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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장기이식법 연착륙을 위해…

개정된 장기이식법 연착륙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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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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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잇기-장기이식관리센터 공동기획
뇌사장기이식 시스템을 갖추자 ②
조원현(계명의대 교수 사단법인 생명잇기 이사장)

▲ 조원현(계명의대 교수 사단법인 생명잇기 이사장)
개정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다. 당시 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장기를 기증을 할 수 있는 뇌자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의 장이 장기구득기관에 진료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뇌사자의 장기구득에 관한 업무를 전담해서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독립장기구득기관 설립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장기이식 대기자의 등록은 이식 의료기관에서 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런 법 개정의 결과로 작년 뇌사자 장기기증은 전년도에 비해 37%나 증가해 관계자들의 법 개정 후 성과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앞서 말한 뇌사자 진료 시 통보에 대한 조항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많은 뇌사자를 장기구득기관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구득전문 의료인을 뇌사추정자 발생기관에 파견해서 뇌사 시에 그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미이다.

현재 국내에서 뇌사로 사망하는 환자들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에 대한 마지막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장례를 치른 후에야 가족들이 '왜 진작에 장기 기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지 않았느냐'는 항의를 하기도 한다.

국민의 뇌사에 대한 이해와 장기 기증에 대한 참여도가 과거보다 향상된 상황에서 뇌사자의 가족이 장기 기증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임종을 앞둔 뇌사자의 뜻을 살리는 소중한 절차이다.

두 번째는 독립장기구득기관의 설립에 대한 조항이다. 그동안 이 일을 담당해 왔던 각 병원단위의 뇌사판정대상자 관리전문기관(HOPO)들은 과다한 경쟁을 해온 몇몇 HOPO를 제외하고는 명칭에 걸맞는 장기구득활동을 해오지 못했다.

이 법조항은 기존 구득기관들 간의 과다한 경쟁으로 인한 역작용을 해소시키고, 일부 기관의 열악한 조직의 전문성이 결여된 뇌사자관리 및 장기구득 등을 독립장기구득기관의 전문 인력들이 담당하게 함으로써 효율성과 전문성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함이었다.

이 독립장기구득기관의 설립으로 각 병원의 이식팀과 장기구득팀은 자연적으로 분리됐고 장기구득을 둘러싼 불필요한 의심도 불식시키게 됐다. 이 조항의 시행을 위해 설립된 독립구득기관(KODA·한국장기기증원)의 완벽한 수행을 위해 시간을 두고 모든 이식의료기관들이 함께 도와서 장기 구득 증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셋째, 장기이식 대기자의 등록은 본인이 원하는 이식의료기관으로 한정함으로써 생체 순수기증자를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차단하고 이들에게도 뇌사기증자가 생겼을 경우 동일한 혜택을 주어 장기분배에 참여시키려는 의도였다.

사실 뇌사장기이식은 뇌사 기증자가 발생했을 때는 이식해줄 대기자를 급하게 배정하기 때문에 장기가 배정되고 나면 이식대기자에게는 검사나 전 처치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따라서 당연히 이식 대기자는 이식 의료기관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받아야 한다.

그러나 순수기증을 목적으로 하는 생체이식의 경우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기자와 수혜자 두 사람간의 면역학적인 검사나 기타 처치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순수 기증자가 발생했을 경우에 어떤 경로로 기증자의 장기를 분배하느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으로는 기증된 장기의 분배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서 하도록 못박고 있다.

그런데 순수생체기증자의 발생 때 이를 자신의 병원이나 등록단체의 대기자명단 중에서 임의로 뽑아서 연결하고 이식을 위해 KONOS에 신청한다고 하면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된다.

이런 유형의 장기분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교환이식으로 가족 중 기증자가 있어도 혈액형이 맞지 않는 문제나 선감작의 문제로 이식해 주지 못할 경우에 시행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일부 병원들이 연합해서 컴퓨터시스템으로 적절한 짝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배정하거나, 일부 민간단체에서 자신들의 이식대기자중에서 임의로 기증자와 잘 맞는 대기자를 찾아주는 소위 결연사업이다.

그러나 이들 두 집단 모두 장기이식법의 장기분배에 대한 조항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결되어진 기증자와 대기자를 KONOS에 보내서 승인을 받는 과정을 밟지만 장기를 배분해주는 과정을 KONOS가 하지 않고 민간단체 또는 병원연합이 담당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환이식의 대상자와 순수 생체기증자 등의 장기분배를 KONOS에서 관장해야 한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인적자원이 부족하다', '너무 복잡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KONOS는 더 이상 장기분배에 대한 법정신에 혼선을 야기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개정된 장기이식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위에 말한 몇 가지 사항들을 모든 의료인과 이식의료기관, 민간단체들이 함께 존중해야 한다.

미국이 뇌사자장기기증이 정체되어 있었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주도의 협의체(Organ Donation Break Through)를 만들고 정부·의료기관·구득기관 등이 협의해 뇌사자의 장기기증 전환율과 가족 동의율을 높이면서 한 뇌사자당 구득장기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각 의료기관과 민간단체는 더 이상 이해득실에 얽혀 법의 정신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신뢰하고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끝으로 이와 같은 법과 제도를 보완을 했다고 해서 너무 급하게 큰 성과를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부나 국회의 위원회에서는 기증자가 몇 명 증가했느냐, 몇 %가 늘었느냐에 초점을 두고 실무자들을 닥달하는 조급함이 없어야 한다.

장기 기증과 같은 생명나눔은 국민, 특히 뇌사자의 가족의 정서에 호소해야 한다. '법이 기증하도록 되어있으니 장기를 기증하시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뇌사환자를 국가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가족으로부터 동의를 얻어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스페인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체제를 그대로 옮겨 올 수는 없다. 따라서 같은 법을 시행하더라도 그 결과의 성취정도와 시기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인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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