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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AO내 의협 위상 강화 실감
CMAAO내 의협 위상 강화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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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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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연례화로 회장 역할 축소…의장 체제로 전환
2012년 연례회의를 참석하고
박희백(대한의사협회 고문 국제협력위원)
▲ CMAAO 중간이사회에 참석한 필자·신동천 CMAAO 의장·박경아 국제여자의사회 차기회장·신현영 WMA 주니어닥터 한국대표(오른쪽 두 번째부터).

아시아의 작은 유럽, 동서양의 조우가 엿보이는 마카오. 작은 라스베가스라고도 불리는 이 곳에 우린 카지노와 관광이 아닌 중요한 미션을 가지고 후텁지근한 지열을 내뿜는 마카오 공항에 도착했다.

11월 8일 환영리셉션으로 시작된 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Confederation of Medical Associations in Asia and Oceania, 이하 CMAAO)의 연례행사인 중간이사회에 참석했다.

CMAAO는 1956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의사회의 유대 강화와 공동과제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돼 의협은 1961년 가입 이래 3차례의 회장국을 역임했다(고 명주완 전 회장·문태준 명예회장·김재정 명예회장).

특히 문태준 명예회장은 WMA 회장까지 역임했던 폭넓은 경험으로 현재까지도 계속 고문으로 활동하며 국제관계의 대부 격으로서 각종 현안에 대해 활발한 조언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해 대만 총회에서 CMAAO 회원국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신동천 국제협력실행위원장이 만장일치로 이사장에 선출됨에 따라 의협이 CMAAO에 가입한 이래 처음으로 의장국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당시에도 의협 대표단으로 합류했던 필자는 신 위원장이 이사장 피선 후, 곧바로 회의에 투입되어 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영어로 의사 진행을 매끄럽게 리드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포스트 문태준 시대가 개막됐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문태준 명예회장을 수행해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다년간 쌓아온 경험과 신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국제관계에 대한 남다른 능력과 센스가 시너지 효과를 냄으로써 준비된 의협 국제협력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 든든했던 기억이 있다.

CMAAO는 의협이 국제 의료계에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한 기본적인 채널인 동시에 중요한 지지 기반이다. 그동안 다소 친목 위주의 연합체 성격을 띠었던 CMAAO를 정책수립 위주의 국제기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강화하기 위해 의장국을 맡은 지난 1년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매년 이사회, 그리고 격년마다 총회를 개최하는 시스템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2013년부터 총회 연례화를 추진해 이번 마카오를 마지막으로 중간이사회가 폐지된다. 따라서 이번 중간이사회는 CMAAO가 보다 체계적이며 유기적인 구성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교차점이 되는 시점으로 의장국으로서 의협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날 저녁 환영리셉션으로 공식 일정이 시작됐고, 둘째 날은 하루종일 CMAAO 현안을 논의하는 이사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의장국인 우리협회, 회장국인 대만, 그리고 사무국을 맡고 있는 일본, 3개국 의사회로 동아시아지역에서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한 만큼 CMAAO를 WMA와 같은 국제 수준으로 그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7월 우리 의협 주도 하에 일본 후쿠오카에서 CMAAO 발전방안을 위한 3개국 실무회의가 개최된 바 있다.

그 결과 몇 가지 굵직한 안을 준비해 왔으며, 내년 인도 뉴델리 총회부터 적용시키려는 논의가 진행됐다.

신 위원장의 배경 설명과 발의로 CMAAO 총회의 전체적인 프로그램 개선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 매년 총회 때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현안과 밀접한 대표적인 결의문을 채택하고 보건 의료계와 일반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개최국 현지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해 CMAAO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기로 결의됐다.

이로써 CMAAO가 보다 체계적인 국제기구로 성장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으며, 앞으로 CMAAO 내에서 의협의 역할과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아울러 CMAAO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다케미 타로 전 일본의사회장을 추모하는 '다케미 기념강연'은 다케미 재단의 지원 하에 CMAAO 총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동안 개최국에 일임하던 것을 보다 임팩트 있는 강연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CMAAO 임원들이 협력해 주제 및 연자 선정에 신중을 기하기로 결정했다.

다케미 강연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이번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한 문태준 명예회장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다케미 타로 회장 못지않게 의협이나 국제 의료계에 많은 공헌을 해온 사람이 바로 문태준 명예회장이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일까?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세계 의료계 내에서 문 명예회장의 영향력과 그에 대한 평가는 상상 이상이다.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고, 이를 뒷받침하려는 의협의 노력도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무수한 긴급 현안이 우리 앞에 닥쳐 있지만 이즈음 우리 스스로 '문태준 재단'을 만들어 CMAAO, 나아가 WMA 전 회장으로 활동해왔던 그를 각인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추진한다면 의협의 위상도 함께 격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막연하게나마 이 지면을 빌어 제안해 본다.

이 외에도 신동천 이사장의 긴급제안으로 CMAAO 재정 개선에 대한 논의도 신중하게 진행됐다. 현재 CMAAO의 재무는 장기적인 전략이 전무한 채 단순히 재무이사가 연 1회 재정 현황을 보고하는 수동적인 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신 이사장의 제안 배경이었다.

그러나 재무이사를 맡고 있는 홍콩의 반발이 매우 심했고 이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며 뒤로 물러나 있는 듯한 다른 나라 의사회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신 위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발언권이 없어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결국 신 이사장의 노련한 회의진행으로 재무이사국인 홍콩을 아우르면서도 투명하고 안정적인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는 데 동의를 얻어냈다.

지난 해 대만 총회가 CMAAO 역사 이래 가장 많은 결의문 채택으로 정책적인 면에서 풍성한 결실을 얻었다고 한다면, 이번 중간이사회에서는 CMAAO의 운영 측면에서 기본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의협의 국제협력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 차원을 넘어서 외교라고 말할 수 있다. 국제회의가 있을 때마다 적지 않은 예산을 사용하지만(혹자들은 소모라고 한다), 단기적인 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종종 지적 대상이 되곤 한다. 현재 의학연구 윤리의 초석으로 평가받고 있는 WMA의 최대 성과물인 헬싱키 선언 또한 당시에는 어떠한 강제적인 구속력이 없는 하나의 선언 또는 정책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에서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윤리지침으로서 최고 권위를 얻고 있으며 그 어떤 법적 구속력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CMAAO가 우리 협회의 활약으로 본격적인 정책수립 체제를 갖추게 됨에 따라 WMA와 더욱 유기적이며 발전적인 연결고리가 된다면 WMA 내에서 아시아 지역, 특히 우리의 실정에 맞는 정책들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이번 대표단 중 박경아 국제여자의사회 차기회장은 세련된 국제 매너로 의협 국제협력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뿐만 아니라, 내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여자의사회 총회의 호스트로서 각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열정적인 홍보를 했다.

CMAAO 회의에 처음 참석한 신현영 선생은 주니어 닥터임에도 불구하고 Country report와 CMAAO 심포지엄의 연자로 참여해 각국 의사회로부터 많은 관심과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후배들이 국제기구·국제회의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세계적인 리더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의료계의 선배로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CMAAO는 총회 연례화에 따라 회장은 임기 축소로 상징적인 존재가 될 것이며, 의장국(대한의사협회)과 사무국(일본의사회)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다만 일본은 인접국으로서 정부간 외교관계에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향후 우호관계 강화 기조 아래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협이 주도해온 CMAAO 운영 개선을 마무리하기 위해 차기 의장국 연임을 목표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며, 회원국 간의 교류 확대와 조직력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CMAAO 내에서 의협의 강화된 위상을, 그리고 WMA 내에서 CMAAO의 강화된 위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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