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특집 "1차기관 담당 질환·진료의뢰 실효성 있게"
특집 "1차기관 담당 질환·진료의뢰 실효성 있게"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3.03.18 11:4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정부 '의료정책' 성공하려면 "이것부터"
① 의료 생태계 복원의 첫발…의료전달체계

 

 

박윤형(순천향의대 학장)

의료전달체계(Health care delivery system)는 원래는 의료공급체계를 말한다. 일차진료의 제공방식, 의뢰(referral)체계와 의뢰할 의료기관의 규모와 위치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1989년 공식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시행하면서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체계, 즉 수요체계로 규정하면서 국민의 저항을 받아 유지되지 못하고 명목만 남아있다. 그 때 부터라도 공급체계를 하나씩 차근차근 개선했으면 지금쯤은 상당한 진척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와 같이 의원·병원·종합병원·대학병원이 무한 경쟁하는 나라는 없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발전사와 같은 역사적인 맥락과 정부의 무대책과 방치, 의료계의 자율 조정 능력상실, 급격한 의사양성으로 의료시장 혼란 등 우리나라에 특수한 조건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역사적 산물이다. 따라서 한 번에 개선되기는 어려우며 최소 단기 10년, 장기 50년을 바라보고 지금부터 개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의료법의 전신으로 1951년에 제정된 '국민의료법'에는 의료기관의 종류는 '병원'뿐이었다.

1962년에 5·16직후 구성된 입법기구인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의료법이 개정됐다. 이 때 의료인 검정고시가 폐지되고 종합병원이 신설돼 의료기관은 병원과 종합병원 두 종류가 됐다. 그 후 1973년 유신헌법 제정 후 유신국회에서 개정된 의료법에서 지금처럼 의원·병원·종합병원으로 분류됐으며, 의원은 의료인만이 개원 가능하도록 하고, 병원은 의료법인만 개설하도록 했다.

의사면허는 이 때 일제히 갱신돼 새로 면허번호가 부여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그 당시 의사가 매우 모자라는 상황이었는데도 의료인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개정한 반면, 요즘 행정 관료들은 영리의료법인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그 당시의 안목이 더 높았던 것 같다.

이와 같이 국민은 의료기관을 '병원'이라고 불러왔으며, 많은 의원들이 규모를 키워 병원으로 변화했고 다시 종합병원, 대학병원, 의과대학으로 발전했다. 의원·병원·종합병원·대학병원의 근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은 당연히 의원·병원·종합병원·대학병원이 규모만 다른 같은 의료기관으로 생각한다. 의료기관 간 기능분담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의원과 병원, 대학병원이 외래환자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 가장 자유주의적인 의료제도를 가진 미국에서도 의원이 문지기(gate keeper) 역할을 한다.

미국의 직장의료보험 중 자유로운 의료기관 이용이 보장되는 보험가입자는 5%정도이다. 20%가 가입돼 있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gation)는 의원에게 철저한 문지기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

환자의 치료와 입원은 물론, 보험적용 여부도 의원의 의사들이 판단해 결정한다. 의원의 의뢰를 받지 않으면 입원하거나 병원의 외래에 갈 수 없다. 60%정도가 가입돼 있는 PPO(Preferred-Provider Organization)는 본인부담금에서 철저히 차별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병원 외래를 자유로이 이용할 수 없으며, 병원에서도 엄격히 검증된 의뢰환자 이외에는 외래진료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모든 병원이 외래진료에 병원의 역량을 집중한다. 이는 입원 수입만으로는 병원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00병상정도의 대학병원의 병상당 1일 수입은 30만원 정도이다. 하루 입원수입은 약 3억원 정도이고 한 달에 90억원, 1년에 약 1100억원 정도가 된다.

1000병상 정도를 운영하려면 인력은 대략 병상당 2.5명이므로 총인원은 약 2500명이 되며 인건비만 연간 800~900억원이 된다. 인건비 비율이 50%라고 할 때 총 운영비는 약 1600~1800억원이 필요하므로 500~700억원은 외래수입에서 보충해야 운영할 수 있다.

병원의 입원료를 조정하지 않고는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 불가능한 이유이다. 정부의 무관심과 정책부재, 대학병원의 외래확장, 보험자의 방조에 따라 국민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유로이 이용해 대학병원 외래는 점점 팽창했고 하루 1만명 이상을 보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 IOM)에서는 1차 진료기관 외래에서 진료할 질환을 ACSC(Ambulatory Care Sensitive Condition)로 분류하고 1차 진료기관에서 담당할 것을 권장했고, 미국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감기·고혈압·당뇨병·천식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도 우선 이러한 질병만이라도 1차 진료기관에서 담당하도록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환자를 병원에 의뢰하면 의원에게 '진료정보 제공료'를 지급하고, 대학병원에서 전체 외래환자 중 의원에서 의뢰한 환자 비율에 따라 환자 1인당 '소개환자 가산료'를 지급한다. 소개환자 비율이 높아질수록 가산료의 금액이 높아진다. 일본의 이러한 세심하고 합리적인 의료정책은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현재 의료전달체계 정책 중 유일하게 남은 상급종합병원에 갈 때 지참해야 할 진료의뢰서는 병원도, 보험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 제도에 적용되는 사람은 의료제도를 잘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는 농어촌에서 온 환자이거나 도시의 저소득층이다. 대학병원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 농어민이나 저소득층은 외래 예약도 어렵고 병상도 없어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제도화 돼 있는 진료의뢰 제도만이라도 관심을 갖고 제대로 시행해 보거나, 일본과 같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

정부에서는 시행하기도 어려운 '총액계약제'·'신DRG' 등 새로운 제도를 개발하기에 앞서 현존하는 제도부터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의료계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작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편리성을 높이면서 점차 비용효과적인 제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