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21:27 (목)
보험계약 체결을 위한 간호사의 방문검진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

보험계약 체결을 위한 간호사의 방문검진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2.10.19 09:3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사건의 내용
○○의원에 소속된 간호사 A는 ○○의원과 방문검진위탁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로부터 방문검진 의뢰가 오면 ○○의원에서 고용한 전국 각지의 방문간호사들에게 연락하여 방문검진을 하도록 하였다.

위와 같은 연락을 받은 방문간호사들은 보험가입자들의 주거에 방문하여 그들을 상대로 문진, 각종 신체계측, 채뇨, 채혈 등을 실시한 후 채취한 소변과 혈액 등을 ○○의원에 송부하였고, 이를 받은 ○○의원의 임상병리사는 ○○의원에 설치된 장비로 성분 등의 검사를 시행하였다.

간호사 A는 위 검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보험가입자들에 대한 검사수치와 정상수치를 대비시켜 신체부위의 이상 유무와 건강상태를 알 수 있도록 의사 명의의 건강검진결과서를 작성하여 이를 보험회사에 통보하였다.

일부 건강검진결과서에는 피검진자의 건강 이상 유무, 의심되는 질병, 피검진자가 건강에 주의하여야 할 권고사항, 문진결과에 따른 과거 병력, 현재 건강상태 등 의학적 소견을 기재하기도 하였다.

○○의원에 소속된 유일한 의사 B는 의원에 매일 출근하지는 아니하였고, 위와 같은 건강검진의 실시 여부에 관하여 개별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 보험가입자들에 대한 건강검진의 실시 과정이나 건강검진결과서의 작성·통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의사로서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검찰은 간호사A와 의사B 등을 무면허의료행위로 인한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2.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원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4. 22. 선고 2009노2381 판결)은, '방문간호사들로 하여금 보험가입자들의 주거에 방문하여 혈압 및 맥박의 측정, 소변검사, 혈당측정 등의 행위를 함과 함께 문진행위를 하게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간호사 A가 건강진단서를 작성한 행위는 보험회사가 보험가입희망자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 등의 판단을 위한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즉,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은, '○○의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은 피검진자들을 상대로 문진, 각종 신체계측, 채뇨, 채혈 등을 행한 후 채취한 소변과 혈액 등을 가지고 과학적 방법으로 검사ㆍ분석한 다음, 검사수치와 정상수치를 대비시켜 신체부위의 이상 유무 내지 건상상태를 알 수 있도록 검진결과서를 작성하거나 그 검사 결과나 문진 결과 등에 기초한 의학적소견도 함께 기재하여 이를 통보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위 의학적 소견은 피검진자가 건강검진결과를 통지받을 것을 예정하여 작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가 ○○의원이 실시한 건강검진결과를 근거로 피검진자의 보험가입을 승낙할 경우 이를 통하여 피검진자는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 내지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고,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을 거절할 경우에는 피검진자는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 내지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므로, 위 건강검진결과는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피검진자에게도 알려져 그의 건강생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의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은 피검진자의 신체부위의 이상 유무 내지 건강상태를 의학적으로 확인·판단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이를 통하여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 가능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가진 의사가 행하지 아니하여 그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뢰한 피검진자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위 건강검진이 실시된 이유가 보험회사가 피검진자와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건강검진이 가지는 위와 같은 의료행위로서의 성질과 기능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사정은 위 건강검진을 의료행위로 보는 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3. 판결의 의미와 전망
보통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보험회사로부터 위탁을 받은 간호사가 피보험자를 방문하여 건강검진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계약 체결 여부가 결정된다. 이 경우, 의사가 간호사와 같이 피보험자를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보험회사는 보험계약 체결의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서 간호사에 의한 방문검진이 필요하였고, 감독관청 역시 이를 묵인해 왔다. 한편, 간호사의 이러한 방문검진행위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 등의 판단을 위한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한 것일 뿐,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원심판결 역시 같은 이유로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검진결과가 피검진자의 건강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검진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건강검진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의료행위의 정의에 관한 지금까지의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앞으로 보험계약 체결을 위한 방문검진 실무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간호사가 방문검진을 하고 그 결과서를 작성·발급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지시나 감독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방문검진을 하는 데까지 일일이 의사가 입회할 필요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검진과정이 의사의 주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검진결과서 작성은 의사가 직접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앞으로 방문검진행위가 줄어들고, 대신 병원에서의 건강검진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검진비용 상승과 그에 따른 계약 체결 비용의 부담과 관련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에 의한 정확한 검진과 그에 따른 보험계약 체결은 향후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모두에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고, 무면허의료행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