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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초기 치료제 적극 사용해 재발률 줄여야"

"조현병, 초기 치료제 적극 사용해 재발률 줄여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2.11.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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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슈라이너 박사(독일 정신질환 석학)

조현병(정신분열병)은 정신과 입원율 1위이자 잦은 재발등으로 질병부담이 증가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대표적인 정신과 질환이다.

매년 조현병 총 진료비는 정신과 질환 가운데 유병률이 가장 높은 우울증보다 더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학계에서는 약물순응도 문제를 해결하고 조현병 초기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초발환자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같은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환자 모니터링과 대국민 홍보를 통해 환자들이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 및 제15차 환태평양정신의학회 학술대회(PRCP)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 정신질환 석학인 안드레아스 슈라이너 박사(얀센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부회장/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조현병 재발방지와 효과적인 치료관리를 위한 체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유럽의 치료시스템은 어떤지 들어봤다.<편집자주>

 
  Q. 유럽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
비정형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현재 조현병 치료제에 있어 가장 발전된 형태의 제형으로, 유럽은 오래전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항정신병 약물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장기지속형 주사제 처방률은 약 50%에 이른다.

그러나 아무리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과 의사들이 해당 약물치료에 익숙하지 않다면 치료제를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조현병 치료에 있어 2세대 비정형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의사들을 교육·훈련시키고,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환자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지 잘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Q. 효과적인 치료옵션을 선택하는데 있어 의사들의 편견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나?
정신과 의사들은 많은 환자들이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지속형 주사제 투여를 받아 본 환자들은 경구제보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더 선호했다.

즉, 환자가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의사들의 편견 때문에 오히려 환자의 치료선택에 제한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이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장점과 이점에 대해 환자에게 어떤 확신을 주느냐에 따라 환자들이 받아들이는 태도나 선택도 달라진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조현병 치료방법의 하나로 소개하고, 한달에 한번 투약하는 인베가 서스티나(성분명:팔리페리돈팔미테이트)의 장점을 잘 설명한다면 환자들이 믿고 쓸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이 얼마나 교육받고 훈련받고 경험하고 확신하느냐에 따라 환자들이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치료옵션으로 선택할 확률은 높다. 왜냐하면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한번 투여로 2주, 혹은 한달간 약물효과가 지속되어 증상관리가 잘 된다. 또 매일 경구제를 복용할 때마다 자신의 질환을 상기할 필요가 없다.

특히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4주에 한번 병원에 가서 잘 투여받는 것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보호자 간의 갈등도 줄여준다.

Q. 치료제가 바뀌면 환자들은 불안해 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환자에게 오랜 기간 동안 유지 관리해야 하는 조현병 질환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질환관리와 환자의 미래를 위한 좋은 선택이라는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

한번 치료제에 대한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환자의 선호도도 달라진다. 또 많은 환자들은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조현병의 치료에 어울리는 방법이라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유럽에서 유용했던 방법은 환자를 치료제 선택 논의에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또 환자뿐 아니라 가족 보호자까지 치료선택 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들은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법 선택에 대한 설명과 확신을 도왔다.

Q.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관해 이전 단계에서 쓰는 것이 좋은가?
'관해'(Remission)란 6개월 이상 조현병의 주요한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통계를 보면 5년 이상 병력을 갖고 있는 조현병 환자가 관해에 이르는 비율은 25∼35%였다. 환자들이 관해 상태에 잘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장기간 안정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대부분의 환자가 항정신병 치료를 받고 있는데, 증상이 조금만 나아졌다 싶으면 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용량을 줄인다. 그러다보면(그런 후에 재발하고 나면) 관해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만약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질환 초기에 제공할 수 있다면 관해에 이르는 환자 비율을 상당히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Q. 최적의 조현병 치료란?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통한 치료와 모니터링 시스템이 결합할 때 최적의 조현병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료만을 했을 때보다 더 나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치료와 모니터링의 결합은 조현병 환자의 치료관리에 있어서 재발이나 악화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모니터링 시스템과 함께 환자 복약순응을 높이기 위한 적합한 치료법도 함께 시행돼야 한다.

Q.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얼마나 되나?
영국은 가정방문 치료시스템(OUT TREAT)이 있고, 호주에서는 많은 지역기반 치료와 방문간호시스템이 있다. 간호사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환자에게 약물 주사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치료와 별개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알람' 시스템이 있는데, 적용은 매우 쉽다. 컴퓨터에 진료예약이 돼 있는 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게 돼 있다.

한국은 환자들이 병원을 다시 찾지 않으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이같은 시스템을 빨리 도입해 환자를 관리하면 좋을 것이다.

Q.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에 제한을 두는 나라들이 많은가?
독일 등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환자의 입원을 줄이고 외래치료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치료정책을 펼쳐 왔다.

외래 치료를 확대할 경우 조현병 환자들의 약물복용 순응도가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현재 한 달에 한번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나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치료를 할 때 재발률이 줄어들고, 환자 관리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도 입원일수 감소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호주·일본·대만·홍콩·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싱가폴 등의 국가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급여기준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조현병은 10년 이상 질환이 만성화되면 많은 음성증상과 인지기능의 저하가 일어나게 된다. 특히 (뇌)신경손상은 첫 발병 후 초기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나므로 초기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급여기준 상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수차례 재발을 반복한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초기 환자는 사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치료제(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초기에 사용함으로써 환자 재발률을 낮추고, 약물 순응도를 높이고, 입원율을 줄여 보험재정뿐만 아니라 환자의 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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