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리베이트 규제 필요하지만 행정처분은 너무 엄중
리베이트 규제 필요하지만 행정처분은 너무 엄중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04.20 17:4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정책포럼,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주제
시행 2년된 리베이트 쌍벌제 여러 가지 문제 발생…제도개선 시급하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행정처분이 다른 의료법 위반사항에 비해 지나치게 엄중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19일 오후 7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제36차 의료정책포럼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지 2년이 경과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범죄 구성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점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점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 ▲자율적 규제가 미흡하다는 점 때문이다.

현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주요 국가의 리베이트 규제 상황을 검토했는데, 미국의 규제 방식을 우리나라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현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은 리베이트에 대해 엄격한 규제와 처벌을 하면서도 ▲정부에 의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영역에 대해서만 의약품 리베이트를 금지하고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Safe-Harbor)을 우리나라 보다 폭넓게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리베이트에 관한 교육과 홍보자료를 제시하고 ▲의사대상 지불공개법을 통한 사전적 규제방식도 채택하고 있는 것은 물론 ▲관련 업계의 자율적 규제도 존중하고 있다.

▲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현두륜 변호사 ⓒ의협신문 김선경
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이나 행정부에서는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허용하는 7가지 예외사유(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등) 이외에 모든 경제적 이익 수수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같은 해석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 등 범죄의 주체가 모호하고, 제약회사 등이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판매촉진 목적이 추정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실제 사례에서는 제약회사 등이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 판매촉진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사실상 추정하고 있어 판매촉진 목적에 대한 제한적이고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제공자 입장에서 판매촉진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령자의 입장에서 의약품 처방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수령자의 인식과 상관없이 수령자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해석상 논란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일부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시행규칙에서 정하지 않은 나머지 유형의 경제적 이익 중 판매촉진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판매촉진 목적이 다소 있더라도 경미해 통상적인 판매촉진 활동의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행위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행정처분이 지나치게 과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리베이트 규제현황을 소개한 현 변호사는 "불법 리베이트 수수에 대해서는 최대 5년의 형사처벌, 연방정부 의료서비스 프로그램 참여 배제, 수수된 리베이트 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민사 금전벌,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등의 엄격한 처벌이 따르지만 자율적 규제도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의료인이 경제적 이익을 수수했다는 사실만 있으면 구체적인 대가성이나 부당성 여부를 묻지 않고 처벌하고 있는데, 리베이트의 위법성 판단에 있어 부당성과 대가성 요건을 추가해 리베이트를 '의약품 채택 처방유도' 등 '부당'하게 판매를 촉진할 목적과 그 '대가'로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이라고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다수의 토론자들이 현행 리베이트 쌍벌제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먼저 갈원일 전무(한국제약협회)는 "허용되는 7가지 중에서도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고 명쾌하지 않다"며 "판촉행위에 대한 범위와 규정을 좀더 명확히 해주면 제약회사들이 마케팅을 할 때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윤용선 회장(대한의원협회)은 "리베이트는 윤리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며, 리베이트가 의약품 가격을 상승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불법과 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예외규정을 완화해 제약회사의 합법적 영업을 보장해야 한다"며 "의사의 행정처벌을 상식적 수준으로 완화하고 제약회사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회장은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방안으로 의료수가 적정화, 정부의 약가산정정책 변화를 통한 복제약가 인하, 국내 제약회사 경영개선 및 구조조정, 복제약의 무분별한 시장진입 규제,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약국의 불법 백마진 근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동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리베이트 근절의지와 이 문제해결을 위한 형사처벌 도입 등 정부의 고육지책을 수긍하면서도 전문가 집단인 의료인들에 대해 광범위한 형사처벌을 허용하는 입법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유를 좀 더 현실화 할 필요가 있고, 제약사와 의료계가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체 감시 및 시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하며, 아울러 정부와 국회는 허용돼야 할 리베이트와 불법으로 문제를 삼아야 할 리베이트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국회 입법조사처)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 거래 시 관행으로 인식되어온 리베이트를 규제하는데 있어서 의료법상의 관련 규정들에 많은 흠결이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입법 영역에서 다듬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 ⓒ의협신문 김선경
또 "리베이트를 받은 행위를 범죄로 간주해 처벌하기 위해서는 죄가 성립돼야 하는데, 범죄의 주체와 목적성 등을 명확히 하지 않아 '범죄 구성요건'이 불명확하고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의 쌍벌제 조항을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범죄 우성요건이 불명확하고 유사한 다른 법률과 비교했을 때 처벌 규정에서도 다소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쌍벌제는 유지·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동섭 기자(조선일보)는 "리베이트를 없애는 것은 대의명분"이라며 "앞으로 리베이트가 계속 발생한다면 건강보험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명단공개라는 강력한 조치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리베이트가 근절되기 위해서는 의료계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혜인 사무관(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은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리베이트 쌍벌제는 행정처분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없애려는 의지가 크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이밖에 질의 및 응답 시간에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리베이트는 윤리적인 문제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더 많은 것 같다"며 "리베이트를 통해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리베이트가 사라질 것인가를 먼저 논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