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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앞뒤 맞지 않는 의대 신설 주장

시론 앞뒤 맞지 않는 의대 신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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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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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의약평론가 전의료윤리연구회장)

▲ 이명진(의약평론가 전의료윤리연구회장)

최근 대선을 앞두고 때 아닌 의과대학 신설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OECD 통계를 들먹이며 의사의 숫자가 절대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주장하는 통계 자료와 해석을 보면 참 많이 어설프다는 느낌이 든다. 상식적으로 통계에 대하여 전문가가 아닌 상식적인 수준의 식견만 가지고도 최근 의대 신설 주장이 얼마나 우스운 주장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정책입안에 관하여 통계를 읽고 분석할 때에는 합리적인 해석이 키포인트다. 잘못된 해석에 근거한 정책입안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정책제안에 관하여 학자들이 정책을 주장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에 연관되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정책제안이 혹 다른 어떤 이익집단의 숨겨진 이익 때문에 이용되어 장기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

정확한 통계를 인용하지 않았거나 왜곡하여 해석하였다면 학자적 자질에 윤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대부분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들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와 근거자료로 내세운 통계에 관한 의문점들에 대하여 분명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왜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이유가 궁금하다.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인천·목포·창원 등에서 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의대 신설을 주장한 분들은 의과대학을 추진하려는 그룹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어 보려는 정치집단과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없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학자적 양심에 의해 주장한 것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근거로 제시한 통계에 대한 의문점이다. 우리나라의 활동 의사수가 OECD 회원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OECD Health Data 2012주요통계'에 2010년 우리나라의 활동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활동의사 수 3.1명보다 1.2명 적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통계는 시간적 추이를 고려하지 않고 판단할 때 큰 오류에 빠지게 된다. 최근 수년간 OECD통계를 분석해 보면 한국은 2004년에 국민 1000명당 1.6명이었는데 2010년에 1.9명이 되었다. 6년 사이에 1.2배가 늘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OECD회원국 평균(2005년 2.9명)의 활동의사 증가수인 0.2명보다 그 폭이 큰 것이다. 의사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왜 통계해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주장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셋 째로 왜 인구 증가율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있다. 단지 노년층의 증가 이유를 들고 있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증가율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0.3%였다. 세계인구증가율 1.2%에 비하면 매우 적은 비율이다.

OECD는 이러한 추세라면 2020년 한국의 인구증가율이 -0.02%로 인구감소세로 전환되고, 2030년에는 -0.25%로 예상되어 세계에서 4번째로 빠르게 인구감소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분은 앞으로 2020년에는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가 3.8명, 의료비를 비롯해 경제사회적, 의료 제도적 변수를 적용하면 2030년 3.2명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의사를 많이 만들어 놓으면 인구도 같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어이가 없다.

넷 째 의문은 의대를 신설하면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결방법을 내 놓고 있는 것이다. 의료현장의 생리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어설픈 논리다.

의사가 많이 나오다보면 기피과도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아주 단순하고 유치한 계산법이다. 비전문가의 주장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이해해 줄 수 있으나 그래도 의료보건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한다는 분들의 입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왜 기피과가 발생했는지 먼저 원인을 분석하고 원인에 따른 솔루션을 만들어 적용해 나가야 한다. 왜 원인분석도 안한 방법을 해결책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지 속내가 의심스럽다. 납득이 되질 않는다.

백 번 천 번을 양보해서 이상의 네 가지 의문점에 대한 의혹이 풀렸다고 가정하자. 부족한 의사인력에 대한 대처 방법이 너무나 서투르다. 한 번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주먹구구식의 정책 제안과 실행은 너무나 위험한 모험 같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도 의사가 부족할 때 채택했던 많은 방법들이 있다. 그들은 엄청난 돈이 투입되는 의과대학 신설이라는 선택은 제일 마지막에 하고 있다. 의사가 필요할 경우 의사수를 증가시킬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왜 의대신설만을 주장하는지 의문이다. 이 점을 확실히 답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장이나 전쟁 등의 수요로 인해 의사가 필요할 때 한시적인 기존의 의대정원을 증원하여 해결하거나 같은 언어 문화권에서 수입하던가 하면서 탄력적으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전혀 연구도 하지 않고 이런 주장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대선 때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지어놓고 텅텅 비어 있는 각 지역의 국제공항의 참담한 모습을 또 보아야 하는 것인가?

대표적 부실 의대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남의대 문제 하나 해결 못하고 있지 않은가? 계속해서 부실의대를 만들고 자랑하고 싶은 것인가?

기피과 문제나 지역적 편중문제의 해법으로 의사 수만 늘려보겠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지역적 편중 문제는 더 높은 수가를 주는 정책을 펴게 되면 된다. 특히 아이를 분만할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 의과대학을 신설한다는 것이 너무 가당치 않은 주장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규제하고, 옥죄는 정책만 내 놓고 있는 정부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반성을 촉구한다. 외국에서는 인기 과에 집중되고 비인기과가 발생하는 문제를 탄력적인 인센티브정책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중보건의사가 부족하기에 의대신설을 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논리가 너무 빈곤하다.

실제 의과대학의 남녀비율은 학생 선발제도에 의해 큰 변화가 있었다. 의학전문대학원 체제 도입과 남학생들의 상대적인 성적부진 현상이 겹치면서 의대·의전원 입학생들의 60%이상이 여학생들이다. 2006년 대한의사협회에 신고한 의사면허 소지자는 7만 1940명이며 이중 남성이 5만 7564명(80%), 여성인 1만 4376명(20%)을 차지했다.

하지만 학생 선발제도가 변경되면서 해마다 여학생 수가 늘어나고, 여의사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전체 여의사의 약 60%는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의사 증가 현상은 공중보건의 제도를 통해 싼 비용으로 의사를 배치해왔던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지게 했다. 공중보건의 부족 문제는 취약지가 아닌 보건기관이나 민간병원에 배치한 의사 인력을 제도 도입 목적에 맞게 다시 배치하면 된다. 의대를 신설해 취약지 공보의 배치 문제를 해소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하다.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분들은 이러한 의문점에 대한 명쾌하고 투명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부실한 정책은 국민의 돈을 허비하게 된다. 국민의 돈은 눈먼 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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