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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의료계, 고정 지지자에서 스윙보터로

2012 대선 의료계, 고정 지지자에서 스윙보터로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2.12.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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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에서 나온 의료계 공개지지로 영향력 배가
투표 의사 밝힌 98% 실질 투표율 관심

정당들이 정치활동을 하면서 가장 민감해지는 시기는 언제일까? 당연히 선거 시즌이다. 이때는 늘 '갑'이었던 정치권이 모처럼 '을'이 되는 역할극이 시작된다. 갑과 을이 뒤바뀌는 선거시즌이 되면 갑만큼 을도 바빠진다.

이 시즌을 잘활용해야 을의 향후 몇년이 순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선은 한 국가의 특정 정책을 뼈대부터 손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되는 만큼 각 이해주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특히 의료계의 움직임이 예년과는 달라 눈길을 끈다.

'고정지지자'에서 '스윙보터'로 전환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의료계의 달라진 모습으로 변화된 정치적 스탠스를 꼽는 이들이 많다. 이전 의료계의 스탠스를 보면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누구를 밀고 있는지가 비교적 확실했다.

그런데 올해 스탠스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해졌다. 표를 '누구에게라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갑작스럽게 '고정 지지자'에서 '스윙보터(swing voter)' 성향을 드러낸 것이다. 스윙보트는 누구에게라도 표를 줄 수 있다는 정치권에서 보자면 불확실성이 커진 그리고 공을 들여야 하는 대상을 말하는 용어다.

의협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하지 않고 후보들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조명하는 선까지를 주어진 역할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회원들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 의료계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두 그룹이 각각 공개 지지선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양쪽을 비교적 균형있게 지지한 셈이다.

의사들을 전통지지 세력으로 기정사실하고 있던 새누리당으로서는 물론 유쾌한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들이 자신의 전통지지 세력에 일종의 경고를 날린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의사들의 공개지지에 일정부분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규모 면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 정도는 아니더라도 과거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공개지지 선언을 의사들이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측 한 관계자는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의사들의 공개지지를 평가하는 당내의 훈훈한(?) 분위기를 전했다.

새누리당은 전통 지지층이라도 나름 공을 들이지 않으면 날아갈 수 있다는 일종의 '각성'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의료계에 마냥 섭섭해하고만은 있을 수 없다. 의료계는 여전히 새누리당의 표밭이기 때문이다.

이번 의료계의 공개지지는 새누리당에 대해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은 약간의 각성을 준 정도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밀실벗어난 공개지지에 정치권 '흔들'

지지방식도 달라졌다. 의료계가 과거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를 계획한 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정당에서 의사들의 공개 지지에 난색을 표해'조용한 지지'에 그친 적이 여러차례 있었다.

조용한 지지는 특성상 밀실에서 이뤄지다 보니 생색(?)도 안나고 조용한 지지를 받은 쪽도 그다지 지지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의료계에서 '얻은 것 없이 표만 주고 말았다'는 자조섞인 얘기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보건의료혁신단체와 다른 의사단체들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공개선언을 한데 이어 '미래의사포럼'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양측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개지지를 선언하는 동안 후보캠프측은 몸이 달아 의미있는 반응을 의료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협 차원에서 한 후보에 대한 전격 지지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경우 지지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일정한 혜택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리스크가 큰 일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에서 의료계는 높은 리스크를 무릅쓰고 '하이 리턴(High Return)'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와 문 후보 양측이 50%에 가까운 지지도를 기록해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번 대선판 특성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통합당과의 관계가 느슨한 의료계로서도 양측에 대한 공개 지지선언으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문재인 후보 당선에 따른 '보험 효과'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의사 98.2% '투표하겠다' 밝혀

초박빙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구도에서 의협과 의료계의 달라진 스탠스가 전형적인 정치권과 의료계의 관계에 변화의 계기를 던져 준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고정 지지자 역할을 벗어나 스윙보트 성향을 보이고 지지방식도 공개로 돌아서면서 일정 부분 양측을 흔들고 긴장시킨 점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질적인 투표율이다. 높은 투표율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협이나 의료계가 보여줬던 변화된 움직임이 의미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의협을 비롯해 지역의사회 등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검토와 별개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이유다.

의협은 '그 어떤 전략적 움직임보다 전략적인 것은 투표 자체'라는 전제 아래 투표 당일까지 박·문 후보의 공약 등을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의사들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할 계획이다.

<의협신문>이 지난 11월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6.2%가 '반드시 참여할 것', 12%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참여할 생각'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98.2%가 대선에 참여할 뜻을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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