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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유래 의약품, 바이러스에 안전한가?

동물유래 의약품, 바이러스에 안전한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05.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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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에서 적출한 원료 사용 의약품…바이러스 검증 '필수'
히알루로니다제 주사제, 바이러스 혼입 여부 검증 시험 필요

동물에서 추출한 원료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의약품을 만들면 환자들이 이상반응 때문에 고통을 겪을 수 있어 '바이러스 검증'을 의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의 장기에서 유래한 원료에는 정제되지 않은 불순물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인체에 들어갈 경우 심각한 항원항체 면역반응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 주사제의 경우 주사부위의 발적과 부종을 일으키고,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즉시형 과민증 반응)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특히 동물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도 공통으로 감염될 수 있는 것이라면 동물유래 의약품의 잠재적인 위험성은 더 심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위험성을 감안할 때 동물유래 의약품은 해당 원료의 바이러스 밸리데이션(바이러스 검증시험)이 필수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동물유래 의약품 가운데 몇몇 오래된 의약품은 바이러스 밸리데이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히알루로니다제 주사제, 바이러스 검증 '의무화' 제외
바이러스 검증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히알루로니다제'인데, 1950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히알루로니다제는 60년전에 만들어진 기준에 맞춰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이 당시 만들어진 기준을 보면 소·양의 고환에서 분리·정제된 히알루로니다제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 시험은 없고, 의약품을 허가 받을 때 바이러스 밸리데이션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동물유래 의약품의 경우 바이러스 밸리데이션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의 경우 바이러스 밸리데이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허가를 해주고 있다.

또 국제기준을 보면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의 경우 순도를 확인하는 항목이 없어 이물 단백질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는 것.

식약처가 따르고 있는 기준에서는 단지 원료의 함량만 확인하는 정도인데, 실제로 대부분의 소나 양이 사육되고 있는 환경이 비위생적인 것을 고려하면 의약품 원료로 사용이 되어도 괜찮을 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이와 관련 제약계 한 관계자는 "히알루로니다제 원료로 만들어진 의약품은 이같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소나 양의 고환을 적출하는데서 부터 시작된다"며 "이렇게 적출된 소·양의 고환을 모아서 염을 처리하고, 침전된 단백질을 수집하고, 수집된 단백질들은 동결건조를 통해 파우더 상태로 만드는데, 이것이 히알루로니다제 원료의약품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과정에서 히알루로니다제 이외의 다량의 이물 단백질은 물론 바이러스·이종핵산들도 함께 침전돼 원료에 혼입이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약품 제조단계에서 바이러스가 없는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원료안에 포함됐거나 공정과정에 혼입됐을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 즉 바이러스 밸리데이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명제약회사 백신제품서도 조류독감바이러스 발견
한 예로 2010년 독일 등에서 모 유명제약회사의 백신제품에서 다량의 조류독감바이러스가 혼입돼 큰 이슈가 되고, 해당 백신을 접종한 많은 어린이들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같은 사건이 심심치 않게 1년에도 수차례씩 발생하고 있는데, 바이러스 특성상 겉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이 일정 기간 동안 잠복해 있다가 불특정 시기에 갑자기 드러나고, 엄마에게 감염된 바이러스가 아이에게도 유전이 되는 경우도 있어 바이러스 검증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AIDS, AI(조류독감), 사스, 신종 인플루엔자 등 각종 바이러스 질환에 시달려 온 인류에게 최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사 바이러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환자에서 의료진으로 전염된 사례가 WHO에 보고된 사례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히알루로니다제 주사제 국내서 20여개 유통…철저한 관리 필요
히알루로니다제 원료 의약품의 경우 검증해야 할 바이러스 종류는 BHV(전형적인 병원성 DNA 바이러스), BPVI-3(소에게 파라인플루엔자 감염증을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 BPV(물리화학적 처리에 강한 저항성을 나타내는 모델 또는 비특이적 모델 DNA 바이러스), Visna(양의 뇌염과 폐렴의 원인이 되는 RNA 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 4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검증시험을 통해 제거·불활화될 수 있으므로 환자들에게 고순도의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은 20여개가 유통되고 있으며, 1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또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주사제)은 만성통증 치료(신경차단술) 및 수술 후 부종 및 멍 예방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맥을 통한 약물투여가 어려운 유·소아 및 노년층에게 이 주사를 병용해 피하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또 항암제나 항류마티스 약물의 경우에도 히알우로니다제 병용으로 정맥주사 대신 피하주사가 가능토록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시험이 미국 등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제품은 바이러스 검증을 거치지 않아 이상반응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 안전한 의약품 사용 위해 허가기준 강화해야
국내에서도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의 이상반응을 알아본 여러 연구보고서가 나왔는데, 이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이상반응이 히알루로니다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물 단백질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을 사용한 환자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은 히알루로니다제 때문이 아니라 불순 단백질(이물 단백질) 때문이라는 것.

결국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이 보다 안전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에 포함돼 있는 이물 단백질을 사전에 줄일 수 있는 기준(순도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 신절)이 마련돼야 하고, 공정과정에서 혼입될 수 있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바이러스 검증시험'이 꼭 수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동물유래 의약품의 경우 원료단계에서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고, 완제품에 대해서도 무균시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히알루로니다제 의약품의 경우 이물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위험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식약처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과 국내 기준에서 동물유래 의약품의 이물 단백질에 대한 순도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있는지, 그리고 바이러스 혼입을 차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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