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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응급실 근무환경 개선 필요하다

청진기 응급실 근무환경 개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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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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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충주시보건소 공보의)

▲ 권용원(충주시보건소 공보의)

최근 응급실에서 진료가 지체되자 보호자가 전공의에게 폭언과 폭행위협을 한 것이 알려진 적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던 환자가 휘두른 칼에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일들이다.

어떤 직업이든 각자 특수한 환경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중 의사가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역시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응급실에서 야간당직 경험을 해본 의사들의 경우 그 시간대의 응급실이라는 공간이 의료진에게 주는 스트레스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다보니 처음부터 능숙하게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임상의사로서 노련해지다보면 환자 및 보호자와의 원만한 치료관계를 쌓는 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좋은 근무환경은 의욕을 북돋아준다. 반대로 열악한 근무환경은 의욕을 감퇴시킬 뿐 아니라, 사고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응급실이라는 환경은 의료진에게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부담이 큰 곳이다.

특히 의사 면허를 갓 취득하고 인턴으로 응급실에 투입된 의사에게 응급실은 혹독한 환경이 될 수 있다. 응급실이 제한된 인력으로 운영되다보니 불가피하게 한 명의 의사가 여러명의 환자의 검사와 치료를 담당하게 되어있다.

이런 까닭에 환자와 보호자는 자신들이 한참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의학적 처치가 시행되지 않은채 방치되고 있다고 느낀 나머지, 의료진에 대한 실망감을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결국 환자를 돌보고 아픔을 덜어주리라는 꿈을 품고 시작하지만, 정작 자기 몸 하나 지켜내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 앞에서 많은 새내기 의사들이 좌절감을 맛본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폭행의 경험이 있었으며, 80%가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한응급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이런 응급실 폭력행위자의 51.3%가 음주상태였다고 알려져 있다.

응급의료법이 의료진에 대한 폭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폭력행위자가 음주상태인 것을 감안해 단순폭행으로 처리하는 등 응급실 폭력에 대해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사실상 법적 효력이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얼마전 발의된 정신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음주로 인하여 판단력 및 신체기능이 저하돼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에 있거나 소란행위 등으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 그 밖의 사회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을 야기하고 있는 사람'을 경찰의 판단하에 의료기관에 이송해 24시간동안 입원조치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미 충분히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응급실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응급실 폭력의 절반 이상이 음주상태에서 행해지고 있음을 고려할때, 앞으로도 응급실은 의료진들에게 있어 현재보다 더 열악한 근무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느끼게 되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경험 자체가 의료진의 적극적인 진료를 방해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여러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폭력행위는 다른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의료행위를 지연 또는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응급실 폭력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채 개개인의 노련함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내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최적의 진료를 지향하고자 한다면, 응급실 의료진 근무환경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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