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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0:33 (금)
의사부족 논란 '태풍의 눈' 정형선 교수를 만나다
의사부족 논란 '태풍의 눈' 정형선 교수를 만나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2.09.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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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급불균형, 의사인력 늘리지 않고는 해결 못해"
최근의 의사인력 적정성 논란 중심에는 한 편의 보고서가 있다.
정형선 연세대학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정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수행한 '적정 의사인력 및 전문 분야별 전공의 수급추계 연구'가 그것으로, 정 교수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의사 수는 현재에도 부족하며 앞으로도 더욱 부족해 질 것이라며, 의과대학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3600명 수준으로 최소 20% 가량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향은 즉각적이었다.
국회와 시민단체 중심으로 이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실제로 수차례 관련 토론회가 마련됐다.
반대로 의료계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의사밀집도, 젊은 의사 비율을 고려하면 절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각종 언론보도 이후 의사들로부터 항의메일도 여러차례 받았고 욕도 많이 먹었단다.
궁금했다. 밥 나오고 떡 나오는 일도 아닌데 '죽일놈'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앞장서서 의사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외치는 그의 속내가. 당사자인 의사들이 절대 아니라는데도, 그렇지 않다는데도 버리지 않는 '확신'의 이유가. 

 

ⓒ의협신문 김선경

Q.현재의 의사인력이 적정하냐는 물음에, 연구보고서는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판단의 근거는.

-의사인력 수요를 예측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는 인구대비 의사수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의사 수는 OECD 최하위에 속할 정도로 적다. 의료 수요에는 인구 고령화도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고령화로 의사인력 수요가 앞으로 더욱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이 두가지 지표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Q. 의사인력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일어나나.

-의사가 부족하면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아진다.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가 심각하게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의사가 환자를 보는 시간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도 있으므로,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형병원 의사들이 하루에 100~200명의 환자를 보는 것은 문제 아닌가. 지방병원·기피과목 의사부족 현상도 전체적인 수급의 불균형에서 나오는 문제다.

Q. 언급한 대로 의사인력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인구대비 의사 수 지표가 주로 사용된다. OECD 관련 연구로 의사밀집도를 본 사례가 있다. 동일 면적내에 존재하는 의사들의 숫자와 의사 1인당 책임져야 하는 면적을 각 나라별로 비교, 실제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를 산출했는데, 이를 근거로 한 의료접근성은 우리나라가 오히려 다른 국가들을 크게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반대하면서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인구밀도의 차원에서 거리적 접근성이 좋더라도, 인구 개개인의 의료에 대한 수요는 있는 것 아닌가. 의사 수의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적합치 않다고 본다.

Q.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이론적 배경은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다. 의대 정원을 어느정도 늘리면 낙수효과가 발생해 지원 기피과나 공공영역 지원기피 현상이 해결될 수 있겠나, 보고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런 비판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인력이 찼을 때 이동효과가 나타날 것이냐는 인간의 심리와 복잡한 사회적 문제가 얽혀있고, 미래를 예측해내야 하는 부분이다. 사회적 수요와 공급, 수요량과 공급량은 정확히 따질 수 없다. 나타나는 현상들을 가지고 가장 근접한 수요량을 추론해 내는 것이다. 직접적인 수치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징후들이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 의대에 간다, 의사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의사 봉급은 오르는데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 1억원을 줘도 보건소에는 의사가 오지 않는다' 이런 현상들이 수요량의 부족을 알려주는 가장 강력한 근거다. 낙수효과발생시점이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Q. 1억원을 줘도 보건소에 의사가 오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사실 주변에 다른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 않나. 결국 현상으로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추론하고, 늘려 놓으면 골고루 갈 것이다라는 기대를 결과로 내고 있는 것 아닌가.

-기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Q. 의료계가 보는 현상은 다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폐업률도 늘고 있다.

-물론 당사자인 의사는 괴로울 수 있다. 그러나 경쟁의 괴로움은 어디에나 있다. 그나마 의사사회는 그런 경쟁의 부담을 덜 겪도록 보호되어 왔다. 면허제도·정원규제로 완화시켜왔던 것이다.

Q. 환자 입장에서도 언제든 병원을 가고 싶으면 갈 수 있고, 의사를 만나기도 어렵지 않다. 환자당 내원일수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의사가 부족하다면 가능한 일이겠나.

-우리나라 의사가 보는 환자 수는 OECD 평균 2-3배다. 적은 인력으로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그림이다. 국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충분한 접근성을 가진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의사의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 의사들이 죽고살기로 일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환자입장에서는 진료가 너무 짧고 급하다는 단점이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Q. 의사가 부족하니 환자가 충분히 진료를 받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판단인데, 짧은 진료시간의 문제는 의료인력 수급보다는 진료습관, 의료의 질로 넘어가는 문제 아닌가. 의사들이 많아지면 일인당 환자수가 줄어들고 그러니 충분히 공을 들여 진료를 할 것이라는 것, 너무 희망적인 해석이 아닌가.

-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 직접적이진 않다. 진료시간이 짧은 것은 진료습관이나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그렇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가의 적정성은 차치하고라도 행위별 수가이다보니, 수가가 적건 많건 그렇게 해야 수입이 많이 들어오는 구조다. 초진료·재진료 구조도 문제다. 일본의 경우 초진에서 재진으로 넘어가면 진료수가가 초진의 30% 정도로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80% 정도 준다. 재진·삼진해도 유리한거다. 결국 자주오게 할 수 밖에 없고, 오는 환자 짧게 많이 보는거다. 그런 시스템 고치는 작업이 당연히 같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공급을 늘려가면서 지불제도와 수가제도 같은 것들이 동시에 같이 가도록 구조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인력을 늘리는 일은 다른 일에 비해 타임 스팬이 길다. 최소 10년이다. 수가 개편 같은 제도적 보완은 그 사이에 얼마든지 진행될 수 있다. 정원 늘리는 것이 약속 되면 수가 등의 문제는 맞춰서 가면 된다. 빈도를 통해 수입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아닌 방식으로 지불제도를 다시 재편해나가야 한다.

Q. 지역 편차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다만 그 해답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물론 지역으로 가는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그럴만한 인력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 것이고 방법은 지역쿼터제 등으로 보고서에서 다양하게 적었다. 서울 살던 사람이 강원도 가서 의대를 졸업했다면, 졸업 후 당연히 서울로 돌아오지 않겠나. 지역 쿼터를 줘서 그 지역 연고 있는 사람이 남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지역 장학금도 옵션으로 5~10년 정도 갈 수 있다고 본다. 외국사례를 보면 의대교육 커리큘럼에 지역실습 프로그램을 강화했더니 지역에 남게 되는 비중이 늘어났다는 보고가 있다. 전체 공급량을 늘리면서 각종 대책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Q. 순서의 문제일 수 있다. 의사 수부터 일단 늘리고 나서 수가나 다른 제도적 정비를 하자는 것인데,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이 깊다보니 불안한 측면도 있다.

-이왕이면 의료제도의 핵심인 의사들이 적정한 수입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간다면 좋다.하지만 의사의 적정수입이 의사의 적정공급보다 우선이 될 수는 없다. 특정 직종의 모든 구성원이 안정된 수입을 받도록 보장하는 직종이 어디 있나. 의료직종이 특수하다보니 되도록 그렇게 가도록 노력할 수는 있어도 그것은 노력의 문제인 것이지, 의료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의료 인력의 공급은 수요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어느 정도의 안정된 보상체계는 의료제도를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필요하다. 다만, 의사의 수익은 국민의 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양자를 동시에 봐야한다.

Q. 모든 상황을 고려해도, 해법은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이야기인가?

-당연하다. 지금은 절대인력 수준이 부족하다. 정부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의대정원만큼은 확실히 늘려줘야 한다. 급격히 늘려놓으면 교육 받을 곳 없을 수도 있고 하니, 최소 20% 정도 늘리자고 제안했다. 의정 합의에 따라 줄인 정도 수준은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정원을 줄이면서 편입학도 막았다. 3400~3500명 정도의 정원을 3058명으로 고정한 것이다. 이로 인한 영향이 10년 가까워지는 시점에 터졌다. 최근에는 의전원 문제로 현역이 더 줄었다. 조만간 난리가 날거다.

Q. 의대증원 감축을 결정한 2002~2003년 전후에도 의료인력 적정성과 관련해 많은 정부산하 보고서 나왔다. 당시 보고서 중에는 2012년 경에는 의사인력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내용도 있었고, 결국 정부는 이같은 보고서들을 판단의 근거로 삼아 정책적 결정을 내렸다. 교수님의 판단은, 10년 지나서 보니 당시의 선택이 잘못이었다는 것 아닌가. 이번 보고서는 다른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나.

-당시에는 의약정 합의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방향을 잡아놓은 보고서들이 나왔던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의료계만 반대하지 국민과 환자 등 모든 세력들이 의사인력 증원에 찬성하고 있다. 이만한 설명이 있겠나.

Q. 앞으로의 활동은?

-정부 또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마찰을 우려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것을 밖에서 끌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강하게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별·과목별 인력편차 등 수급 불균형의 문제는 전체 의사수를 늘리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해결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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