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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묶어 전공의 같이 뽑자" 10년 실험 '갈림길'

"병원 묶어 전공의 같이 뽑자" 10년 실험 '갈림길'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2.08.1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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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13일 병원군별 총정원제 도입 관련 공청회
다양한 임상경험 '강점'…책임·소속감 저하 지적도

▲ 대한병원협회는 13일 병원군별 총정원제 도입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이은빈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병원들을 일정 단위로 묶는다. 이들 병원에서 전공의를 함께 뽑아 각 병원을 돌면서 수련을 받게 하면 어떨까?

전공의 수급난을 해결하고, 순환근무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된 병원군별 총정원제 시범사업이 시행 10주년을 끝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CMC 같은 동일계열 병원간 전공의 교육이 가능한데다 병원 규모에 따라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전공의의 소속감이 떨어지는 등 난제도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오승택 가톨릭의료원 수련교육부장은 13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가톨릭대학교 의과학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도 도입 관련 공청회에서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제도가 나아갈 길을 발표했다.

기존 전공의 수련시스템은 독자병원과 모자병원으로 이분화 돼 있었다. 총정원제는 모자병원제의 변형된 형태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브랜드 병원이 모 역할을 한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수련병원간 지위가 균등하다는 점에서 차이를 지닌다.

현행 독자병원·모자병원 체제 문제 해소할까

가톨릭의료원은 2003년부터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을 필두로 의정부성모병원·부천성모병원·성바오로병원·인천성모병원·성빈센트병원 등 10개 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를 함께 뽑아 공동 수련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1차 시범사업 기간인 2007년까지는 병원간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지도 전문의의 책임감이 결여되고 전공의 소속감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지적되자 주교육병원을 선택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꿔 2차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오 수련교육부장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제도를 운영할 수 있으며, 참여병원의 교육역량과 책임감을 함께 증대시킬 수 있는 체제"라고 총정원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병원의 역량에 따른 탄력 운영과 교육 책임자 활동 여건 보장 등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양질의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독자병원 체제나 모자병원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발전된 전공의 교육 체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 연결고리 마련해 달라" 지방병원 '기대'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병원 규모나 지역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김재중 대한의학회 교육수련이사는 "우리나라 전문의 수급의 당면 과제는 지나치게 많은 전공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 것과 지역별·병원별 수련환경 및 수준차를 좁혀야 하는 것"이라며 "몇몇 문제들을 보완해 나간다면, 병원군별 총정원제는 이상의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모 지방병원의 교육수련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참석자는 "지방병원 전공의 수급난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총정원제를 도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브랜드 대형병원과 지방병원을 연결하는 형태도 고려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른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는 "애초 지방병원도 시범사업에 넣었어야 했다"고 소외감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응당법도 시뮬레이션 없이 시행해서 지방병원은 더 공황상태다. 어떤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때에는 다양한 사업 결과를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정부측에 주문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 10년 사업 불만 "뒷짐지는 병원 생겨"

황태곤 서울성모병원장은 시범사업 10년 동안 실질적인 모병원 역할을 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서울성모병원 입장에서는 하향 평준화, 즉 '중간이나 이하'로 간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황 병원장은 "가톨릭 산하 병원은 이제 어느 정도의 질을 유지하고 있는데, 총정원제로 인해 오히려 뒷짐을 지고 있는 병원들도 생겼다"며 "전공의 확보에 있어서는 유리하지만 질적 수련교육을 담보하는 제도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미묘히 갈리자 보건복지부는 "해석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로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시범사업은 끝났지만, 앞으로 갈 길은 많이 남은 것 같다"고 언급한 정우진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10년 동안 운영된 시범사업이 기존 전공의 수련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지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면서 "제도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많은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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