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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자율정화는 전문직의 생명"
특집 " 자율정화는 전문직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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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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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Global role of doctors 우리나라의 현황과 과제
전문직 자율정화(self-regulation, professional regulation)
의료윤리에 대한 의사와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Global role of doctor연구팀'과 손잡고 <Global role of doctor>를 주제로 신년기획을 진행합니다.
세계의학교육연맹은 각 나라별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의사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Global Role of Doctor in Healthcare'라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사전문직 고유의 가치(value)와 의무(duty)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 하고, 상징화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이번 과제는 의사는 물론 일반사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직 바람직한 의사상이 정립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놓고 볼 때 매우 의미있는 과제입니다.

'Global role of doctor연구팀'은 지난 2년 동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재단법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대한민국 의사의 역할과 덕목'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신년기획 <Global role of doctor>는 의사전문직의 가치와 의무를 정립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편집자주>

▲ 이명진(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의사, 법률가, 성직자를 일컬어 전문직(profession)이라고 한다. 사회는 이들에게 전문직이란 명예와 권위와 특권을 인정해 주고 있다. 타율이 아닌 자율로 전문성과 윤리수준을 유지하고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의사의 경우 면허라는 특별한 제도를 통해 전문직을 인정해 주고 있다.

사회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 시험을 거쳐 인정해주는 일종의 사회계약이다. 사회는 면허를 받지 않은 사람이 진료행위를 하면 법으로 처벌하고 면허를 받은 의사만 환자진료를 할 수 있도록 특권을 부여해 준다.

대신 면허를 주는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받은 의사가 사회에 해가 되지 않도록 의사집단이 자율적으로 전문지식과 술기를 유지하고 의사로서 갖추어야할 덕목과 소양을 지켜가도록 임무를 맡기는 제도이다. 의사는 사회와 맺은 약속을 잘 지켜 갈 때 사회로부터 전문가로서 인정받는다.

그러기에 자율정화는 전문직의 생명과도 같이 소중한 가치를 지닌 행위이다. 의사단체가 자율정화를 통해 전문직업성을 잘 유지 할 때 사회와 환자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된다.

이러한 사회와의 약속에 대해 한국의사들은 너무나 무지했다. 면허만 따면 그 누구도 자신을 간섭하지 못한다고 자만에 빠져있었다. 비리를 저지른 동료들을 과감하게 징계하고 솎아내지 못 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열을 올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사회는 의사들이 사회와 맺은 약속을 지키지 않자 법을 만들어 의사를 다스리고 자신들을 보호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사는 더 이상 전문직이라는 명칭을 가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전문가로서 자율정화의 기능을 하루 속히 갖추어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자율정화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조성돼야 할 제도적 기초 작업이 필요하다. 전문직의 자율정화는 결연한 의지와 잘 설계된 제도가 뒷받침 돼야만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대한민국 의사들이 전문직으로 지켜야 할 구체적인 윤리지침 등을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의사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과 덕목 등을 정리한 가이드라인(GMP Good Medical Practice)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명 KGMP(Korean Good Medical practice )가 만들어지고, KGMP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두 번째, 의사협회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의사협회가 이익단체의 역할과 회원들에 대한 징계 업무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회원들을 징계하면서 회원들의 단합을 유도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권익단체(Trade Union)의 성격으로만 활동을 하고, 회원징계와 전문직업성 관리에 관한 사안들은 별도의 면허관리기구를 만들어 관리하도록 의사단체가 주도하여 면허관리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의사협회(AMA), 영국의사협회(BMA), 캐나다의사협회(CMA)에서는 회원들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협회 내에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의사윤리강령의 업그레이드 작업, 진찰실 가이드라인 작성 등 의사들의 행동강령과 역할 규정작업등을 주로 하고 징계업무는 면허관리기구에서 담당하고 있다.

 

세 번째, 동료평가(Peer review)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문직은 전문직에 속한 사람이 아니면 전문직의 잘못이나 비윤리적 행위를 찾아내기 힘든 속성이 있다. 동료 평가를 통해 전문지식이나 술기, 전문직업성 중에서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고도의 전문가적 수준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잘못된 행위나 비윤리적 진료로 징계대상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사전예방 효과가 있다. 처벌만으로는 전문직업성을 유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료평가의 대상은 개원의·대학교수·연구직 등 직역별 개인평가와 의과대학평가로 나눠 진행돼야 한다. 먼저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일명 의평원)의 평가에 대한 권위를 정부가 조속히 인정해야 한다.

의평원의 평가에서 부적격 판단을 받으면 국가고시자격을 주지 않거나 신입생 인원 축소, 폐교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남의대와 관동의대 문제들은 의평원의 전문가 동료평가를 거부하고 외면한 결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외부의 눈으로 보거나 정치인의 눈으로는 전혀 볼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원징계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징계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징계의 종류와 목적, 명확한 징계기준, 공정한 절차, 행정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먼저 명확한 징계기준과 처벌수위가 정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의료법이나 대한의사협회 정관과 중앙윤리위원회 규정에 의해 정해진 징계 기준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외국의 경우 명확한 기준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 들쑥날쑥한 징계는 권위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징계 절차에 관한 사항도 매우 구체적이고 공정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징계사안이 있을 때 정확한 조사를 통한 사실(fact)를 파악하고 반드시 청문 절차를 통해 징계대상자에게 스스로 변호할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 징계위원회 구성도 의사와 관계공무원, 법률가, 관련 환자대표, 윤리학자등으로 구성해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

의사 위원의 경우 의사회 내에 다른 직책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임기 등을 보장해 철저하게 독립성과 권위를 인정해 줘야 한다. 징계의 종류도 징계의 목적에 맞도록 다양하게 갖춰져야 한다. 외국의 경우 벌금형·보수교육명령·자격정지·면허박탈·징계사실공고·여성환자나 소아환자 진료금지·특정수술금지 등 징계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징계의 종류가 내려진다. 그중에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이 바로 보수교육명령이다.

정해진 기간 내에 윤리교육이나 관련 분야의 보수교육을 일정 시간 이수하도록 명령한다. 이를 위해 윤리교육이나 보수교육 시스템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징계의 실효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징계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벌금형이 내려졌을 때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간을 정해 놓고 가산금이 부과되고 그래도 내지 않으면 면허가 정지된다. 만약 보수교육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면허정지라는 강력한 조치가 따르게 된다. 다시 말해 강력한 행정권이 행사되도록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의사가 전문직으로서 면허를 얻는 것보다 잘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는 자율정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기 때문이다.

자율정화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잘 설계된 제도와 전문직업성을 유지하려는 개혁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살을 도려내는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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