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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 이런 깊은 뜻이? 디지털 명화 오디세이 '시크릿뮤지엄'
이 그림에 이런 깊은 뜻이? 디지털 명화 오디세이 '시크릿뮤지엄'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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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5대 박물관 프티팔레 의 한국투어
다 빈치부터 반 고흐까지, 꿈의 미술관 구현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예수'
2010년, 파리시립미술관인 프티팔레에서 디지털 미술실험이 벌어졌다. 다 빈치부터 반 고흐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사에 혁신을 이끌었던 가장 중요한 작품을 고해상도 디지털 재현을 통해 관객에게 선보인 것으로 바로 '원화 없는 명화전'을 열었던 것이다. 이 전시는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들을 토대로 애니메이션·특수효과·3D·음향을 통해 작품의 디테일과 숨은 의도를 담아 전문가들만이 독점했던 그림의 숨겨진 의도를 관람객도 알기 쉽게 보여주고 설명을 했다. 프랑스 미술계의 하이라이트인 '유럽문화유산의 날'에 공개된 이 파격적인 실험은 대성공을 거뒀고, 평단에선 논란이 있었지만 대중들에겐 많은 호응과 관심을 받았던 특별한 전시였다.

12일부터 9월 22일까지 디지털 명화 오디세이 '시크릿뮤지엄'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선보인다. '시크릿뮤지엄'전은 2010년 프랑스 파리의 5대 박물관인 프티팔레의 디지털 명화 전시, 바로 'Revelation_레벨라시옹'의 한국투어전이다.

이번 전시기획을 담당한 서민석 학예사는 "명작은 소위 그 존재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가치와 의미, 그리고 화가의 뜨거운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 채 전시장을 돌아서는 관람객을 많이 보았다. 이번 기획은 명화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전하고 미술 애호가에게는 더욱 깊이 있는 미술감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의 의미를 강조한다.

'시크릿뮤지엄'은 미술의 핵심 테마인 선·색·빛·그림자·시간·원근법·마티에르·감정 등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각 섹션마다 그 섹션의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는 4∼5점의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명화를 선보이며, 작품의 이해를 돕는 보조영상과 텍스트 그리고 명화의 의미를 해석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곳곳에 배치된다.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만테냐의 예수상, 조각상으로 재현한 라 투르의 그림 그리고 복원전문가의 손을 통해 재현한 고흐의 마티에르 기법 등도 볼 수 있다.

'명작을 감상하는 열쇠'를 관객에게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은 관객이 캔버스 속의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 소리, 밤늦게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 멀리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저멀리 보이는 별빛을 감상하도록 재탄생 됐다. 한스홀바인의 '대사들'에서는 디지털 기법을 통해 숨겨진 왜상의 비밀을 파헤친다.

심하게 왜곡된 두개골이 어떠한 형상에서 온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관객은 눈앞의 그림 속 사물의 의미, 화가의 의도 등 작품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한 편의 여정을 안내하는 길잡이로서의 디지털 영상을 만나게 된다. 명화의 주요 부분들이 스토리 라인에 따라서 움직이고 각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이 작품의 의도를 부각시키며 작품이 가진 미학적 포인트를 영리하게 설명해 나간다. 이를 통해 관객은 기획자의 안내에 따라 그림의 세세한 부분인 균열 상태나 붓 자국 등까지도 면밀하게 살피면서 그림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보이지 않았던 명화의 세계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예수'. 1m가 채 안 되는 작은 크기의 그림을 훨씬 큰 대형 모니터를 통해 작품의 구석구석을 비춰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예수의 고요한 얼굴, 못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손과 발, 그 옆에 슬퍼하는 마리아와 요한을 차례로 비춘다. 커다란 화면 속에 아이의 주먹 크기 만한 예수의 못 자국은 십자가에 박혀있던 아픔의 감정을 관람객에게 전이시킨다. 그 다음으로 마리아의 눈에 눈물을 비춘다. 영상은 마리아의 애통함을 간과하지 않는다. 장엄한 음악과 함께 안드레아 만테냐가 창조한 드라마가 하나씩 드러난다. 관객 스스로 볼 수 없었던 부분 이었다.

미술과 음악의 접합

35점의 작품 가운데 32점에 효과음 혹은 배경음악을 넣었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목수 성 요셉'에서는 초의 심지가 타들어가는 예민한 소리와 거침 숨소리를 담아내 마치 그림 안에 관람객이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만들어 낸다. 샤르댕의 '팽이를 든 소년'에서는 팽이가 나무로 된 책상을 긁는 소리를 통해 그림 속의 인물처럼 팽이를 바라보는 입장이 된다. 렘브란트의 '동양 옷을 입은 화가의 초상화'에서는 베이스 플루트를,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에서는 이 그림을 위해 작곡된 빈센트 세갈의 첼로 연주곡이 그 감정을 배가 시키고 있다.

▲유젠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 1798-1863)<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년 7월 28일>, 1831년 살롱, 캔버스에 유채, 260 x 325 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프랑스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할 기회

초고해상도 대형 디지털 기기들을 통해 작품 속 구석구석을 보다 보면 작품의 배경이 됐던 인문학적 사실이나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인물의 표정 등을 좀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들라쿠르아의 '민중을 이끄는 여신'이 프랑스 혁명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작품 속의 각각의 인물을 하나씩 바라보거나 그 배경에 노틀담 성당이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에서도 커다란 스케일 속에 담긴 인물 하나 하나의 표정을 통해 현장의 처절함을 담고자 했던 화가의 의도를 새삼 엿볼 수 있다. 모네의 '리바쿠르의 일몰'에서는 붓터치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자연 풍경의 일부분이었음을 깨닫는다. 관객은 '아, 이 그림에 이런 의도가 있었구나!' 하는 흔히 말하는 '제대로 된 그림 감상' 을 이 전시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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