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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법화 된 의사 역할·덕목 사회적 신뢰 근간

불문법화 된 의사 역할·덕목 사회적 신뢰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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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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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신년기획] Global role of doctors (5)

의료윤리에 대한 의사와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Golbal role of doctor연구팀'과 손잡고 <Golbal role of doctor>를 주제로 신년기획을 선보입니다.

세계의학교육연맹은 각 나라별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의사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Global Role of Doctor in Healthcare'라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사전문직의 고유의 가치(value)와 의무(duty)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상징화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이번 과제는 의사는 물론 일반사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직 바람직한 의사상이 정립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놓고 볼 때 매우 의미있는 과제입니다.

'Golbal role of doctor연구팀'은 지난 2년 동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재단법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대한민국의사의 역할과 덕목'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신년기획 <Golbal role of doctor>는 의사전문직의 가치와 의무를 정립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편집자주>

▲ 박재현(경희대 교수 의학전문대학원 의료윤리학)
어느 나라, 어떤 사회든지 기대하는 의사상이 있고, 이 의사상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또 의사전문직이 기대하는 의사상과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상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대가 원하는 의사의 역할에도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존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의사상' 또는 '의사 전문직의 원칙과 가치'를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나아가 이런 지침의 필요성과 가치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미국은 2008년에 60여개 단체가 연합해 미국 의사에게 기대되는 역량의 특성들을 기술한 GMP-USA라는 이름의 지침을 마련했다

'Global role of doctors' 연구팀이 기대하는 것은 한국판 GMP(Good Medical Practice)이다. GMP는 직역하면 '좋은 의료 행위'이고, 달리 표현하면 '모범의료행위지침'이다. 우리 사회에 없는 법이나 정책을 만들 때에 반드시 거치게 되는 단계는 외국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한국판 GMP를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여러 나라의 관련 지침을 살펴보고 우리 현실에 필요하고 적용 가능한 내용들을 정리해 나가고 있다. 영국·프랑스·캐나다의 현황이 먼저 소개됐고 이번에는 미국의 현황을 소개할 차례이다.

앞서 소개된 나라들의 현황을 정리해보자. 영국은 국가의료평의회(General Medical Council, GMC)가 의사의 등록·의학교육과 수련의 질 관리·의사면허의 관리를 맡고 있는데 GMC가 마련한 GMP는 의학교육과 의사면허 관리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평가와 판단의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는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윤리 지침의 형태가 아니라 '의사 직업윤리법'의 형태로 국가의 공중보건법에 포함시켜 놓았다. 프랑스 의사회는 의사 직업윤리법의 준수를 감시할 책임이 있으며 이 법의 위반에 대한 법적 처벌권도 갖고 있다.

캐나다는 의사협회가 주축이 되어 'CanMEDS'라고 불리는 지침을 만들어 의과대학 교육과정·전공의 교육과정의 평가와 인증·면허와 자격시험·평생교육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어떤 의사를 원할까? 미국의 의과대학과 병원들은 어떤 의사를 배출하기를 기대할까? 다른 법이나 정책과 마찬가지로 GMP의 경우에도 미국은 앞서 소개한 세 나라와는 그 맥락이 많이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앞의 나라들과 비교해 중앙집권적 경향이 덜하고, 의사의 면허 또한 주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8년에 60여개 단체가 연합해 미국 의사에게 기대되는 역량의 특성들을 기술한 GMP-USA라는 이름의 지침(Version 1.1)을 마련했다. 미국의 GMP는 영국의 GMP를 토대로 해 ▲환자 진료(patient care) ▲의학지식과 기술(medical knowledge and skills) ▲업무기반 학습과 향상(practice-based learning and improvement) ▲대인관계와 의사소통기술(interpersonal and communication skills) ▲전문직 행동(professional behavior) ▲보건의료체계기반 업무(systems-based practice)의 6개 역량 영역을 정하고 세부적인 항목까지 제시했다.

미국의사협회(AMA)는 GMP-USA를 AMA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침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동시에 이 지침이 인증, 면허 또는 자격에 활용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미국에는 AMA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GMP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GMP는 영국의 GMP를 토대로 해 환자 진료·의학지식과 기술·업무기반 학습과 향상·대인관계와 의사소통기술·전문직 행동·보건의료체계기반 업무의 6개 역량 영역을 정하고 세부적인 항목까지 제시했다

사실상 어떤 이름과 형태로 의사의 역할과 덕목을 규정하는 지침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AMA가 인정하는 GMP는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의사의 역할과 덕목을 분명히 하고 이를 지침으로 삼아 의사의 업무에 적용하고 잘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는 다른 나라의 GMP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가이드라인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AMA의 윤리 강령(Code of Medical Ethics)이다. 홈페이지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두루뭉술한 우리나라 의사협회의 윤리강령과 달리 미국의 의사윤리강령은 160년의 역사와 함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임상 의사에게 권위 있는 윤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MA 홈페이지의 의료윤리 부분은 선언적인 내용 위주의 윤리 강령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사례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 '질의/응답' 등의 실질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의사윤리강령은 GMP의 윤리와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부분을 잘 담아내고 있다.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의 역할과 덕목을 정하고 이를 의료 현실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이고 이런 노력이 미국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영향을 주었다

둘째, 전공의 교육 인증 기구인 ACGME(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가 규정하고 있는 여섯 개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ies)과 그 세부적인 내용들이다.

ACGME가 정한 여섯 가지 핵심역량은 ▲환자 진료(patient care) ▲의학지식(medical knowledge) ▲업무기반 학습과 향상(practice-based learning and improvement) ▲보건의료체계기반 업무(systems-based practice)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대인관계와 의사소통기술(interpersonal skills and communications)이다. ACGME의 핵심 역량은 전공의 교육은 물론 거의 모든 의과대학의 의학교육과 평생의학교육의 교육·평가·인증의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현황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이 GMP라는 이름의 구체적인 지침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의 역할과 덕목을 정하고 이를 의료 현실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이고, 이런 노력이 미국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GMP 논의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GMP라는 문서화된 지침 자체보다 의사의 역할과 덕목을 정리해 나가는 사회적 합의 과정과 GMP를 의사 전문직의 교육·평가·관리에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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