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은 나누고 부족한 것은 함께 채워 갑니다"
"아는 것은 나누고 부족한 것은 함께 채워 갑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06.10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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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전문 커뮤니티 'Q클럽' 대표 조미경 원장(서울 강남·에스앤유피부과의원)

"한그루의 나무심기가 숲보다 귀하다."

2004년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 마타이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고국 케냐 뿐만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 평생동안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그녀의 외침은 핍박에 시름하던 아프리카 여성의 행동을 이끌어냈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그녀가 나무와 함께 세상에 전해준 것은 '희망'이었다.

낯선 일에 대한 시작은 언제나 외롭고 힘겹다. 남이 가지 않는 길에 들어선 값을 톡톡히 치러야 할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런 이들의 무모함 때문에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의사도 외로운 직업이다. 혼자 결정해야 할 일이 많고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자기만을 위한 여윳시간을 내기도 녹록지 않다. 문화와 예술을 접하며 삶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하기에는 절박한 현실이 눈 앞에 있다. 삶이 주는 굴레와 제약에 위축돼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이 하고싶은지도 잊은지 오래다. 쓸쓸하고 삭막하다.

조미경 원장(서울 강남·에스앤유피부과의원)은 색다른 꿈을 좇는다. 그 역시 개원의사로 살아왔다. 그나마 아는만큼 보인다는 생각으로 관심있는 분야에 시간을 쪼개고 짬을 내다 보니 그만큼의 새로운 세상이 다가왔다. 해볼만 한 것과 하고 싶은 일을 가까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먼저 알게된 것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나섰다. 그는 지금 600여명의 회원과 함께 문화·예술 전반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Q클럽>을 운영하고 월간 <매거진 Q>를 발행하고 있다. 그의 소망은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다. 마치 마음의 나무를 심는 것처럼….

개원의사로서 잡지를 발행하고 전문가 커뮤니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저 역시 문화·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지 않습니다. 그저 관심이 있어 이곳저곳의 공연장·전시회·동호회 등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직·간접적인 경험이고 저에게는 큰 배움의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통해 사람도 알게되고 전문적인 식견도 넓혀가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분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경험해서 앞선 부분이 있으면 공유하고 부족한 게 있다면 함께 배워가며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일과 문화·예술의 조화와 균형, 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그런 고민에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클럽>은 가입비도 없고 회비도 없다. 게다가 <매거진 Q>는 6월부터 유료화했지만 지금까지 회원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을까.

"이 일을 시작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걱정만 쏟아졌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몇년은 버틸 재정적 여력이 있나', '잡지를 만들어본 적이 있느냐', '회원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 갖가지 우려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계산없이 낙천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생각한 것은 실행에 옮기는 편입니다. 확신이 있어서라기보다 하다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1년 여를 보내고 올 연말부터는 자체적으로 비용을 감당할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각종 공연·연극·뮤지컬·전시회 관람에 색깔있는 여행·캠핑 일정도 마련되고, 와인·사진·미술 분야를 비롯한 인문학 강의도 이어진다. 다루는 영역이 다채롭고 깊이가 있다.

"처음에는 저와 같은 개원의사를 대상으로 시작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하루를 있다보면 물론 보람있는 일을 하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지루한 일상일 수 있습니다. '아직은'이라는 생각에 여유를 찾기 어려워 시간을 미루다 보면 결국 일에 치여 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색다르지만 쉽게 다가설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문화·예술적 소양을 넓혀줄 수 있는 부분에도 신경쓰고 있습니다. 회원들께 돈을 벌게 해드리지는 못해도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참여는 어느 정도일까. 애써 준비한 프로그램이 외면받지는 않았을까.

"모든 행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관심은 꾸준히 전해집니다. '참여는 못하지만 좋은 프로그램이다' '다음엔 꼭 참여하고 싶다' 등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지금은 비록 적은 분이 함께하지만 그 분들의 경험이 녹아들고 저희 역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그런 마음들이 쌓여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순간도 정체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회원의 구성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듯 하다.

"개원의사를 위주로 하다가 대학교수나 병원의사 선생님들과 인턴·레지던트에 까지 문호를 넓히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비의사나 예술가 분들도 관심을 보여주셔서 그 분들과도 함께 할 계획입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생각을 교류할 수 있고 그 분들이 가진 문화적 소양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야의 고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매거진은 정갈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모습이다. 각별한 정성이 깃들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광고가 전체 지면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후회했습니다. 얼마의 광고비로는 보전할 수 없는 가치가 훼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월간지이지만 받아보시는 분들이 간직하고 싶게 만들고 싶습니다. 달마다 새로운 기획과 작가 선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손맛, 입맛, 글맛'(2월), '변화하다'(3월), '소통하다'(4월), '너그럽다'(5월)…. 매거진은 매달 다른 테마로 다가선다. 첫 장을 넘기면 주제의 의미만치 깊이를 머금은 삶이 펼쳐진다.

"매거진에는 매달 의사와 예술가 한 분씩 인터뷰가 나갑니다. 될 수 있는대로 인터뷰이의 삶에 충실히 다가서기 위해 원고량에 구애받지 않고 게재합니다. 독자들이 그 분들의 삶의 지혜를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생과 직업의 선배로서 또는 예술혼을 담아온 작가들의 역정을 통해 삶을 가치를 찾아가고 싶습니다. 짧게나마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세무·노무·재테크·홍보·의료법 등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습니다. 다른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정성껏 꾸민 차림표를 내놓을 것입니다."

 

2년 남짓 지나온 시간은 그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눈앞에 이익을 좇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조급하지 않게 저희 만의 색깔을 간직하면 조금씩이지만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 일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의미를 나누는 소통의 다른 모습입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고, 매거진이 기다려진다는 말씀을 들으면 힘이 납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걸을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열정있는 분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저에게도 역시 큰 기쁨입니다."

그는 여유와 너그러움을 이야기했다. 여유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특권일까. 너그러움은 아무나 접할 수 없는 덕목일까. 그렇지 않다. 마음 속에 길이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라면 뜻밖의 시도는 어떨까.
다른 이의 마음속 품을 넓혀주고 삶의 자양분을 채워주기 위해 그는 진료실 밖에서도 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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