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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5 13:45 (목)
인의협 무료진료

인의협 무료진료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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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일찍 터트린 샴페인 거품 속에 경제 위기의 한파가 급습한 1997년.
공장 굴뚝의 연기는 멎었고, 이 회사 저 회사가 부도를 맞아 속속 쓰러져 갔다.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이 끝나갈 무렵 거리에는 실직 노숙자가 쏟아져 나왔다.

하루 하루 막일로 연명하던 일용직 노동자에서부터 서슬퍼런 구조 조정의 칼날에 일자리를 잃은 회사원을 비롯해 한 때 튼실하다던 중소기업 사장에 이르기까지 경제 위기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 노숙자라는 이름으로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봉사 단체와 종교 단체는 물론 뜻 있는 개인 봉사자들의 무료 급식 활동이 이들의 질긴 생명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었다. 그러나 경제 불황의 터널이 3개월, 4개월, 5개월 끝도 없이 길어지면서 이들의 건강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갔다.

노숙자의 건강 문제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나선 이들이 바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영등포 요셉의원, 기독의사회 등 민간 의료단체.

1998년 5월 1일 어린이 날. 을지로 3가 지하 보도에 3명의 의사와 의과대학생 15명이 거리진료소를 열었다. 매주 금요일 7시부터 10시까지 을지로 진료소의 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하루에 80~90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

노숙자들이 가장 심란해 하는 추석, 크리스마스, 설날 등 명절에도 어김없이 진료소 문은 열렸다. 이날 진료를 마친 노숙자에게는 양말 두 컬레가 든 작은 선물도 함께 들려 보냈다. 진료소 활동에 팔을 걷은 의사)와 학생들은 심심치 않게 주머니를 털었다.

[98년 어느 여름 날로 기업됩니다. 그날은 영락교회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식판을 하나씩 받아 들고 지하보도에 쭈그려 앉아 밥을 먹는 노숙자들을 보면서 이렇게 이들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이때 거리에 나선 노숙자가 5천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인의협 의료사업국장으로 노숙자와 빈민층의 건강문제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주영수 교수(한림의대 산업의학과)는 당시의 비참한 상황을 이렇게 털어놨다.

1999년 여름이 지나면서 노숙자들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대책없이 노숙자들을 방치하던 정부도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쉼터가 만들어 졌고, 공공 근로를 통해 급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복지 차원의 접근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때 생겨난 것이 쉼터. 가장 큰 곳이 문래동에 1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유의 집이 있고,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영등포 보현의 집에는 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들 쉼터들이 99년 초 많이 활성화되어 환자들이 서울에만 106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20인 이내다.

최근 복지부 노숙자 정책은 재활(더이상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삶의 질 유지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복지부 마인드가 좋아지면서 노숙자 생활이 많이 개선돼 가고 있음), 서울시는 노숙자가 안 보이면 된다는 정책,

을지로 진료소에서 서울역 진료소로 옮기게 된 배경은 일단은 을지로 진료소 환자 숫자가 많이 줄었고, 서울역 노숙자들의 건강상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며, 노숙자들이 서울역으로 모여들고 있고, 특히 서울역 주변의 쪽방에서 6천원씩 돈을 주고 생활하는 쪽방 생활자를 진료의 대상으로 끌어안기 위한 생각.

서울역이라고 하는 우리 사회의 상징성. 노숙자들도 서울역으로 모이고, 다른 민간 의료자원이 서비스를 별로 제공하지 않고 있고,

을지로 진료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의 질적 문제까지 고려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 숫자가 고정적으로 4명, 관리해 주는 의사도 있어야 할 것, 임상 검사(혈액 소변 엑스레이 촬영) 주변 민간 의료기관과 계약을 통해 엑스레이를 찍어오면, 그 자리에서 필름을 보고 진료 당일 일부 확진도 하게끔.

학생들과 같이 쪽방 지역의 예방 보건 활동을 펼칠 계획. 쪽방 거주자는 몇 십년간 혼자 생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아파도 누구도 챙겨주지 않는 열악한 의료환경에 놓여 있는 실정.
주변 노숙자에게 적극 홍보하여 주변에 아픈 사람을 끌어 오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할 생각.

2~3개월간의 노숙자 진료활동을 벌여 얻은 결과를 종합해 서울시에 정식으로 노숙자들의 건강 문제에 문제 제기를 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노숙자 의료정책에 관한 서울시가 취해야 할 노숙자들의 의료에 대한 책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생각이고,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진료소는 진료의 수준을 높인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항상 현장에 열려 있는 상설 진료소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사회복지 측면에서 얘기하는 [Day Care Center]와 같은 개념인데요. 홈리스들이 옷이 더럽다고 하면 옷도 빨고, 말리는 과정에서 진찰도 받고, 자고 싶으면 자고, 배가 고프면 먹고, 다시 나갈 수 있고, 취업 상담도 할 수 있는 곳이죠. 그 안에 상설 진료소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의 중요한 개념이라고 하는데 그런 개념의 센터가 어딘에도 없다. 우리 나라 현실상 아마 의사가 배치되기는 어렵지만 간호사 1명을 꼭 배치해 의사와 긴밀하게 관계 가질 수 없도록

데이케어센터를 시점으로 우리 나라 공공의료를 의뢰체계로 활용할 생각. 시립병원이 첫 번째 창구. 보건소는 그런 역할 전혀 안 움직이고 있고, 민간자원을 이용하려해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안해 주고 있습니다. 복지안의 보건이라는 사회복지 형태를 시도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빈곤층의 최저 기본선이 될 것. 도시 빈민들의 문제, 보건복지 사무소, 사회복지 강화, 사회복지사 인력 보충, 기초생활보장법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여건상 어렵지만,
원래 전공은 산업보건인데요. 이 일을 1년 반쯤 하다보니 이런 문제에 반은 전문가가 됐다. 누구도 이런 분야에 일을 하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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