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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고] 세계내과학회 참관기
시론 [기고] 세계내과학회 참관기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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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 26차 세계내과학회는 '새로운 세기에의 도전을 위한 전세계 내과 의사들의 모임'이란 제목으로 세계 79개국에서 7000여명의 인원이 모여 2002년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성대히 치러졌다.

필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관한 의견 도출'이란 심포지엄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치료후의 장기 추적 관찰'의 제목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미국의 그라함, 네덜란드 크위퍼스, 일본의 타게하시와 스쯔기 교수 등이 같이 참석, 토의를 하게 되었다.

다음은 이 심포지엄의 결과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란 균이 세계인구 반의 위속에서 살며 여러 소화기질환의 발병에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금세기 의학의 발전에 첫 손꼽히는 것 중 하나이다.

이 균이 만성위염의 주범이고, 소화성궤양의 제일 중요한 원인이며, 제균시 궤양의 재발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은 모든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로는 ▲이 균이 위암발생에 직접 관여하는가? ▲위암의 전단계 병변으로 알려진 만성 위염 위에서의 장형화생과 위선위축이 이 균의 제균으로 정상화되어 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겠는가? ▲드문 종양이긴 하지만 위에 생기는 림프종이 이 균의 제균으로 완치 될 수 있는가? ▲이 균의 제균시 역류성 식도염이 나빠지거나 새로 발병빈도가 늘어나지는 않는가? ▲제균대상으로 단순한 소화불량증 환자, 위암의 가계가 있는 경우, 환자가 제균을 원하는 경우 등도 포함시키겠는가? 등이다.
 
이 균이 위암 발생에 직접 관여하는가?

1994년 세계 보건기구는 이 균을 제 1급 암 유발인자로 지정하였으나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일본의 와타나베 등이 몽고리안 저빌 (다람쥐의 일종)에 이 균을 감염시키면 5년내에 1/4∼1/3에서 위암이 발생되는 것을 보고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이 균이 위암을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한 학자는 아직도 없다.

수많은 역학 조사가 있으나 이들 전체를 분석하여 보면 이 균을 가진 사람은 안 가진 사람보다 위암이 걸릴 확률이 2.2배 정도 된다.

위암은 이 균외에 유전적 요인 및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되게 되며 이 균이 위암 발생에 일익을 담당하기는 하나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 지는 분명치 않다.
 
이 균을 없애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는가?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문제이다.

현재까지 위암의 발생원인과 병태생리를 확실히 모르고 있다.

위암은 만성위염을 거쳐 발생된다는 것이 여러 사람의 의견이나 만성위염을 가진 아주 일부분에서만 암이 된다. 이 중에서도 위선위축과 위상피세포가 변형된 장형화생세포로 대치된 만성위축성 위염이 위암의 전단계 병변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균의 제균으로 위선위축과 장형화생세포가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다 하겠다.

한국, 일본, 홍콩이나 미국, 유럽, 남미에서의 이 병변의 가역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매우 다양하여 의견 도출을 하기가 힘들다.

공통된 의견으로는 이 균을 제균 후 관찰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위암의 전단계 병변의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코레아 교수는 남미 콜럼비아에서 6년간 대규모 역학 조사 후 이 균을 제균시 제균안한 사람들 보다 이 전단계 병변이 정상화될 확률이 5∼8배 정도 높다고 보고하였다. 현재까지 이런 대규모 조사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4∼5개 더 진행중이므로 이들 결과를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2년 미국 소화기병 학회에 홍콩의 램 교수가 중국에서 7년간 시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즉 이 균을 제균치 않은 800여명의 사람과 이 균을 제균한 800여명의 사람들을 7년간 장기 관찰한 결과 이 균을 제균한 군에서는 위암이 한 명도 발생치 않았으나 제균치 않은 군에서는 5명 즉, 0.6%에서 위암이 발생함을 보고하며, 이 균을 제균하면 위암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는 여러 가지 변수가 내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이런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것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이 균을 제균한 경우 제균치 않은 경우보다 과연 위암 발생이 현저히 감소하겠는가는 중국, 일본, 남미 등에서 현재 대규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들 결과를 보아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위 임프종이 이 균의 제균만으로 치유될수 있는가?

위암은 이 균을 없애도 절대 치유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암에 비해 훨씬 드문 종양인 위 임프종의 일부는 이 균의 제균만으로 완치될 수 있다.

과거 위 임프종은 위암처럼 수술하거나 항암치료를 하였으나 이들 중 일부, 즉 악성도가 낮고, 임프구 B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종양이 위의 표층 즉 점막층이나 점막하증에만 국한되어 있는 경우, 이 균의 제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필자들은 인간의 유전자 변형이 이 병의 발생과 치료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즉, 암억제 유전자의 하나인 P16이 메틸레이션으로 변이된 경우가 위임프종환자의 60%에서 관찰되었으며, 이 세균을 제균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이 유전자의 양이 점차 감소되었다. 또한 장기간의 관찰로 완치가 확인된 환자에서 이 병이 유전자의 약 반수가 정상화됨을 규명하여 이 세균이 이 종양 발생에 깊이 관여됨을 확인하였고, 또한 이 위임프종은 이 세균이 재감염 되거나 때로 재감염 없이도 재발할수도 있어 완치 판정을 받은 후라도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이 균의 제균시 역류성 식도염이 나빠지거나 새로 발병빈도가 늘지는 않는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란 세균이 위속에 살면 만성 위축성 위염이 발생하여 위산분비가 감소케되어 위산의 식도에로의 역류에 의한 역류성 식도염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균을 제균하면 위점막이 정상화되고 위산분비가 정상화되어 역류성 식도염의 빈도가 증가하거나 있던 식도염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일정치 않고 불분명하나, 일반적으로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한국에서의 역류성 식도염의 발병빈도는 서구에 비해 훨씬 낮고, 제균 후 장기 추적 관찰시 제균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역류성 식도염의 빈도가 높아지거나 나빠지지는 않았다.
 
이 균의 제균대상은 어디까지 잡을 것인가?

이 균의 제균대상을 정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이 균을 세계인구의 50%정도가 가지고 있으나 이 만성위염을 제외하고는, 소화성궤양, 위암, 위 임프종 등은 이 균을 가진 사람의 아주 일부분에서만 발생된다.

둘째, 인구의 20~30%가 가지고 있는 소화불량증과 이 균과의 관계가 아직 모호하다.

셋째, 제균에 쓰이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세계각국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제균 대상이 넓어지고 무분별하게 치료한다면 앞으로 제균에 사용할 약이 점차 없어질 수 있다.

1994년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이 균의 제균 대상을 정하는 회의가 열렸고, 한국에서도 1998년 헬리코박터 연구회가 주축이 되어 제균대상을 정하였다.

각 나라마다, 각 지역마다 제균대상이 조금씩 다르나, 공통된 것으로는 다음 세가지이다.
첫째, 소화성궤양의 경우, 현재 활동성궤양이 있던, 앓았던 반흔이 있던 궤양의 재발을 위해 제균한다.

둘째, 조기위암을 내시경적 점막절제술 후에 위암의 재발을 위해 제균한다.
셋째, 위 임프종의 경우, 저악성도에 임프구 B세포로 구성되어있고 종양이 점막과 점막하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에 제균하고 위 임프종이 치유되는 가를 정밀 추적 관찰한다.
 
치료대상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는 첫째, 검사상 별 이상이 없고 소화불량증세가 있는 경우 제균할 것인가? 이 균이 소화불량증세를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제균하고 소화불량증의 추이 여부를 조사해보면 소화불량증이 좋아진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만약, 소화불량증 자체만을 치료대상으로 잡는다면 인구의 20∼30%가 이 증세를 가지고 있고, 이 중의 반은 헬리코박터 피로리란 세균을 갖고 있으므로 전 인구의 10∼15%(한국이라면 400만~600만명)을 치료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 항생제 내성, 항생제 부작용 등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둘째,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어느 정도 치료쪽으로 기울고 있으나 위암이 이 세균의 제균으로 예방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과학적 근거는 없다.

셋째, 장기간 강한 산분비 억제제인 PPI를 사용해야 할 경우, 이때 세균이 위전정부에서 위체부로 이동하여 체부의 위축성 위염을 악화시켜 위암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우려에서 사용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아직 확실한 근거가 없다.

넷째, 장기간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NSAID)을 사용해야 될 경우, 이 약물들을 사용한 경우 10∼15%에서 소화성궤양이 생기므로 이 균을 보균하고 있다면 소화성궤양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 해서다. 실제 그렇지는 않다. 단 과거 소화성궤양의 병력이 있는 경우, 노인, 스테로이드나 항응고제 사용제출혈;천공을 동반한 소화성궤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때는 제균하는 것이 권장될 수 있다.

다섯째, 위염이 있는 경우, 위축성 위염, 또는 장형화생이 있는 경우 위암과의 관계가 강조될 경우 반드시 치료해야 될 것 같으나 이 균의 제균으로 이 병변들이 정상화된다는 보장이 없다.

여섯째, 환자가 치료를 원하는 경우, 가능하면 치료가 필요 없음을 설득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여러 사람의 의견이나 실제 많은 예들이 치료되고 있어 앞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균의 감염여부검사는 치료대상이 되는 경우에만 하여야만 한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서는 건강검진 등에서 혈청검사나 내시경검사 등을 통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여부를 환자에게 알려줌으로서 필요 없는 걱정을 하게 하고, 치료대상이 되지않는 경우에 치료를 하게 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앞으로 일으킬 소지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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