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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 수준은 기본…소통과 안락함으로 승부
검진 수준은 기본…소통과 안락함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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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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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선진국 일본을 가다…
도쿄 검진센터 5곳을 돌아보고
양형규(양병원 의료원장)

▲ 양형규(양병원 의료원장)
무릇 인간의 삶이란 예나 지금이나 힘들고 고달프다.

우리나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보람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난하고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 일례로 병원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료보험료는 매년 1%정도 오르는데 비해 해마다 상승하는 인건비와 그외 지출은 상당부분 상회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건강검진 분야에 포커스를 잡았고 특히 검진분야에 선두국가인 일본 검진센터 방문 계획을 세웠다. 특히 일본 검진센터의 시설이나 시스템 등에 대한 선진기법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었고 이번의 일본 방문은 이러한 배경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막상 일본의 검진센터를 둘러보려 하니 수많은 일본병원들 중 우리가 보고 배울만한 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지만 여기저기 수소문을 통해 일본 도쿄 시내 건강검진센터 5곳에 대한 탐방 계획을 잡았다.

히비야공원클리닉

'히비야 공원 클리닉'은 히비야 공원역사의 지하 1층에 자리잡고 있다.

규모는 약 200평정도로 일본의 유수 잡지인 '주간 다이아몬드'사 사장이 부이사장으로 있는 의료법인이다. 하루 평균 15명만 검진한다고 한다. 상근 의사 한명에 출장 의사 3명이 환자를 보고 있었고, 직원 수는 대략 20~30명 정도 돼 보였다.

모든 검진시스템이 한 층에 배치 돼있어 출발점부터 마치는 곳까지의 동선이 편리하게 설계돼 있었다. 또 여성을 위해 특별히 배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즉 자궁경부암 세포검사나 유방촬영 등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검진을 따로 할 수 있는 여성 전용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직원들 역시 여성으로만 구성돼 있었다. 때문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위 내시경은 경비내시경이었다. 이는 가느다란 내시경을 코로 삽입해 시술하는 방법이다. 하루에 대략 15명 내외를 검진한다고 하며, 기업검진의 경우 의사가 의뢰한 회사로 직접 파견돼 검진결과를 설명해준다고 한다.

이 클리닉의 홈페이지를 보면 치과 진료(Dental care)와 정신과 진료(Mental care)도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검진을 통해 외부의 다른 병원과 연결해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또 이 병원에서는 사람의 혈액으로 15가지 정도의 암을 판별할 수 있는 '아미노 인덱스 검사'를 받는데 1만 5000엔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아미노인덱스검사는 기존의 CEA Ca-19-9 등 '암표지자 검사'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은 검사이다.

밸류HR빌딩클리닉

두번째 방문지였던 밸류 HR빌딩 클리닉으로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움직일 필요성이 있었다.

이 병원이 오픈한 지는 1년 남짓 됐다고 한다. 밸류 HR빌딩의 지하 1·2층과 지상 2층을 함께 쓰고 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웠다. 지하라곤 하지만 공간이 넓고 천정도 높아 지하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하 2층엔 접수창구와 식당이, 지하 1층에는 X-ray 및 CT실이 그리고 지상 2층에 진찰실과 유방초음파 및 자궁경부암 세포진검사실 등이 배치돼 있었다.

이 병원에서는 하루 평균 50명 정도를 검진한다고 한다. 특히 이곳의 유방초음파는 지멘스사 제품으로, 3억엔을 호가할 만큼 고가의 장비인데 일본 전역을 통틀어서 3대밖에 없다고 한다. 프루브가 유방 위를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스캔하는 최첨단 방식이었다. 유방 초음파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사뭇 감동적이었다.

이 클리닉은 검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기로 유명했다. 보통 1시간 정도면 웬만한 검진은 다 소화할 수 있으며 길어봐야 2시간을 넘지 않았다. 이 점은 이 병원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었는데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검진하러 온 사람들이 팔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그것이었다.

팔찌 속엔 전자칩이 내장돼 있어 병원 내의 전반적인 동정이 속속 전달됐다. 어디에 사람이 많이 밀려있고, 어디가 한가한지, 그래서 어디로 먼저 가면 검진을 빨리 받을 수 있는지 등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이 병원에서도 위내시경은 주로 경비내시경으로 시술하고 있었다. 반면 대장내시경을 시술하는 코너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비내시경은 8% 리도카인을 코에 분무하고 5분 정도 기다렸다 시술하는데 통증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이 곳은 완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검진을 받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팩스보다 더 선명하고 정밀하게 볼 수 있는 위장 x-ray 촬영이 포함된 종합검진이 4만 5150엔, 위장 x-ray 촬영 대신 위내시경이 포함된 종합검진이 2만 5200엔이었다.

▲ 밸류HR빌딩클리닉에 설치된 3억엔 짜리 유방전용 초음파기. 가슴에 대면 프루브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성인병 검진으로 통하는 생활습관병 검진이 2만 5200엔이었고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단체 검진은 1만 500엔이었다.

한편 이 병원 역시 여성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여성 전용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고, 여성고객에게는 특별히 화장품 세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검사가 끝나면 커피와 차 등 음료와 함께 일본 유수의 도시락집에서 만든 최고급 도시락을 준비해 병원 앞 분위기 좋은 공원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여성 탈의실에는 화장대가 5대나 비치돼 있어 검진을 받은 후 여성들이 화장을 편하게 고치고 나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필자는 병원 운영자를 만나 한 달 수입이 어느 정도 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수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한 달 지출은 3000만엔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만큼의 액수를 벌지 못하면 파산이라고 한다. 때문에 '파산관리 시스템' 역시 잘 갖춰놔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요쯔야메디칼큐브

세 번째 방문지 '요쯔야 메디칼 큐브' 병원은 도쿄의 찌요다구(요쯔야)에 위치해 있다.

일본의 보안업체인 세콤이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기에 세콤 회원들의 가입수가 많다.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며 가입비가 500만엔에 검사비가 40만엔이니 다른 검진센타에 비해 8배 정도 비싼 편이다. 따라서 일본 최고 상류층을 겨냥한 병원이며, 하루 평균 15명 내외의 환자가 찾는다고 한다.

이 병원은 특히 외과와 산부인과 수술을 거의 복강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 밖에 이 병원에는 손외과와 유선외과, 그리고 비만을 치료하는 감량외과가 있는데 일본 내에서 최고로 알려진 3인의 의사가 포진돼 있다. 이들 3인의 진료과목은 비보험진료, 즉 일반진료를 택하고 있다.

때문에 병원비가 보통 100만엔(15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요쯔야 메디칼 큐브의 병상 수는 19병상. 병원 건물은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7층까지 구성돼 있다.

필자가 방문한 날도 종합검진을 받기로 한 16명 고객의 세부검사 스케줄이 컴퓨터에 수록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첫 검진부터 결과 설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 돼 있었다.

이 병원은 당일 중요한 결과가 다 나와야 모든 검진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당일완료체계'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병원관계자들이 검사를 끝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들 곁을 수시로 드나들며 건강 상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보였다.

이는 환자의 초조함과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병원 측의 배려이기도 했다. 병원 측과 환자 간의 원활한 소통이야말로 병원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일 것이다.

필자가 검사실을 방문해 간기능 검사를 하루에 몇 차례 돌리는지 물었다. 문득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하루 두 번하고 있는 우리 병원과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현지 관계자의 말이 하루에 몇 번 정해진 건 없고 수시로 계속 돌린다고 했다.

 요쯔야 메디칼 큐브는 PET/CT 기계가 3대에 1.5TMRI 1대, 64채널 CT 1대에다 유방촬영기와 x-ray기는 전부 디지털이었고 초음파가 12대 구비돼 있었다. 내시경 본체는 3대이고 위내시경 스콥이 10개, 상부 초음파 내시경이 1개, 대장내시경 스콥이 5개 있었다. 그리고 수술실이 4개에다 셀세이버라고 하는 수술 중 자기혈 회수장치도 갖추고 있었다. 초음파 검사실은 4곳이나 됐다.

그런데 검사실을 운영하는 방식이 특이했다. 병원은 장소만 제공해 주고 외부 검사업체에서 모든 기계나 장비를 설치해서 환자를 상대로 검사해주고 검사료를 받아가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지 못한 독특한 시스템이다.

요쯔야 메디칼 큐브는 비록 19병상만을 보유한 클리닉 수준의 병원이지만 의사가 35명에 간호사 61명·보건사 6명·방사선기사 14명·검사기사 9명 등 무려 16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외래환자 수는 매일 230명 정도에 입원환자는 월평균 528명 정도 된다니 19개의 병상이 거의 빈 자리 없이 돌아가는 셈이었다.

2011년 실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술은 1년에 2113건으로 외과 839건·손외과 455건·산부인과 428건·유선외과 198건·여성 비뇨기과 193건이며, 페트를 1년에 9316건·CT 5005건·MRI 5326건·유방촬영 4148건·위내시경 3193건·대장내시경 961건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와 있다.

PET/CT 기계가 3대에 1.5TMRI 1대, 64채널 CT 1대에다 유방촬영기와 x-ray기는 전부 디지털이었고 초음파가 12대 구비돼 있었다. 내시경 본체는 3대이고 위내시경 스콥이 10개, 상부 초음파 내시경이 1개, 대장내시경 스콥이 5개 있었다. 그리고 수술실이 4개에다 셀세이버라고 하는 수술 중 자기혈 회수장치도 갖추고 있었다. 초음파 검사실은 4곳이나 됐다.

이 병원의 자랑은 암 발견율이 2.53%라는 점이다. 일본 전체 종합검진센터의 암 발견율이 0.69%라고 하니 무려 3.5배나 높은 수치이다.

"암 발견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필자가 병원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특별할 것이 없다는 듯 그는 담담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저 환자 한 분, 한 분 세심하게 검진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사실은 PET-CT를 많이 하기 때문에 검출률이 높은 것입니다."

필자로서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답이었다.

미쯔이기념병원

일본 방문 3일째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미쯔이기념병원 종합검진센터'를 방문했다. 미쯔이기념병원은 도쿄 찌요다구에 위치해 있으며 482개의 병상을 보유한 종합병원이다.

미쯔이기념병원은 크게 두동으로 돼있다. 하나가 외래동이고 또 하나가 병실동이다. 종합검진센터는 병원 바로 앞 건물의 1·2·3층을 빌려 쓰고 있다.

미쯔이기념병원 검진센터는 약 600평 정도의 규모다. 검진센터장으로 있는 야마카도 선생은 순환기내과 전문의 출신으로 일주일에 이틀을 환자와 만나 문진과 검사결과에 대해 설명한다고 한다. 이 병원 검진센터 구조는 입구에서부터 동선을 따라 한바퀴 돌면 검진이 끝나는 형태다.

오전에만 대략 50~60명 정도의 환자를 소화하고 있으며 비용은 하루코스가 5만 2500엔이다.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은 오후에 의사가 직접 한다고 한다. 오후 코스 역시 비용은 5만 2500엔. 1일 코스를 오후에 집중적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한편 1박 2일 코스도 있는데 비용은 9만 9750엔.

▲ 미쯔이기념병원 전경. 이 곳 검진센터는 입구부터 동선을 따라 한바퀴 돌면 검진이 끝나는 형태다.

1일 코스에 경구단복하시험과 전신CT를 추가한 정도였다. 검사결과는 2일째 검사 종료 후 의사가 직접 환자를 만나 사후지도와 함께 설명해 주었다.

8명의 코디네이터가 검진받을 환자들을 일일이 안내하며 따라다녔다. 병원 내 환자의 전반적인 동향은 바코드시스템을 통해 파악됐고, 코디네이터끼리 무전기를 통해 검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었다. 또 이 병원의 특징 중 하나는 환자들을 위한 강의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보험수가도 적용되는데 비용은 6000엔 정도였다. 강의실은 환자 보건교육을 위한 시스템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병원 입장에서도 환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으로 자리 매김되고 있었다.

야마카도 선생은 1947년생으로 일본검진의학회 이사이며 학술위원장이기도 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친절해서 안내받는 필자가 미안할 정도였다. 2시간 동안의 자상한 안내에도 미진함을 느꼈던지 우리 일행을 강의실로 데리고 가 검진센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PL 도쿄 건강관리센터

마지막 방문지 'PL 도쿄 건강관리센터'는 'Pure Liberty(순수자유)'라는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도쿄의 시부야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면적이 6000㎡에 이른다. 건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으로 구성돼 있다.

상근 의사가 35명에 직원이 290명에 달하며, 종합검진 수가는 5만엔이고 매일 150명 이상의 환자를 소화하고 있는 초대형 검진기관이다. 따라서 1년에 검진인원수는 4만 2000명에 이르며, 수입은 27~28억엔(400억원)에 달한다.

필자가 일본에서 가장 매출규모가 큰 검진기관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구마모토의 '적십자병원 검진센터'라고 했다. 이곳은 1년에 30만명 가량을 소화하는데, 국가검진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런데 PL도쿄검진센터의 경우 이렇게 규모도 크고 매출도 많은데 개원 이래 계속 적자에 허덕이다가 현재의 다나카 소장이 부임한 몇 년 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일본 역시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기가 만만치 않은 듯했다.

매일 150명 이상을 종합검진하는 병원이었기에 탈의실의 규모가 꽤 컸다. 가운은 청결하게 세탁해 걸어놓았으며, 한번 신었던 슬리퍼는 다시 수거해 세탁한 후 소독해 비치했다. 병원 4층에서 환자가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를 하면 조그만 백을 준다.

▲ 탈의실 세면대와 슬리퍼를 소독하는 초음파 소독기.

이 안에 바코드카드와 탈의실 열쇠 및 개인의 귀중품 등을 넣고 다니게 한다. 선물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종합검진권도 팔았다.

이 병원은 사무직원이 70명에 달했다. 총무과와 영업부, 그리고 검사결과지를 작성하고 이상소견이 있는 사람을 3개월마다 전화해서 추적하는 추적부, 전화거는 콜센터 등이 함께 모여 사무를 보고 있었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1년치 예약자의 바코드를 붙여놓고 있었다.

하루하루의 바코드 스티커가 날짜별로 붙어 있다. 이렇게 관리하는 것이 컴퓨터로 관리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한다. 예약이 사정 상 바뀌어지면 스티커만 떼서 다른 날짜에 옮겨 붙였다. 예약이 많고 적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배워둘만한 시스템이었다.

▲ 사무실 한쪽 벽을 장식한 1년치 검진예약자의 바코드.

이 곳 검사실은 100평 남짓해 보였는데 3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시간당 2000테스트를 검사할 수 있는 생화학 장비가 4대 구비돼 있었다. 따라서 시간당 총 8000테스트를 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많은 수의 검사결과를 당일에 종합판정하기 위해선 고용량의 검사 장비를 여러 대 들여 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궁세포진 도말검사나 cytology를 판정하기 위해 4명의 직원이 연신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필자가 다가가 해부병리 의사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임상병리사를 일정기간 훈련시켜 세포검사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 한해 현장에 투입한다고 한다. 조직검사 때 떼어낸 조직을 이 곳에서 연구 파라민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해부병리의사에게 판독을 의뢰해 판정을 받는다고 했다. 해부병리의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일 것으로 여겨졌다.

2층에는 초음파·CT실·흉부 x-ray 촬영실·로열촬영실·x-선 시설들이 있었는데, 초음파 검사실이 9개나 갖춰져 있어 그 규모에 놀라움을 금지 못했다. 아마도 복부·골반부·경부 유선부위 등 부위별로 초음파를 시술하다보니 많은 초음파실이 필요한 것 같았다.

필자가 초음파검사는 누가 하냐고 물어봤더니 숙련된 방사선사를 교육시켜 초음파사(sonography) 임무를 부여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검진기관의 경우 이런 방법으로 인력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필자가 영상의학과 의사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법에 문제될 게 없냐고 물었더니 일본에서는 초음파사에 대한 법이 이미 명문화돼 있어 합법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혹시 간암 등에 양성소견이 나왔을 때도 영상의학과 의사의 소견이 필요 없냐고 했더니 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암과 같은 병을 판정하는데 오진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느냐며 자신만만해 했다. 필자가 다시 초음파사를 별도로 교육시키는 곳이 있냐고 묻자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컨퍼런스 등을 통해 승부하지 별도로 가르치는 곳은 없다고 했다.

이 병원에선 MRI 촬영 빈도도 많은 듯했다. 하지만 고가의 검진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페트검사 장비는 없었다. 전반적으로 구비된 의료장비들이나 검진비용, 그리고 동원되는 인력 등을 놓고 볼 때 'PL검진센터'가 가장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모습이 아닐까 여겨졌다.

병원 곳곳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메디칼 에스코트란 직함을 가진 병원 직원들은 이른바 병원 코디네이터로 환자와 일대일로 함께 다니면서 안내역을 하고 검진의 전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이 검진센터의 쉬는 날은 월요일이었다. 그러니까 일요일·공휴일도 직원의 반수가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환자 편의를 위해 검진센터가 일요일·공휴일에 문을 여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PL검진센터는 의사가 35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내과의 경우 소화기내과·순환기내과·호흡기내과·내분비내과 등으로 구분해 검진했다. 그리고 그 날 검진한 사안에 대해선 당일 결과에 대해 상담해 주는데 상담시간은 보통 15분정도 걸린다고 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12명의 의사가 동시에 환자와 상담하고 있었다.

이 병원에선 문진도 의사가 직접 했다. 문진실은 별도로 3개가 설치돼 있었다. 또 추적검사부(follow-up부)란 곳이 있어 검사결과 양성소견이 나온 사람에 한해 3개월마다 전화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차트는 전자차트를 사용하고 있었고, 회원(멤버)제도가 마련돼 있어 반년마다 수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반년마다 법인제도가 있어 검진비용의 30%를 할인해 준다고 한다. 각 건강보험조합에서는 보조제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 돌아본 '히비야공원클리닉' '밸류HR빌딩 클리닉' '요쯔야 메디칼 큐브' '미쯔이 기념병원' 'PL도쿄 건강관리센터' 등은 각각의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일본 건강검진센터의 선진화된 시설이나 시스템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선진 혁신기법과 최신 트렌드와 정보를 습득하는데 소중한 기회였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을 실무적인 측면에서 벤치마킹한다면 병원 경영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이번 일정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환자를 위해 쓰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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