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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외처방 약제비 판결..병원·공단의 분담비율만의 문제일까?
시론 원외처방 약제비 판결..병원·공단의 분담비율만의 문제일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04.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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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

현 두 륜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지난 3월 28일 대법원은 두 건의 원외처방 약제비 반환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에 접수된지 거의 5년만의 선고이다. 이는 그만큼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반증이다. 이 판결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사항을 두 개만 꼽는다면, 하나는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의사의 약처방이 과연 위법한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약처방이 위법하다면 그에 대해서 의사가 부담해야 할 손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여부이다.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은 어느 경우이든 급여대상에 포함될 수 없으므로, 요양기관은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해서는 아니된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을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처방전을 발급했다면, 그 처방이 비록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으로써 가입자 등에 대해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보험자로 하여금 요양급여대상이 아닌 진료행위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하는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써 보험공단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두 번째 쟁점에 관련해서, 대법원은 약제비 중에 환자 본인부담금은 공단의 손해가 아니므로 이는 보험공단이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공단 부담금에 대해서도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서 병원의 책임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앞으로 공단 부담금에 대한 분담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가 핵심 쟁점으로 남게 됐고, 이는 서울고등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그에 따라 앞으로 양측의 책임제한 사유와 그 범위에 관해 치열한 법정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에도 1심 판결 중에 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었다. 그 사건에서 법원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의사의 원외처방으로 인해 공단이 약사에게 약제비를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그 약제비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기준 위반 원외처방 약제비 문제는 의약분업이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파행적으로 운영됨으로써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병원에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병원측의 책임을 제한해야 할 사유로 제시된 것은 1)약처방 건 중에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급여기준 벗어난 처방의 필요성 등을 갖춘 경우가 있었다 2)이 사건 원외처방은 임의비급여에 관한 2012년 대법원 판결 선고 이전에 발생했다 3)병원이 원외처방으로 직접적으로 취한 이득은 없다 4)요양급여기준 범위내의 약을 처방하지 않게 됨에 따라 공단의 지출을 면한 경우도 있어 보인다는 점 등이다.

그 외에도 요양급여기준, 심사 및 이의신청 절차, 약제비 지급 시스템, 약사의 확인의무 등과 관련된 내용도 책임제한 사유로 지적될 수 있다. 먼저, 요양급여기준과 관련, 요양급여기준이 과연 의학적 타당성을 갖고 있는지, 그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지, 그리고 모든 의사들에게 공개되고 있는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약제비 심사와 관련해서는 부실하고 형식적으로 심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는지, 일관된 심사를 하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심사기준이 달라지고 자의적으로 심사하지는 않았는지 등이 문제된다. 그리고 급여기준에 벗어난 약처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아직까지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약사의 확인 의무 위반에 대해 약사에게는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개별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모두의 문제이다. 그리고 단순히 급여기준을 벗어난 원외처방 약제비에 있어서 병원과 보험공단의 분담비율을 정하는 문제를 넘어서 의사 처방권, 의약분업, 건강보험 진료비지급 시스템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 그에 따라 앞으로 의료계 전체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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