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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 DRG 선시행 '통큰 양보' 이면에는?
산부인과학회, DRG 선시행 '통큰 양보' 이면에는?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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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는 질병분류체계 바로잡고, 저수가 개선 추진
학회내 포괄수가제 특별위원회 설치…기획·분류·분석 팀 가동키로

▲ 포괄수가제 강제 적용 대응 산부인과 심포지엄이 18일 가톨릭대 의과학연구원에서 열렸다. 연준흠 의협 보험이사(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DRG 강제 시행을 막지 못한데 대해 사과한 뒤 "국민에게 어떤 치료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고 제안했다.ⓒ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부의 포괄수가제 '선시행 후보완' 방침을 전격 수용, 내시경·복강경 수술 연기를 철회하며 통근 양보를 하게된 이면에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잘못된 자궁·부속기 수술의 질병분류체계를 바로잡고, 저수가를 개선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산부인과학회는 18일 가톨릭대 의과학연구원에서 '포괄수가제 강제 적용 대응 산부인과 심포지엄'을 연 자리에서 정부 방침을 전격 수용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허수영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정보통신위원장은 "자궁 종양을 2개 떼어내든 10개 떼어내든 수가가 같고, 자궁내막 수술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산부인과의 질병분류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낮게 책정된 수가문제도 산부인과 의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자궁 및 자궁부속기 내시경 수술의 경우 교수에 따라 336만 원에서 259만 원까지 다양하게 산출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DRG수가는 255만원으로 정해져 있다"고 지적한 허 위원장은 "50∼60만 원씩 손해를 보며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 위원장은  "DRG 시행 이후 경영진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고가의 치료재료나 약제를 제한하게 되면 최선의 치료가 아닌 적절한 치료로 가게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한 뒤 "환자를 위해 최선의 치료를 하고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하는 것이 대학교수의 존재가치인데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는 의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새로운 수술법 연구와 개발이 위축되고, 새로운 장비나 기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미래의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중증환자 진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허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칭찬한 한국의 의료제도가 과연 5년 후에도 모범적인 의료제도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민응기 대한산부인과학회 포괄수가제 TFT위원장은 "지난해 7월 의원과 병원급 DRG 시행 이후 강제 적용을 전제로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했을 뿐 단 한 번도 총론적인 논의를 할 기회가 없었다"며 '날치기 통과'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불통정책을 비판했다.

민 위원장은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든 왜곡된 질병군 분류체계와 타과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상대가치점수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6월 17일 건정심 소위에서 1∼3년 걸쳐 문제점을 개선키로 하고, 이를 건정심 의결사항으로 명문화하기로 한 만큼 새로운 DRG 모델이 만들어지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기 대한산부인과학회 포괄수가제 대응 비상대책위원장도 "과간 형평성도 맞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면서 왜 산부인과가 모르모트가 돼야 하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의사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가면 상당한 혼란을 불러오고, 환자들이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고심 끝에 파국을 막는 차선책으로 정부의 선시행 후보완을 수용하되,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개선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널토의에서 연준흠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예전에는 의료기관이 DRG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당연적용하면서 의료기관은 물론 국민의 선택권이 없어졌다. 모든 국민이 7개 질병군으로 치료를 받을 때 DRG로만 치료를 받으라고 정부가 강제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면서 "최소한 국민에게 어떤 치료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국민 선택권 문제를 제기했다.

양석우 대한안과학회 정보통신위원장은 "개원가에서 DRG를 도입할 당시에는 수가가 높았지만 점차 수가가 인하되면서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대학병원을 찾는 중증환자와 전신마취가 필요하거나 치매환자들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유토론에서 김석중 원장(경기도 성남시·연세필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의원)은 "의사들이 치료만 잘 한다고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엉망인 의료제도를 바로잡야만 의사 본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1년 뒤에 변화가 없을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기철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부회장은 "정기적인 모임체를 만들어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자료와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며 정보 공유와 결속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계속 줄어들면서 야간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빅 5 밖에 보낼 곳이 없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한 판에 다 뒤집을 수는 없다. 사회적 동의를 얻어 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은 준비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김병기 비대위원장은 "정부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1년 후에는 제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안과를 비롯해 의협과 적극적으로 공조해 나가겠다"고 관련과와 의료계와의 공조 의지를 내비쳤다.

산부인과학회는 학회내에 기존 보험위원회와 TF팀이 참여하는 '포괄수가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에 전략기획팀·질병 및 수술분류팀·DRG 자료 분석팀을 구성해 정부와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김선행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성공적인 특위 활동을 위해 활동 내용을 회원들과 공유해 나가겠다"며 역량있는 교수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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