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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도랑치고 가재 잡아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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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재 인턴기자·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4.1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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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국제학회 전성시대…굵직한 행사 13개·해외참가 인원 3만여명
학술발전 바로미터·경제 부가가치 창출 "지나친 규제 완화해야" 한목소리

바야흐로 의학계 국제학술대회 전성시대다.

올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의학계 국제학술대회는 한국관광공사 공식등록 기준 13개. 해외에서 참석하는 인원만 3만 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관련 학회 및 학과의 학술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뿐 아니라, 경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인적자원과 문화를 교류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의협신문>이 올해 예정된 굵직굵직한 의학계 행사의 준비위원장들을 만나 국제학술대회 열풍 현상을 진단해봤다.

Cover Story

아시아 의학강국, 일본→한국으로 무게중심 이동
해외석학 수백명이 몰려오는 의학계 국제학술대회는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대신 국내에서 세계학회에 연자로 초청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경우가 흔했다.

최근엔 사정이 다르다. 높아진 국격과 더불어 학술대회 개최지가 한국으로 결정되고,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을 찾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의학계 국제학술대회는 대개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제20차 국제이비인후과연맹 세계 학술대회는 1965년 제8차 대회가, 제 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학회는 1978년 제11차 대회가 일본 도쿄에서 열렸고, 2015년 한국에서 열리는 제12차 세계중환자의학회는 1989년 일본 교토에서 제5차 대회가 열린 바 있다.

일러스트 윤세호 기자

그간 아시아에서 일본이 유일하게 의학계 국제학술대회의 주연으로 인정받고 있었다면, 이제 한국이 당당히 주역으로 올라섰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학술대회 유치에는 높은 의학수준과 더불어 국제 무대에서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쌓아온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증수 2015 국제중환자의학회장(연세의대 교수)은 "한국에서 의학계 국제학술대회를 활발히 개최하게 된 것은 그간의 노력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 참석이 끝이 아니죠" 문화관광 '일석이조'
의학계 국제학술대회 유치에 어떠한 장점이 있기에 각 국가는 앞 다퉈 개최를 원하는 것일까? 먼저 국내에서 진행되는 의학연구에 대해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홍보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최병휘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은 "그 동안 우리나라는 언어적인 장벽 문제도 있지만, 일본에 비해 세계학회에 발표하는 기회를 가지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국제학술대회를 한국에 유치해 진행 중인 연구과제를 널리 알리면 향후 해외에 초청받을 수 있는 기회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국제학술대회 유치를 통해 연구자들이 세계 학회지에 논문을 싣는 데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다른 국가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에도 연자로서 초청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학술대회 개최가 국익 창출의 숨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의학계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의사·교수·학자 등 각 분야의 지도적인 인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한국에 방문해서 학술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방문해 명동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하고, 남산에 올라가 서울의 야경을 즐기며, 경복궁에서 한국 문화의 정취를 느끼기도 한다. 일차적인 부가가치 외에도 '한국=가고 싶은 나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문화알림이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학계를 넘어서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 받는 국제학술대회도 있다. 오는 6월 개최를 앞둔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학회가 대표적 예다. 노년의학의 권위자 5000여명이 참석하는 이 대회에는 4000여개의 논문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학술대회에서는 노인병의 예방과 치료, 노인 정신의학 부분의 치매 예방관리 등을 중심으로, 장기요양 관리·연금 및 보험 등 정책적 측면, 고령화 사회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경제학적 측면을 아우를 계획이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차흥봉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학회의 학술위원장(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에서의 정책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될 시의적절한 대회로, 전 사회적인 의미를 지니는 행사"라고 소개했다.

<표>2013 의학계 국제학술대회 개최 현황

학회 명 일정 장소 참가국 해외 전체 
파킨슨 병 및 관련 질환에서 정신장애 및
기타 비운동 증상에 관환 제 9차 국제회의
 3월 18~21일 서울 코엑스   600 700
제29차 세계 인유두종바이러스 학술대회  5월 3~9일  서울 교육문화회관 60 1500 2000
제20차 국제 방사선 의학품 학술대회  5월 12~17일  제주 ICC 40 600 800
제20차 국제이비인후과연맹 세계학술대회  6월 1일~5일  서울 코엑스 90 4500 6000
제3회 세계흉부영상의학회 학술대회  6월 8일~11일  서울 코엑스 100 1000 1500
제24차 세계소아치과학회 학술대회  6월 12~15일  서울 코엑스 20 400 1000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학회  6월 23~28일  서울 코엑스 100 4000 6000
제101차 세계치과의사협회총회  8월 29일~9월 1일  서울 코엑스 145 10000 20000
제8회 세계병리학회 아시아태평양 학술대회  9월 5~8일  부산 벡스코 10 400 800
제5회 세계수면대회  9월 7~11일  서울 코엑스 60 1200 2000
제15차 세계신경외과학술대회  9월 9일~13일  서울 코엑스 100 3000 1500
제29회 국제간질학술대회  9월 중  서울 코엑스 50 3000 4000
핵의학 심포지움 및 의료영상 컨퍼런스  10월 27일~11월 2일  서울 코엑스 50 2500 3000

경기침체에 공정거래법 이중고 "정부·기업 지원 절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굵직굵직한 학술대회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해외 참석인원이 예년 대비 약 15% 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면서 전쟁이 날 것을 우려해 초청연자들이 방한을 취소하는 사례도 전해지고 있다.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평균 소요되는 예산은 20∼30억 원. 이를 회비로만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제약업체 또는 의료기기업체의 후원을 통해 예산을 충당하는 관례가 일반적이었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

공정경쟁규약의 까다로운 절차와 규제가 업계 참여를 가로막으면서 후원 자체를 받기 어려워진 것. 대대적인 불법 리베이트 단속으로 흉흉해진 분위기에, 경제난이 겹치면서 성심껏 행사를 준비해온 주최측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업계 및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세계 석학들을 만나고, 전 세계에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제도적 규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학회 이사장은 지난해 정부가 약값을 일괄 인하하면서 국내제약업계들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전문가 단체가 협력해 제시한 새 모델이 눈길을 끈다.

앞서 언급한 세계노년학·노인의학학회의 경우 이례적으로 대회 유치단에 당시 송재성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나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홍보하고, 제약사가 아닌 보험사가 공식후원기업으로 나섰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 정부·기업·학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사례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른 의학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차흥봉 학술위원장은 "국제학술대회 유치는 의학계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슈가 될 수 있으며,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정부와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해 의학계 국제학술대회 유치를 위해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김종선 제20차 국제이비인후과연맹 세계학술대회 대회장은 "보건복지부와 더불어 문화관광부 등 관련 부처들의 지원이 있다면 유치를 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해외 참가자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감이 있다"면서 "로마의 경우, 개최를 로마에서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약 2000여명이 추가로 참석한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 의사라면 세기에 다시 안 올 기회"

인공와우수술에 있어서 권위자로 손꼽히는 김종선 소리귀클리닉 원장<사진>은 서울대병원 은퇴 후에도 활발한 학술활동과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오는 6월 1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0차 국제이비인후과연맹 세계학술대회에서 학술위원장으로 활동 후 국제이비인후과연맹의 차기 회장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이번 학술대회가 "세기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며 이비인후과 교수·전공의 뿐 아니라 일선에서 개원하고 있는 전문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학술대회의 개최 의의는?

세계학술대회를 유치함으로써 먼저 대한이비인후과 학회의 세계적 위상이 올라간다. 회원들에겐 첨단 술기를 멀리 가지 않고도 직접 배울 수 있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 빠르게 접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마지막으로 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가능하다. 이비인후과 내에도 다양한 전문 분과가 존재하고, 다루는 질환도 난청·이명·현기증·음성학 등 다양한 질환이 있는데 이에 대해 국민에게 보다 정확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유치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경쟁을 뚫었나?

이번 20차 학술대회는 1965년 일본에서 8차 학술대회가 열린 이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것이다. 대륙을 돌아가며 4년에 한 번 열리게 되는데, 이 같은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발 벗고 나섰다.

2002년부터 국제이비인후과연맹 이사(board member)로 재임하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최근 10∼20년간 국제무대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향상된 점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 결과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학회 총회에서 싱가포르, 두바이와의 경쟁을 뚫고 개최지로 선정됐다.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정책적인 제언을 해준다면.

작은 규모의 세계학술대회를 여러 차례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다만 준비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학술대회를 할 때는 각 장소가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의 경우 건물의 한·두층 내에서 모두 해결이 된다. 그런데 코엑스의 경우 그렇지 못하고 내부 동선이 길어진다. 규모에 비해 이런 점은 다소 아쉽다.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제약 등 의료관련 산업이 많이 위축되면서 후원을 받는데 애로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큰 규모의 세계학술대회에는 공정경쟁규약이 완화돼 적용되는 면은 있지만, 좀 더 현실화, 간소화되면 좋겠다.

평생을 대학에 재직하다가 개원가로 진출한 소감은. 후학들에게 당부 한마디.

최근 국내 개원가는 높은 전문성과 큰 규모를 띠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이비인후과는 세부적인 분과가 많아 전문성을 살리기 좋은 분야이다. 이런 병원에 전문성을 요하는 환자들이 몰리면서 다양한 증례의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고,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경우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원의 중에도 활발한 학술활동을 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국내의 이비인후과 전공자들이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확대하고, 세계적인 석학들과 학술·인적 교류를 한다면, 이비인후과라는 특과를 선택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안성재 인턴기자(연세의대 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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