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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췌도 이식 당뇨원숭이 1년간 건강하게 생존

돼지췌도 이식 당뇨원숭이 1년간 건강하게 생존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2.08.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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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회 교수팀, 선택적 면역억제제 치료효과 경과보고

박성회 서울의대 교수팀(병리학교실·서울대병원 병리과)은, 새로 개발한 선택적 면역억제제를 이용해 돼지췌도를 이식한 당뇨병 원숭이가 1년간 혈당이 조절되며 건강하게 생존하는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교수팀은 당뇨병 원숭이에 정상 원숭이의 췌도를 이식하는 동종췌도이식에도 성공했으며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키메라항체도 개발했다.

▲ 박성회 서울의대 교수
박 교수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선택적 면역억제제인 MD-3 항체에 기반을 둔 면역조절 프로토콜을 개발해 당뇨병원숭이에 돼지의 췌도를 이식한 후 부작용 없이 6개월 이상 성공적으로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에 성공했음을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당시 2차 진행경과를 보고하기로 한 박 교수팀은 돼지췌도 이식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후속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처음 돼지췌도를 이식받은 원숭이에서는 이식된 췌도가 8개월간 생존했다. 그 후 면역억제제의 투약 기간을 조절하며 췌도를 이식받은 다른 원숭이 2마리에서는 1년간 혈당이 조절되다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까지 원숭이 간문맥에 정상돼지췌도를 이식한 시도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당뇨병을 치료한 성적이다. 박 교수팀은 현재 이식된 췌도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방법과 돼지췌도를 재이식해 오랫동안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팀은 또 당뇨병 원숭이에 MD-3 항체와 1종의 면역억제제만을 투여한 후 다른 원숭이로부터 채취한 췌도를 이식하는 동종췌도이식을 시행한 결과 8개월째 평균 70∼80mg/dl의 정상혈당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 다른 한 마리는 이식 후 2개월째 80∼90mg/dl 혈당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생존해 있다.

현재 임상에서는 한 명의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2~4명의 뇌사자로부터 췌도를 분리(1~4대1 이식)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한 마리의 원숭이에서 채취한 췌도(1대1 이식)만으로도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현재 이 원숭이는 최소 용량의 라파마이신만 투여받고 있다. 이는 MD-3 항체에 의해 면역 T 세포가 억제되면 최소한의 면역억제제 사용만으로도 성공적으로 동종췌도이식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현재 동종췌도이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획기적인 결과다.

박성회 교수는 "이종췌도이식에 실패했던 원숭이에서 동종췌도이식을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이식용 동종췌도가 부족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돼지췌도를 먼저 이식하고, 추후 필요하면 동종췌도를 이식받을 수 있은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당뇨 원숭이에 돼지췌도를 이식해 1년이 경과한 것은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생존하는 기록이며, 1년이 경과하는 동안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점도 의의가 크다"며 "현재 후속 연구를 통해 이식된 돼지췌도의 생존기간을 늘리거나, 해마다 반복이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년 말 우선 사람에서 사람의로의 동종췌도이식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으며, 돼지췌도이식 임상시험은 이종이식의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항-CD154 항체 또는 대체약물이 개발되면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종췌도이식은 항-CD154 항체가 필요 없고 MD-3 항체와 라파마이신 투여만으로 가능한 만큼 환자에게 훨씬 빨리 시도할 수 있다"며 "동종췌도이식 후 1년 이내에 라파마이신 투여를 중단하는 연구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팀은 임상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형태의 MD-3 키메라 항체를 개발했으며, 당뇨병 원숭이에 이종(돼지)췌도 혹은 동종췌도를 이식한 후 효능을 검증했다. 이는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당뇨병 완치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면역조절제에 기반을 둔 췌도이식의 임상시험으로 나아가는 진일보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연구는 그동안 당뇨치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박 교수가 개발한 항체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적으로 T 세포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것이다. 1950년대 동물에서 면역관용을 유도할 수 있음을 Peter Brian Medawar 및 Frank Macfarlane Burnet 교수가 발표한 후 장기이식 및 자가면역질환 환자 치료를 위해 T 세포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것은 면역학자와 임상의사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박 교수팀의 가장 큰 업적은 세계 최초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면역관용 유도 기반기술을 영장류에서 확립한 것이다. 이는 다른 장기이식과 골수이식 등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적용 범위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우선 소아당뇨병 환자의 치료와 골수이식후의 치명적 부작용인 이식편대숙주반 억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창의선도 연구자)·교육과학기술부(바이오신약장기사업단)·보건복지부(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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