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대선, 의료계 정치참여 성적표는?
막 내린 대선, 의료계 정치참여 성적표는?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12.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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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협상 이끌고 정치권 움직여...정치 불감증 타파 '성과'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선으로 기록될 제 18대 대통령선거가 마무리 됐다. 17대에 이어 다시 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번 대선 결과가 앞으로 보건의료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의료계로선 올해 대선이 갖는 의미가 매우 각별하다. 특정 인물의 당락 여부가 아닌, 대선 그 자체가 올 한해 의료계의 움직임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다.

의협이 지난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하고 10월 '대정부 투쟁'을 공식 선언한 뒤 무기한 집단 휴폐업을 포함한 투쟁 로드맵을 선포하는 일련의 모든 상황 전개는 모두 '대선'으로 수렴된다.

노환규 의협 회장이 지난 6월 <의협신문>과 인터뷰에서 "12월 대선까지 대정부 공세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며 "의료대란 중에 대선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의협의 모든 전략·전술이 대선을 정점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노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선이 열리는 올해가 투쟁을 위한 최선의 적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 회장은 10월 대회원 서신문에서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길고 깊은 잠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많은 의사들이 좌절하고, 잘못된 의료제도 속에서 수많은 국민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부 이끌어내고, 정치권 움직이고

의협이 투쟁의 최적기로 '대선 정국'을 택한 것은 당연히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에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은 결국 성공했다. 휴업 투쟁이 본격화 되던 12월 4일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전격적인 협상 합의는 과거의 통상적인 의정 대화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의료계가 주도해 정부를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의협이 의료계의 아젠다를 가지고 대정부 협상을 리드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의료 현안을 두고 정부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정부 협상의 가능성과 방법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정치권의 가시적인 움직임을 유도한 것 역시 큰 성과다. 의협은 신임 집행부 출범 초기부터 정치권 대응을 위한 전담 기구인 '바른의료정책특별위원회(현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 꾸준히 활동해 왔다. 대선이 본격화되던 지난 7월 이후부터 각 당 캠프와 긴밀한 연계를 유지하며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으로 포괄수가제·총액계약제·성분명처방 등 3개 현안에 대해 '전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의협의 적극적인 정책 제안의 결과다.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건정심 구조 개혁을 위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약속 받은 것 역시 괄목할 만한 대목이다.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이 됨으로써 의료계의 오랜 숙원인 건정심 구조 개혁은 현실로 한 발짝 다가왔다.

정치 무관심 극복 '가장 큰 성과'

의협은 올해 들어 의사들의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줄기차게 호소해 왔다.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꾸는 일은 오로지 정치인들만이 할 수 있는 만큼, 의사의 정치 참여도는 제도개선과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7월 전 회원을 대상으로 '1인 1정당 가입 운동'을 추진한 것은 의사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임과 동시에 정치권에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었다.물론 이 역시 궁극적으로는 대선을 겨냥한 사전 포석이었다.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의협의 행보는 더욱 빨라졌다. 각 당의 공약을 면밀히 분석·비교한 자료를 회원들에게 배포하고, 전 회원 공지를 통해 '의사 투표율 100% 달성'을 독려했다. 노 회장은 1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보통 대통령 선거 때는 나라를 걱정하며 인물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번 만큼은 의료의 미래를 위해서 오직 후보들의 '보건의료정책' 한 가지만 보고 선거에 참여하자"고 역설했다. 앞서 9일 젊은 회원들과 가진 대화의 시간에서도 "잘못된 의료정책은 사람의 생명을 죽인다"며 "좋은 의료제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들이 표로 움직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선이 임박한 17일 또 다시 대회원 서신을 보내 의사들이 이번 대선에서 높은 관심과 참여도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만, 앞으로 정치인들이 의사들의 표를 의식해 올바른 의료제도를 약속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이 의사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와 환자들의 투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전 회원들에게 '선거 당일 단축진료'를 권고한 것은 의사 사회 내부의 정치 참여 운동을 뛰어 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같은 의협의 노력에 회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투표 참여를 서로 독려하는 글들이 쇄도했으며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투표를 적극적으로 권고하자는 분위기로 확산됐다. 임의 단체인 대한의원협회는 '의사 1인 100표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의사 사회의 고질적인 정치 무관심 풍토가 이번 대선을 통해 상당 부분 변화됐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시각이다.

대선은 끝 아닌 새로운 출발점

대선은 막을 내렸지만 의료계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까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일이다. 공약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포괄수가제·총액계약제·성분명처방에 대한 여당의 반대 입장이 선회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건정심 구조 개혁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입법이 관철될 수 있도록 압박을 늦추면 안 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의료 악법'의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당의 집권으로 긴장을 늦추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여당 집권 기간 동안 리베이트쌍벌제와 도가니법(성범죄 의료인 10년 취업 제한), 포괄수가제 강제 확대 시행 등 의료계의 공분을 산 제도들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2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와 함께 ▲보건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보건의료정책 ▲국민이 최선의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 ▲불필요한 보건의료 관련 규제와 공권력 남용 근절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새로운 정권에 대한 의협의 대정부 활동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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