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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전국의사 대표자 워크숍 무엇을 논의했나
[집중취재]전국의사 대표자 워크숍 무엇을 논의했나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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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사 대표자 워크삽 무엇을 논의했나
분업투쟁 방향잡기 열띤 토론



“신중하게, 그러나 결단의 순간엔 단호하게.”
의약분업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의사대표자들은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의약분업 대책을 제시하자”는 화두를 던졌다.

지난 2년여간 험난하게 펼쳐진 의권쟁취 투쟁 일선에서 회원들을 독려하고,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온 시군구 의사 대표자들은 “신중하고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회원들의 민의를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약분업 대책을 제시하자”며 워크샵을 정리했다.

이번 워크샵은 전국의사대표자가 한데 모여 의약분업 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어떤 대책과 대안을 갖고 투쟁을 전개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료계 안팎에 관심을 모았다.

6·23 워크샵은 긴 투쟁과정에서 불거진 의료계 내부의 문제점을 재점검하고 전열을 새롭게 정비하기 위한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7만 회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직선에 의해 선출된 신상진 회장과 집행부의 회무 추진을 점검하고, 의사대표자간의 의료계 정책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당초 직선 집행부는 대표자대회를 통해 회원들의 밑바닥 정서를 살피고, 흐트러진 회원 정서를 가다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의협 집행부는 6·13 지방선거에서 현 여당의 참패 원인이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문제도 결부돼 있지만 그 기저에는 실패한 의약분업 정책으로 인한 국민불편, 의료비용 가중, 의약품 오남용 방지 실패라는 3대 악재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 한편 의사 사회의 결집된 여론을 바탕으로 정치세력화의 기치를 높이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었다.


워크샵 주제발표에 나선 정상혁 교수(포천중문의대 예방의학)는 `의약분업정책의 평가' 주제발표를 통해 “약사들의 임의진단 및 처방에 따른 약제의 조제 및 판매가 존재함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이는 적어도 의약분업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 교수는 기초의학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의약분업정책평가연구회' 활동을 통해 의약분업 정책을 학문적으로 연구·평가해 온 일원 중 한 명. 국민 건강에 일대 변혁을 불러온 의약분업 정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의약분업 이후 일선 의료현장에서 약사들의 임의진단 및 처방에 의한 불법 조제와 판매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심심치 않게 접해온 의사대표자들에게 상당한 공감을 얻었다.

워크샵에 참석한 전국대표자들은 `완전철폐안', `국민선택분업안', `현행 틀 유지 수정보완안' 등 3가지 쟁점을 놓고 분임토의에 들어갔다.

`완전철폐안'을 중점 논의한 1분임토의에서는 분업 철폐시 긍정적인 측면으로 4조원의 재정을 절약할 수 있으며, 국민들의 의료이용 편의를 높이고,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제기됐다.

반면 완전철폐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사실상 허용하는 것일 뿐 아니라 현 수가체계하에서 원외처방료와 원외조제료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지적됐다. 이밖에 충분한 재정확보, 의료전달체계 확립, 국민의식 전환, 적정 의·약사 인력 구성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먼저 파악한 후 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대표자들은 의약분업은 현 정부에서 결론이 날 문제가 아니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 자리에서는 회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과 함께 의료계 내부의 단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터져 나왔다.

완전철폐를 위해서는 진료현장에서 본인부담금 감소와 의료보험료 절감을 홍보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길거리 투표를 포함한 여론조성에 나섬으로써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여 대선 후보가 의약분업 재검토를 정책으로 내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논의의 초점이 모아지기도 했다.
2분임토의에서는 의약분업 완전철폐의 구체적 대안으로서 `국민 선택분업'을 놓고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찬성 토론에서는 한국적 상황에서 완전분업이 불가능할 뿐 만 아니라 의사들의 조제권 확보 차원에서 국민 선택분업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증가돼 금융차입금이 11조에 달하고 있고, 국민 여론이 의약분업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며, 정치권과 언론 등 대외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으므로 선택분업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반면 선택분업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의사 조제료의 삭제와 함께 조제담당자 추가 고용에 따른 부담 가중 문제가 일차적으로 제기됐다. 또한 선택분업을 실시하더라도 임의조제(불법조제)가 근절되지 않으리라는 전망과 함께 시민단체와 여론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반대 주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분임토의 참석자들은 선택분업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함께 제반연구를 선행하여 국민과 의약계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후에 이슈화해야 한다는 신중론에 공감을 보냈다. 대표자들은 의료정책연구소 등을 활용하여 국민, 정부, 약계 등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연구한 후 회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하자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행 틀 유지 수정 보완안'을 중점 논의한 3분임토의에서는 의약분업의 다양한 대안에 대해 회원들의 이해가 부족하므로 명확한 인식을 형성한 후에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신중론'으로 대세가 기울었다. 대표자들은 회원 정서는 분업 철폐이며 이미 의약분업 제도는 선택분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국민이 원하는 바를 면밀히 검토하여 집행부가 대정부 협상 전략을 수립·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3분임토의 논의결과 의약분업 대책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한 후에 회원간 공감대 형성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집행부의 회무 추진에 대한 아쉬움도 쏟아졌다. 임의·불법조제 근절을 위해 의협 차원의 가시적 활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심도있는 대비책을 강구하고, 실거래가 보완을 통해 약사의 조제료를 줄이는 문제와 함께 사보험 도입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나왔다.

종합토의에서도 분임토의에서 활발히 제기됐던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다.
전국의사대표자들은 `완전철폐안', `국민선택분업안', `현행 틀 유지 수정보완안' 등 3개 분임토의에서 논의된 장점·단점과 대안이 각각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연계돼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면밀한 연구검토와 회원 및 국민 공감대 형성작업을 거쳐 대책을 도출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와 함께 의약분업의 원칙이 훼손되고 변질되고 있는 문제와 건강보험 재정적자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진료권 침해 문제에 원칙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도 정리했다. 일각에서는 의약분업을 실시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 분업을 유보해야 한다며 분업철폐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부 실패의 해법을 의료계가 나서서 찾아주는 것은 안되며, 끝까지 분업 철폐 주장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의약분업이 아니더라도 자연적인 의료비 증가로 재정 수입과 지출 구조가 역전된 상황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의료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전망도 쏟아졌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직선 의협에 대한 대표자들의 기대와 주문의 강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원들을 대동단결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어떻게 의협을 이끌고 갈 것인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랐다.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지제근 대한의학회장은 “오늘 워크샵은 1∼3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자리는 아니다”며 “어떤 것이 의료계에 제일 좋은 것인가를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를 통해 도출해 내야 한다”고 워크샵을 정리했다.

지 회장은 “의사만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하는 입장에서 의약분업 대책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의협은 오늘 제기된 대표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회무를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워크샵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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