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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종합평가해보니 "실패한 정책"

의약분업 종합평가해보니 "실패한 정책"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11.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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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 4호 '의약분업' 집중 평가
김정덕 전 연구위원 "세부목표 10개 중 9개 실패했다" 진단

▲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이슈페이퍼 4호 표지.
의약분업 정책에 대한 종합평가 결과, 세부목표 10개 중 9개는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실패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김정덕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전 연구위원은 이슈페이퍼 4호 '우리나라 의약분업 정책 평가'를 통해 "의약분업은 국민의 의료이용 관행을 바꾼 혁명적 사건이었으나 준비과정에서 소홀해 의료계 파업이라는 의료대란과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인해 금융권에서 5조원을 차입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2000년 9조 321억원에 비해 의약분업 이후인 2001년 13조 2447억원으로 보험급여비가 46.6% 증가했다"며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사상 초유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2002년 이후 오늘날까지 증가된 급여비를 토대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운 의약분업에 대해 현재까지 단편적인 평가는 있었지만 정책 추진 당시 내세운 정책목표나 기대효과의 성취여부를 비롯해 의약분업의 문제점 등을 모두 감안한 종합적인 평가는 없었다"고 밝힌 김 위원은 "종합적인 평가를 내려 의약분업의 효과와 문제점을 분석함으로써 국민에게 보다 더 유익한 제도로 자리잡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약분업 종합평가를 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의약분업 정책 목표로 내세운 의약품 오남용 예방효과에 대해 임의조제는 어느 정도 근절됐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항생제는 의약분업 이후에도 생산실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감소효과는 없다고 평가했다. 전체 약 사용량 감소와 관련해서는 의약분업 이후에도 처방건당 의약품 품목수는 선진국의 2배에 달하고, 고가약 처방에 부담이 없어져 처방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처방률의 미미한 감소에 대해서는 의-약 분리라는 의약분업의 결과라기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성 평가의 결과라고 언급했다.

의약품 적정사용에 따른 약제비 절감효과에 대해서도 의약분업 전후 약제비 비중이 14.0%에서 34.7%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한 뒤 건강보험급여비 증가율은 10.9%인데 반해 의약품비 증가율은 급여비보다 높은 12.6%라며 약제비 절감 목표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의약분업이 경제적으로 국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본 결과, 의약분업 이후 약국에 지출된 보험의약품비가 1999년 4/4분기 2007억원에서 2001년 4/4분기 3조 4089억원으로 급증했을 뿐 아니라 줄어야 정상인 개별 도시가구의 의약품비 지출도 함께 증가했다며 가계부담 측면에서도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환자의 알 권리 및 의약서비스 수준 향상과 관련해서도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건강보험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지출되는 결과를 낳았을 뿐 아니라 처방전 공개를 통한 부정청구 차단 기능도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제약산업 발전 및 의약품 유통구조 정상화에 관한 논쟁에 대해서도 실거래가 상환제는 국내 제약회사보다는 오리지널 고가약을 생산하는 다국적제약회사에게 과실이 더 돌아가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제약산업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거래가 상환제는 2010년 시장형실거래가제로 전환,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유통 4대 개혁 방안인 '의약품 물류협동조합 설립'과 '보험의약품 대금 지급방법 개선(보험자가 의약품 대금을 도매상에 직접 지불하는 제도)'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중도에 폐기됐으며, '의약품 유통전산화 및 종합정보관리시스템 구축'은 사전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정책 실패의 대가로 국민의 세금 360억원을 민간기업에 손해배상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고 혹평했다.

 
김 위원은 "의약분업 정책 목표로 내세운 10개 중 임의조제 근절 1개만 겨우 성공했고, 나머지 세부 목표는 실패했다"며 "의약분업이 당초 의도한 목표에 실패함으로써 국민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고, 의약품 사용에 불편을 안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의약분업 시행으로 병원 문전의 대형약국은 번성한 반면 동네약국은 몰락해 일반 국민은 가정상비약과 같은 간단한 약도 멀리 대형약국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기관분업으로 인해 병원 외래를 이용하는 노약자들의 의약품 조제에 불편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의약분업 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진료관행에 대한 관찰과 이해가 부족했고, 환자 행태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행정적 준비가 미흡했다"며 "당시 여당과 시민단체 등 외부의 힘에 의해 의약분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책을 집행해야할 보건복지부가 외부에서 결정해준 정책을 따라가는 형식이 됨에 따라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슈페이퍼는 건강복지정책연구원(원장 이규식·연세대 보건행정학과)이 발행하는 온라인 정책자료집으로 보건의료 전반의 핵심 이슈를 집중적으로 분석·평가하고 있다. 지난 이슈페이퍼는 건강복지정책연구원(http://www.kihaw.org)에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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