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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15:39 (금)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04.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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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혁·은희철·송영빈 지음/커뮤티케이션북스 펴냄/3만 2800원

 
"의미가 명확한 용어만 살아남을 수 있고, 소통될 수 있는 용어만 가치가 있다."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정보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됐다. 놀라운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정보지식사회에서 전문용어는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명료한 용어는 정보화시대를 뒷받침하는 기본 자원이다. 용어의 장벽은 낮아져야 하며 전문용어 역시 일반인의 어휘세계로 들어와야 한다. 전문용어가 사회와 유리된 소수 학자의 전유물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자어·일본어·영어가 혼재돼 있는 의학용어는 어떻게 하면 쉽게 바꿀 수 있을까.

정인혁 가톨릭대 응용해부연구소 초빙교수(연세대 명예교수)·은희철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피부과)·송영빈 이화여대 교수(인문과학부)가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전문용어 만들기>를 펴냈다.

그동안 우리말 의학용어를 비롯 알기 쉬운 전문용어를 만드는데 앞장서 온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일본에서 들어온 전문용어의 문제점과 쉬운 우리말 전문용어의 정당성을 언어학의 입장에서 입증하고(송영빈), 용어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문제가 있는 용어에 대해 쉬운 우리말 용어 만들기를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며(은희철), 한국어 전문용어의 역사적 변천과 쉬운 우리말 해부학 용어 만들기의 실제를 제시한다(정인혁). 이와 함께 의학용어의 우리말 순화과정에서 부딪히는 한자어·고유어의 해결방법, 접두사·접미사의 활용, 명사형 어미, 관형사, 은유와 직유 등을 실제 사례를 통해 살핀다.

언어학자와 의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쉬운 전문용어 만들기에 나선 것은 그 자체가 통섭이고 소통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의학용어에 대한 이해와 언어가치 측면의 효율성은 다른 어떤 것보다 쉬운 말을 통해 먼저 이뤄진다는 것을 노정한다.

'좌창'이 '여드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사들이 말하는 이치티오시스 벌가리스(심상성어린선·尋常性魚鱗癬)은 어떤가. 영어는 물론이고 한자어 조차 옥편을 들고서야 겨우 의미를 되새길 정도다. 그냥 '비늘증'하면 누구나 짐작이 가능한데도….

저자들의 고민은 의사가 하는 말을 환자가 알아들을 수 있게 하자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고 우리말 전용에 경도되지 않는다. 굳이 정착된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꿀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용어는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용어를 순화해 최종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훨씬 어렵다. 이 책의 초점은 고유어와 한자어의 대립이 아니라 어려운 용어를 쉽게 바꾸는데 있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전문용어와 언어의 힘 ▲쉬운 전문용어를 위한 언어학적 논의 ▲우리나라 의학용어의 역사 ▲해부학용어를 만든 과정과 그 내용 ▲의학용어 만들기의 실천 원리 ▲순화 과정에서 유의할 기술적 관점과 실제 활용 예 ▲새로 제안하고 싶은 의학용어 ▲결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김하수 연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막연한 당위론에서 벗어나 우리의 언어현실속에서 전문용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어떤 문제들을 찾아내 바로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실천적으로 고민하고 경험해 온 것을 집약하며, 의학용어의 미래를 진지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백상호 가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용어순화 과정에서 소홀히 해서는 안될 언어학적인 형태론·구문론을 되새길 수 있으며, 의학용어 한글화 과정에서 인식이 다른 집단 사이에 있었던 갈등의 흔적도 눈여겨 볼만하다"고 밝혔다(☎ 02-747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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