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2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정부의 횡포에 인내할 수 없다"며 "국민 건강 보호와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강력히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건정심의 수가조정안 발표 유보 결정을 '꼼수'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난했다. 건정심이 의협에 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어 패널티를 적용하자니 수가협상구조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 우려되고, 패널티를 적용하지 않자니 선례로 남을 것이 부담돼 법적 부담과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발표를 연기하는 편법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수가결정 연기 꼼수는 수가협상이 정부 주도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과 건정심이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건정심은 대다수 국민이 외면하는 한방첩약을 급여화하는데 2000억 원을 사용키로 하고, 약사들이 원하는 대체조제 활성화를 부대조건으로 내밀면서 원가보존율이 가장 높은 조제수가를 인상하는 선물을 주었다"면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의료계는 패널티를 누고, 정부 정책에 고분고분 협조하는 약사회와 한의사회에는 선물을 주는 횡포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적정한 의료수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싸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며 국민을 속이며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그동안 의사들은 정부의 횡포에 오랜 기간 인내하면서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제 의사들은 정부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강력히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송형곤 의협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대정부 투쟁 방식과 관련해 "파업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 달 이상 끌 수 없는 사안인 만큼 빠른 시일 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 회원 투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과 직역이 역할을 나누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의 투쟁 목표는 건정심의 구조 개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송 대변인은 "불합리한 의료제도의 근간은 저수가 체제에 있으며, 저수가를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건정심"이라며 "건정심의 구조는 공급자와 가입자 일대일 동수로 구성돼야 한다. 이는 KDI, 감사원, 다수의 국회의원들도 지적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도 촉구했다. 송 대변인은 "현 사태의 책임은 정부 측에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의사단체를 전문가단체로 인정하지 않는 지금까지의 자세를 전향적으로 바꾼다면 의협은 정부와 협의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현재 의협은 과거의 의사단체가 아니다"라며 "올바른 의료제도의 정착과 국민 건강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으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