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한국'을 깨운다
'임상시험 한국'을 깨운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04.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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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구 국가임상시험사업단장(서울의대 교수·임상약리학)

지난 2월 신약개발 관련 R&D 주요 동향을 다루는 세계적 저널인 'BIOSPECTRUM'은 세계 임상시험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을 주목하며 '명확한 승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세계 임상시험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한국을 보태 'BRICK'로 명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0년 3건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다국가 임상시험은 지난해 303건에 이르렀고 367건의 국내 임상시험을 합하면 모두 670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이런 비약적인 발전의 중심에는 국가임상시험사업단(Korea National Enterprise of Clinical Trials, KoNECT·이하 코넥트)이 있다. 2007년 출범한 이후 연평균 20%가 넘는 성과를 이뤄냈으며 특히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60%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떤 비방이 작동한 것일까. 산파역을 맡아 국가임상시험사업단을 출범시키고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신상구 단장(서울의대 교수·임상약리학)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임상시험 리더십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보건복지부 정책 프로젝트로 시작한 코넥트가 성과를 거둘수 있었던 데에는 내실있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한 몫 했다. 정부와 기업과 학계를 연결하는 구심점이 됐고 전문 인력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궂은 일을 도맡았다. 성과를 이뤄낸 속살을 헤쳐봤다.

"올해말 사업이 마무리되면 총 900억원이 투입됩니다. 전국 15곳의 지역임상시험센터가 선진국형 임상시험센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이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정된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이외에 글로벌선도센터 두 곳을 추가로 지정해 4곳에 100억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2008년부터는 임상시험 관련 8개 직능별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해마다 5000~6000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신기술지원을 위해서도 세계적인 동향을 추적하고 분석해 새로운 정책과제를 개발해 오고 있습니다. 72개의 신기술개발 연구가 진행중이고 국내외 18곳의 기관과 MOU를 맺고 상호협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대외홍보사업을 통해 임상시험 연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왔습니다."

2004년 지역임상시험센터사업이 시작된 이후 15곳에 40억원씩 모두 600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지난해 지역임상시험센터 15곳이 수주한 임상시험 실적은 2800억원에 이른다. 비용 대비 효과가 두드러진다.

"코넥트가 출범전 세계 시장에서 25위권이던 한국이 지금은 전체 임상시험 규모 측면에서는 10위권, 질적인 측면을 평가할 수 있는 임상시험 계획서 소화량으로 보면 6위권입니다. 잘 갖춰진 의료인프라의 덕도 많이 봤지만 질적으로 우리의 임상시험 수준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스크립스'에서 밝힌 비지니스 리포트에 따르면 임상시험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나라 가운데 '넥스트 웨이브 리딩' 국가로 한국을 꼽고 있습니다. 임상시험 증가율·규모·GDP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낸 결과여서 더욱 의미 있습니다. 외국의 기업이나 관련 전문가들에게 코넥트의 존재가 깊이 각인돼 있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연평균 20% 성장. 꾸준함이 돋보인다. 2008년 불어닥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지켜낸 결과여서 더 그렇다.

"임상시험은 세계 제약시장 동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제약산업 R&D분야는 보험제도나 약가제도의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해마다 10%씩은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제약산업도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임상시험 시장 역시 상당히 위축됐습니다. 임상시험은 늘지 않고 오히려 시험기관은 연간 18%씩 줄어들었습니다. 우리의 가치를 알리고, 내실을 기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이 이제 조금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는 것도 어렵지만 성장기조를 지켜내는 것은 더 어렵다. 임상시험 시장에서 승자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보공유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외국의 많은 기업들이 코넥트를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그 정보를 통해 임상시험기관을 연계해 주기도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보망도 재구성해 줬습니다. 이제는 각 병원들의 정보가 공유돼야 합니다. 각각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유하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의 임상시험 규모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와 관련 세계적으로도 많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세계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경쟁력을 갖추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코넥트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온 분야이지만 이제 병원들도 나서야 합니다."

내년 초 6년간의 코넥트 프로젝트는 마무리된다. 지금까지의 쌓아온 성과와 노하우는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포스트 코넥트'의 밑그림은 나와 있을까.

"코넥트는 국가 R&D 프로그램으로서 최고의 효율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산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충분히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는 그렇지 못합니다. 임상시험분야가 제약산업 속의 R&D이지만 독립된 산업이기도 합니다. 일년에 100조원 정도 규모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큽니다.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시작한 글로벌선도센터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는 코넥트 중심으로 임상시험 활성화가 이뤄졌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자체가 경쟁력 갖춘 비지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포스트 코넥트에서도 관(官)·산(産)·학(學)을 연계한 프로젝트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대외적인 홍보도 소홀히 할 수 없고 특히 임상시험 전문가 배출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유지돼야 합니다. 우리가 임상시험을 아시아지역에서 제일 많이 하고 있지만 인력이 글로벌한가에 대해서는 미진한 점이 많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은 꼭 필요합니다."

▲ ⓒ의협신문 김선경
코넥트의 당초 목표는 사업 종료시점까지 600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었지만 지난해 이미 목표 이상의 결실을 거뒀다. 어느정도 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또 무엇을 해야할까.

"코넥트는 세계 여러나라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유지돼야 합니다. 몇년간 많은 비용을 들이고 그대로 묻어버리는 상황이 되면 안됩니다. 정부 의지가 확인되면 시장은 커집니다. 암묵적으로라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호주는 인구나 의료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우리 절반 정도이지만 연간 600개가 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뒤집어보면 우리가 지금보다 2배 이상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발전 가능성은 큽니다."

임상시험 분야에 몸담은지 20년. 그를 통해 임상시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고 외연도 넓혔다. 코넥트에서의 5년은 가능성을 현실로 일궈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한 해 뒤면 코넥트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지만 '큰 어른'으로서 그의 손길이 머무르길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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