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10:24 (목)
설 곳 없는 실패분업

설 곳 없는 실패분업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2.06.24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업 이후 불편함 증대..정부 졸속 추진

“의약분업은 그동안 잘못된 의약품 사용의 관행을 바로잡고, 의·약인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여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고 선진의료체계를 확립하는 의료분야의 개혁조치다.”

이는 현 정부가 의약분업을 시행하기 이전에 대국민 홍보와 설득을 위해 99년 11월에 발표한 분업 관련 설명자료의 핵심내용이다.

이 자료에 명시됐듯이 “잘못된 의약품 사용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과 “의약인의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속에는 약사의 불법 의료행위를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인정해 준 `임의조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환자 진료에 필요한 모든 의약품은 의사의 진찰과 처방을 거쳐 약사가 조제하도록 의사와 약사의 직능과 역할을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근간을 이루는 대원칙으로 정의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업 시행 2년째를 맞아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이 같은 원칙과 목적이 과연 이루어졌을까.

불행히도 최근 학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답은 한마디로 “노(NO)”다.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서 공식 발표된 평가결과에서는 “약국은 비노출 소득의 확보, 환자는 분업으로 인한 비용과 불편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임의조제라는 약국과 환자간의 `묵시적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 분업 편익에 대한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또 분업 이후 환자는 불편함 등을 이유로 의료기관의 외래 접근성이 약 28% 저하된 것으로 추계, 양질의 선진의료체계를 향한 정부의 분업 시공은 부실공사로 판명나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분업 추진 당시 정부가 밝힌 “큰 부담 없이 선진 의료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은 사라지고, 이렇다 할 효과없이 국민들은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치의 추가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23일 가톨릭대 의과학연구원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 워크샵에서 이창훈 의협 의무이사는 분업 대책에 대한 기조발표에서 “분업을 시행하기 전에 선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정부는 너무 졸속으로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의약분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려면, ▲GNP 2만불 달성 ▲건보재정 적자 해소 ▲의약품 분류 재정비 ▲임의조제·대체조제 금지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사/약사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 등 모두 12가지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약분업 정책평가와 관련, 초청 강연자로 나선 정상혁 교수(포천중문의대·예방의학)는 “약사의 임의조제 등으로 분업 이후에도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은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실행 의지가 결여된 것”이라고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했다.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 효과가 없는 약을 먹도록 지시하는 것은 넌센스다.
따라서 현행 의약분업이 모든 부문에서 편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국민에게 커다란 부담만 주고 있음이 확인된 이상 잘못된 제도를 더 이상 유지해야 하는 명분은 없어진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선진의료체계를 조기에 확립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안이 도출되길 기대해 본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