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 돕는 것이 '인지상정'
어려운 이 돕는 것이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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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0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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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클럽

"아픈 사람 도와주고 없는 사람 챙겨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1995년 울산의대 고경석, 고려의대 김우경, 순천향의대 김용배, 아주대 박명철, 경희의대 홍성표 다섯 명의 젊은 교수들이 학계의 새로운 경향을 공부하기 위해 학술모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열악한 환경의 저개발국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고, 이는 베트남과 라오스의 선천성 기형아 수술사업으로 이어졌으며, 지금껏 15년 넘는 동안 지속해오고 있다. 본인은 단지 인지클럽의 '행복한 머슴'에 불과할 뿐이라 말하며, 즐겁고 유쾌한 봉사 이야기를 들려준 박명철 교수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만났다.

 

인지클럽은 1997년 베트남 어린이들의 구순열, 구개열 수술사업을 시작하게 돼 현재까지 15년간 수술을 지속하고 있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많은 베트남, 라오스의 안면기형 아동들에게 환한 웃음을 되찾아줬다.

베트남과 라오스에서의 수술사업뿐만 아니라 그 나라 의사들과의 학술적 교류 및 친선을 도모했고 그들의 교육과 연구에 도움을 주었다. 2003년부터는 베트남과 라오스 의사들을 한국에 초청해 그들의 교육, 연구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있다.

매년 초 해당 국가에서 선천성 기형에 대한 학술모임을 갖고 해당국가의 의사를 선정, 우리나라로 초청해 임상연수를 돕고 있는 것이다.

박명철 아주의대 교수·고경석 울산의대 교수·김용배 순천향의대 교수 3인의 공동대표로 이루어져있으며, 그회 회원으로 보령의료봉사상 22회 수상자인 김순남 원장(연세튼튼소아과)을 비롯, 권순만 원장(이스트만 치과)·김시오 교수(경북의대)·김시찬 과장(베트남 하노이 적십자 자성병원)·김용하 교수(영남의대)·김우경 교수(고려의대)·배용찬 교수(부산의대)·신병섭 교수(성균관의대, 마취과)·신옥영 교수(경희의대, 마취과)·오갑성 교수(성균관의대)·유대현 교수(연세의대)·이영석 사장(영신섬유)·임소영 교수(성균관의대)·정명현 교수(연세대의대)·조병채 교수(경북의대)·홍성표 원장(홍예성 성형외과)·최재홍 사장(보부양행)·현원석 원장(아이디 성형외과)·이상민 교수(성균관의대)·최강영 교수(경북의대) 등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단단한 네트워크를 쌓아오고 있다.

사업의 대부분의 재원은 회원 교수들의 자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행정적 지원을 위해 사단법인 의료인들의 NGO인 글로벌 케어가 후원하고 있다.

제대로 하는 것이 진짜 봉사다…수준 높은 진료 자부
처음 혈기왕성한 다섯 교수들이 인지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자청하고 나섰을 때, 연세대학의 김병수 총장이 사재 1000만원을 털었고, 나머지 비용은 교수들이 각각 100만원 씩을 부담했다. 김병수 총장의 후배였던 글로벌케어 박용준 대표가 행정적인 지원을 자청했다.

베트남에 가기로 마음먹은 지 불과 2개월만인 1997년 7월에 이들은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지클럽의 '인지'는 어려운 이를 돕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기도 하지만, 인도차이나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1997년도부터 15년 동안이나 지속해온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봉사를 즐기는 클럽이고 수술의 질적인 면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홍보 자체가 없었던 까닭이다.

"하노이 국립소아 병원은 세계 여러 곳의 선진국에서 온 방문의료팀의 수술이 진행되는 곳이죠. 그렇지만 우리가 가면 더 많이 반겨주고 좋아해줍니다. 바로 수술의 질 때문이죠."

국내 내로라하는 의사들이 가서 하는 언청이 수술.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까지의 얼굴이 오롯이 집도의의 손에 달려있다. 박명철 교수는 언청이 수술은 베트남 아이들에게 평생 한번의 기회이니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번은 미국 팀에서 수술을 100명 정도 해준 모양인데, 그중 반 정도가 문제가 생겼더라고요. 언청이 수술은 제대로 해야지, 얼마나 많이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대로 수술을 못해서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 외과적으로도 더 힘들거든요. 다른 이들을 도우려는 좋은 마음이 부디 수술의 질적인 면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봉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참 많지만, 특히 의료봉사 활동은 할 수 있는 만큼만 욕심내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선교의 목적으로도 의료 선교는 참 무난하잖아요.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어려운 사람 돕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넓게 봉사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인지클럽은 기술적인 면, 질적인 봉사에 치중하려고 노력해온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지요."

베트남, 라오스 내 선천성 기형아의 외과적 수술은 한국-베트남, 라오스 의사 사이의 학문적 교류로 이어졌고,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선천성기형아 수술 및 예방사업을 통한 우호 및 관계증진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지에서 닥터 박 의료팀이라고도 불리는 인지클럽은 일을 크게 벌리거나 나서는 일엔 관심이 없다. 후원을 받아보려고 시도했던 음악회도 이젠 그동안 참여나 후원하였던 사람들간 재상봉의 모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15년 원동력은 바로 의료봉사를 즐기는 마음가짐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지클럽의 의료봉사 활동은 참으로 합리적이다. 진짜로 도움이 필요한 곳 중,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을 물색해 베트남과 라오스를 돕기로 했고,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 50여 명의 소아들에게 수술을 해준다.

스크리닝부터 수술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겹기도 하지만, 매년 다시 찾는 이유는 확 달라진 아이의 얼굴에 감동하는 부모들과 함께 기뻐할 수 있어서다. 그렇게 인지클럽의 선천성 기형아동 수술을 통해 환한 웃음을 되찾은 소아들이 1000여명에 달하고, 학술활동 및 개발도상국 의사 연수 프로그램의 혜택을 본 현지 의사들은 40여명에 이른다.

인지클럽이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해온 덕분에 지난해부터는 베트남과 중국 국경 사이의 '사파' 지역 오지까지 베트남 의료인들과 함께 다녀올 수 있었다. 행정상 절차가 까다로워 포기하고 싶었을 때에도 닥터 박 의료팀의 선행이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베트남경제부장관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고경석 교수와 김용배 교수 등 전국에서 이름난 외과의들뿐만 아니라 소아과·마취과 의사들이 협업해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집니다. 수준 높은 진료는 우리만의 자부심이죠! 언청이가 아주 흔한 질병이지만 제대로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그리 많지 않아요.

실질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일을 지속해온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박명철 교수는 의사의 존재 이유는 환자이니, 개원을 하더라도 공적인 존재라 못박는다.

"베트남이나 라오스의 젊은 의료진을 초청해서 교육을 하면서도, 벌써부터 경제적으로는 안정되면서 편하다고 생각되는 미용수술 쪽을 선호하는 답답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의사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 봉사활동을 통해 무엇인가 얻어가고 배우려는 마음은 다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갖고 있는 마인드를 기본으로 공동체 안에서의 즐거움, 일종의 솔리더리티가 있었기에 지속적으로 활동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하노이에서 질 높은 수술로 인정받았고, 대만 등 세계적 성형외과 그룹이 속해 있는 병원의 의료진들과 교류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사들 교육을 위해 그들과 함께하는 것도 의료봉사의 즐거움 이후에 따라온 부수적인 결과다.

"얻는 것이 꽤 많은 활동입니다. 국내 의료진간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네트워크가 형성되니 말이죠. 우리 인지클럽의 맨파워는 대단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좋은 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이루어냅니다."

인지클럽은 앞으로 베트남, 라오스 지역뿐만 아니라 미얀마와 아프리카 오지까지 봉사의 영역을 확대시키고 싶다. 지금처럼 신중하게, 그래서 내실 있게 차근차근 확대해나갈 예정으로 미얀마 지역 병원과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글 정지선(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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