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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인센티브 제도…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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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1.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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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 인센티브 잘못하면 '독'…비인간적 제도 전락할수도
경영위기→잘못된 인센티브제 도입→신뢰도 하락 '악순환'

Cover Story

A대학병원에 근무하는 B교수는 점심을 거른 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오전진료 시간이 1시간 늘어난 셈이다.

B 교수는 오후 6시면 마감하던 진료시간을 늘리고 있다. 자신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진료시간을 늘리고 있는 것.

수술 시간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야간은 물론 공휴일에도 수술하는 교수들까지 등장했다.

연장진료와 공휴일 진료를 해야만 겨우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동네 병·의원들의 진료풍토가 대학병원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오래 대기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어 환영이지만 교수 개인의 입장에서는 사생활과 삶의 질을 상당부분 포기하고, 희생해야 한다.

이러한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유형무형의 인센티브와 성과급 등이 쥐어진다.
과에 따라 인센티브는 몇 백에서 몇 천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A병원 관계자는 "교수에 따라 7000만원 가량 급여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경력이 오래됐다고 더 많은 급여를 받아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봐야죠. 요즘엔 (진료를 많이하는)젊은 교수들이 더 많은 급여를 받아가기도 합니다."

A병원 행정파트 직원은 "인센티브제도 도입 이후 환자들의 진료대기 시간이 짧아지고, 오래 기다려야 했던 수술도 더 빨리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 아니냐"고 했다.

"열심히 하면 그만큼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인센티브제도는 민간 대학병원은 물론 국립대병원까지 확산되고 있다. 경력이 오래됐다고 월급을 많이 주던 시대가 마감되고 있는 것이다.

경력 오래됐다고 월급 많이 주던 시대 끝났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C대학병원이 2억원대의 고액연봉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은 C대학병원으로부터 받은 급여자료를 인용, 겸직교수들의 연봉이 최대 3억원대에 달하며, 2억원이 넘는 의사도 81명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초점은 억대 연봉보다는 환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선택진료수당과 선택진료연구비로 재원을 마련했다는 대목에 집중됐다. 선택진료수당과 선택진료연구비를 합해 1억원이 넘는 수당을 받은 의사가 17명에 달했으며, 5000만원 이상은 207명으로 조사됐다.

C대학병원은 2011년 한 해 동안 선택진료를 통해 591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이중 393억원을 의사의 선택진료 수당으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은 "국민의 공공의료를 책임져야 하는 국립대학병원마저 공공성은 잊은채 고액의 '선택진료비'로 거둬들이는 막대한 수익으로 병원과 의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선택진료비 상한선·선택진료수당 상한선을 받드시 도입하고, 외래나 입원 진료시에도 일반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의 수를 50%이상 의무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강제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비급여항목인 선택진료비가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어 '병원의 상업화'를 지적할 때마다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됐다"며 선택진료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전문성 높은 진료를 받는데 따른 비용 까지 부정적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대해 병원 관계자들은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대학병원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억대 인센티브 문제가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인센티브제도가 사회적으로 문제화되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또 다른 규제가 뒤따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긁으면 긁을수록 부스럼이 되기 십상이다.

국립대병원 '인센티브' 국감 도마 위에
인센티브는 사람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자극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적절한 인센티브는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민간병원은 물론 국공립병원까지 인센티브제도가 확산되고 있는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 정체돼 있는 조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경영환경 또한 악화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인센티브제도 도입으로 진료와 수술 시간을 늘리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환자를 늘리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금전적 인센티브제도는 무리하게 환자를 확보하려는 동인과 결합, 과잉진료라는 또 다른 폐해가 일어나고 있다. 다른 동료의사가 더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자를 붙잡아두는 문제점도 발견되고 있다.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에서도 매출을 늘리는 의사에게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과잉 검사와 과잉 진료의 폐해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금전적인 인센티브로 인해 당장은 병원의 수입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병원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근시안적인 안목으로 무리수를 두도록 유도하는 금전적 인센티브제도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병원경영 컨설팅 전문회사인 삼정KGMP의 김봉한 시니어 매니저는 병원장을 위한 경영세미나에서 "구성원 개인과 팀단위의 성과관리를 통한 조직의 목표 달성이라는 원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성과관리제도가 금전보상을 위한 근거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조직목표와 개인성과 간의 연관성 단절이라는 문제점들로 인해 많은 병원조직에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전적 인센티브제도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지적했다.

유경종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은 "(금전적)인센티브제도가 처음엔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으로 작용한다"며 "동료의사에게 의뢰해야 하는 환자를 붙들고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 지방 대학병원장은 "교수 개인별로 진료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다보니 동료교수들 간에 환자를 의뢰하지 않으려 들거나 협력하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개인별 인센티브보다는 과별이나 팀별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금전적 인센티브, 불완전·위험성 대두
정작 인센티브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의대 교수들은 인센티브에 대해 얼마나 가치를 부여하고 있을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의과대학 교수의 교육·진료·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만족도 조사연구(연구책임자 박윤형·순천향의대 예방의학교실)'에 따르면 직무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급여수준을 비롯한 경제적 보상이 아닌 '근무환경'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 교수 936명이 응답한 결과를 분석하면 직무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근무환경(59.2%)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이 업무성취감(17.5%)·후생복지(11.2%)·인간관계(8.6%) 등이었다. 금전적 인센티브와 관련이 있는 급여수준은 4.1%에 불과했다.

이 설문조사결과는 의대교수들의 직무만족도 향상을 위해 경제적인 보상에 치중하기 보다는 업무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임상교수들은 다른 대학 교수들과는 달리 연구와 교육 외에 진료라는 책무를 추가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노동강도가 다른 대학 교수들에 비해 더 높다는 뜻이다.

의대 교수들의 업무활동 근무비중은 진료활동이 48.2%로 가장 높았고, 연구(20.65%)·교육(16.4%) 순으로 조사됐다. 의대 교수들은 일주일에 평균 54.7시간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51.4시간에 비해 3.3시간이 늘었다. 8년 전에 비해 노동강도가 세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대 교수 사회에서 주 40시간 근무는 남의 나라 얘기다.

의대 교수들의 일주일 평균 외래환자 수는 103.7명, 입원환자는 21.0명, 수술환자는 6.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대 교수들은 다른 일반대학 교수보다 상당한 수준의 진료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데 따른 어려움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행정(사무)적인 일처리에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하는데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의대 교수들은 교수로서 수행하는 업무 자체에 대한 성취감이나 보람 등에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업무 수행에 필요한 환경에 대해서는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업무활동 시간이 가장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소음·조명·온도 같은 업무조건이나 업무활동을 하기 위한 의료도구나 장비 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쾌적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모자란 시간을 조정하고, 업무조건을 개선하며, 장비·인력·공간 등을 지원해야 한다.

복지제도의 경우 해외연수 지원제도(91.5%)나 국내외 학회 참석 지원(87.3%) 등은 많은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안식년(56.2%)·휴직제도(60.1%) 등은 다소 미흡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직무만족도 향상을 위해 의대 교수들의 업무환경에 대한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뒤 "복지의 경우에도 단순히 복지혜택 제공 여부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의대 교수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병원에서 흔히 채택하고 있는 경제적 보상 중심의 인센티브를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로 전환해도 크게 무리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의대교수 직무만족 '금전'아닌 '근무환경'
의대교수들은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미래의 의사들을 길러내는 교육자이자, 의료기술과 의약품을 개발하는 연구자다. 이와 함께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임상의사로 다양한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들이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외면한 채 외형 경쟁에 열을 올리고, 금전적 인센티브를 앞세워 진료에 치중하면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의료왜곡을 부채질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과 여권을 가릴 것 없이 실현 가능성과 재원조달 방안이 불투명한 보건복지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재원조달방안이 불투명한 공약이 정책으로 입안되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공급자에 대한 규제를 통해 희생을 강요해 왔다.

관료주의가 득세하고, 알권리를 앞세운 시민주의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전문가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의사의 전문가적 자율권과 진료자율권이 약화되면서 의료 프로페셔널리즘의 가치마저 훼손되고 있다.

잘못 설계한 금전적인 인센티브는 의사의 전문가적 자율권과 진료자율권을 약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당장 눈앞의 병원수익을 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겠지만 잘못 사용하면 병원 이미지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의사 개인마다 점수를 매기고, 실적을 평가해 금전적 인센티브와 성과급으로 의사들을 얽어매는 모습을 환자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다시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인센티브제도가 부정적으로 난도질 당하고, 대학교수의 이미지를 깍아내리는 모습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의과대학의 미션과 비전에 충실한 의사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올바른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정남식 세브란스병원장은 "대학병원 교수에게 환자를 많이 보도록 종용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병을 고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대학과 병원의 역할"이라며 금전적인 인센티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 원장은 "교수들이 정말 교수하기 잘 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인센티브"라며 "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곳이 좋은 병원인지, 좋은 교수인지 안다"고 했다.

잘못 설계한 금전적 인센티브가 의사의 전문가적 자율권을 훼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에 좋은 연구논문을 냈다던지, 잘 치료해 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달고 다닌다든지,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완치율을 높였다든지, 그런 의사를 격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라야 환자들도 수긍하며 박수를 보낼 것이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노동 강도로 인해 대학교수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있다. 삶의 질을 감안한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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