박 씨 개인에게 흘러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투자금 회수 분위기를 부축였다.

박 씨는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지인들에게 모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이 예치된 통장을 들고 다니면서 투자금 회수를 참아달라고 요구하는 임기응변을 발휘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하지만 처방전 전산화 사업은 결국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박 씨의 회사는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때부터 박 씨는 처방전 사업 등에 투자한 많은 동료 의사들과 소송을 겪게 됐다.

박 씨와 소송을 벌였던 A씨는 "동료 의사라는 생각에  별생각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너무 믿었던 것이 큰 잘못이었다"며 후회했지만 투자금을 날리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A씨뿐 아니라 여러 명의 의사들이 박 씨로부터 투자금을 떼이고 우울증에 걸리거나 가정불화를 겪는 등 박 씨의 처방전 사업은 의료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한동안 잠잠했던 박 씨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방전 사업과 별도로 운영해 온 자동차리스 사업문제가 불거지면서 부터다.

당시 박씨는 A자동차리스회사와 계약을 맺고 의사들을 소개시켜주는 중개상 역할을 했는데 리스된 자동차 부가가치세를 책임지지 못하면서 A자동차회사가 리스된 차를 회수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리스된 차를 졸지에 회수 당하게 된 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가세를 직접 내거나 차를 회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 회사의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믿은 것이 실수였다.

이번 리스사기는 이런저런 사업으로 자금난을 겪으며 궁지에 몰린 박 씨가 선택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박 씨는 의사 15명에게 자동차를 리스해주고 리스한 자동차를 사채업자한테 팔아 넘겼다. 차를 인계받기 위해 박씨의 말을 믿고 기다린 의사들에게는 청천 벽력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이번에 당한 사람 중에는 처방전 사업에 투자했던 손실을 고급차 리스로 보상하겠다고 접근해 계약서에 서명하게 한 뒤 리스된 외제차를 가로채 사채업자에게 넘긴 사례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박 씨의 동료이기도 했던 B씨는 박 씨로부터 배신을 두 번이나 당한 셈이 됐다.

B씨는 리스계약서에 서명을 했다가 사채업자들과 분쟁이 생기면서 신용불량자가 돼 개원 과정에서 운용자금이 묶이는 등 큰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씨 회사에 투자했다가 신용불량자로 몰리거나 가정불화를 겪어 우울증 치료를 받는 피해자도 있다.

40대 의사인 C씨는 "아직도 그때 받은 심리적 충격으로 전세계약서 서명조차도 가슴이 떨려 못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C씨는 박 씨 회사에 대한 투자실패로 수년째 월급을 압류당하고 있다.

여러 의사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 박 씨의 구속은 의외로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여러 건의 소송이 있었지만 친분을 무기로 자신이 유리하게 계약서를 받아 놓거나 아니면 계약서도 없는 경우도 많아 법적 책임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때마다 정관계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뒤말도 있다. 박 씨의 구속소식에 많은 의사들은 '드디어'를 외친 배경이다.

의사들에게 금전적·심리적 피해를 입히고도 정작 자신은 서울 강남일대 호텔에 장기투숙하면서 유흥업소 등을 드나든 것으로 알려지자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분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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