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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집단의 위상과 면허의 가치를 올리려면…

의사집단의 위상과 면허의 가치를 올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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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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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선(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고려의대 성형외과학교실)

▲ 안덕선(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고려의대 성형외과학교실)

대한의사협회 새 집행부는 의사의 자정노력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 문제는 2000년대 초반 WTO DDA협상이 진행되면서 서비스 분야의 개방과 면허상호인정에 관한 논의에서 외국의 자율규제를 바탕으로 한 선진 면허제도 검토와 우리나라 면허의 문제점 등이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선진국은 우리와 같이 종신 면허제도를 갖고 있지 않다.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의사의 역량이 유지되고 있을 때를 전제하고 있다. 캐나다나 영국과 같이 매년 의사 면허등록을 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미국과 같이 매 2년을 기본으로 주마다, 그리고 나라마다 약간 상이하다.

면허등록은 반드시 등록비 납부와 함께 신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면허세라는 이름 대신 등록비라는 용어의 사용은 돈을 받는 기관이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면허관리기구는 면허의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하고 정부는 여기에 대한 세금 공제의 혜택을 준다. 이유는 면허기구는 인력을 고용하여 직장을 창출하기도 하고 의사직무 수행에 필요한 투자로 간주한다. 선진국의 면허기구는 재단법인단체로 민간공공단체란 표현이 적절하다. 정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인 면허관리의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면허관리를 위한 부서에서 2~3인이 이 업무에 종사한다.

온타리오주 면허기구는 약 2만 명의 의사를 관리하는데 직원 숫자도 200명 정도 되고 건물의 크기도 우리 의협건물의 크기와 비슷하다. 200명 안에는 전문의 출신 전담의사가 레지스트라(Registrar)란 이름으로 10명 정도 일하고 있다.

이들을 주축으로 조사를 담당하는 전직 경찰관을 비롯해 사회학·정치학 등 박사학위를 소지 한 정책담당과 연구담당·행정직이 있다.

의사들이 자율규제단체를 운영하는 것은 의사들은 사회에 공익적인 업무 수행의 의무가 있고, 공익에 위반하는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내부사정을 제일 잘 아는 전문직에 처리를 위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며, 사회적 갈등과 낭비를 막는 지름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 면허제도는 일본 식민지제도 답습
한국·중국·일본·대만의 동아시아 나라는 문화적으로 가족적 사고의 특성이 있어 의사들로 구성된 의사단체는 당연히 의사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잘못했을 경우 이것을 처벌하기보다 두둔하고 감싸고 대변해 주는 일을 하는 것이 의사단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의사단체는 19세기부터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할 조합성격의 의사회와 자율규제를 위한 의학협회(면허기구)를 분리시켜 발전하여 왔다. 의사와 의사 사이에서 이해갈등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즉 의사 한 명이 잘못함으로써 나머지 의사에 대한 이미지와 전문직에 대한 위상을 추락시킬 수 있어 타 회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은 회원 간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사 직종의 번성과 회원의 명예에 손상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예방이 중요하고 이러한 사항이 발달하였을 때 전문직 내에서 자율규제가 힘을 발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입장에서 한국의 의사면허는 면허관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의사의 윤리성에 대한 담보 장치가 없어 면허 상호인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천명하였고,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현재 3년 마다 하는 의사면허 신고제는 의사의 실질적인 행정처분과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영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매년 활동의사 인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료 수요에 대한 정확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소재지 파악이 안 되는 의사는 자동적으로 의사면허를 상실하게 되어있다. 면허를 사용하는 사용자나 의료의 수혜자 모두 면허에 대한 조심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의료제도와 면허제도는 구일본 식민지 제도의 답습으로 자율규제에 대한 개념이 없던 동아시아 문화에서 의사들은 스스로 면허관리를 하겠다는 발상이 불가능하였다고 보인다. 동아시아에서는 유교의 과거제도가 근간이 된 공무원조직이 전문직조직을 추월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일제 때부터 의사들은 정부나 정치 지배계급의 피지배계층으로 자리 잡았고 의사들 스스로 뭉쳐 자율규제를 한다는 것은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정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이런 문화자산의 제한은 군사 독재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율규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 회원들은 면허신고나 등록에 대해 반발하기도 한다. 자율규제를 마치 정부의 행정력에 의한 또 다른 피해로 간주할 수도 있다.

면허제도의 근간인 자율규제 정신은 800년 전통의 길드 조직의 자율규제에서 출발했다. 조직원의 이익을 위하여 생산된 품질의 보장과 가격 통제를 했으며, 일부 회원들의 윤리성 문제로 다른 회원의 피해를 방지하는 자율적 규제를 했다.

10만 의사 회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양의학의 근대사와 의사단체의 발달사를 알릴 필요가 있다. 서양의학의 의사단체의 발달에 대한 문화적 차이점의 이해는 동아시아 의학교육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의사로서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할 때 공권력을 갖고 있는 정부 행정력에 의한 비전문적이고 불합리한 판단에 의한 행정처분의 남용도 상정하여 볼 수 있다.

의사집단이 진정한 전문직 집단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규범화 하지 못한 자율규제에 대한 회원들의 집중적인 관심과 의사회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급속 성장은 반드시 경제적인 면으로 국한될 수 없다.

이제는 우리 의사집단이 모범적인 자율규제를 달성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우리 의사집단의 위상과 우리의 면허의 가치를 올려 의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여 의사직종의 번영을 도모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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