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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비상진료체계 설명회 '청문회' 돌변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설명회 '청문회' 돌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08.0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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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술 응급의학회 이사장 "응급실 환자 전문의가 진료한다는 건 오해"
보건복지부 "문제 취합해 개선방안 제시하겠다" 밝혀

▲ 2일 병협 주최로 열린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관련 설명회에는 전국 각 응급의료기관에서 5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 비현실적인 응답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전문의가 콜을 받고 오는 동안 병동에 있는 해당과 전공의가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는게 말이됩니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1명 뿐인데 1년 365일 항상 병원 가까이에서 당직 대기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2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관련 설명회'는 설명회가 아닌 청문회 분위기로 돌변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참석한 응급실 관계자들은 "개설된 모든 진료과목에 대해 공휴일 및 야간 당직전문의를 편성하도록 규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당법)은 현실적으로 지킬래야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법안"이라며 "응급실에 한 번 와 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만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설명회에는 전국 458개 응급의료기관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무조건 전문의 진료는 오해…응급실 운영 그대로
유인술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응급실 비상의료체계와 관련해 오해와 이해가 부족한 면이 있다"며 "일부 언론이 모든 응급환자를 각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것처럼 잘못 보도했지만 8월 5일 이후에도 응급의학전문의가 환자를 진료하고,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응급실 근무의사인 인턴·전공의 등이 처치와 시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응당법의 비상진료체계는 '응급환자'를 위한 규정이지 응급실 내원환자의 70∼80%를 차지하는 '비응급환자'를 위한 규정이 아니다"면서 "응급실 운영은 현재와 똑같은 시스템(인턴·전공의·전문의)으로 운영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구성자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응급의료과 사무관도 "응급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사인력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내에서 해당 응급의료기관의 장이 응급실 근무명령을 내린 '응급실 근무의사'는 전문의·전공의(인턴·레지던트) 등의 구분없이 근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유 이사장은 "환자가 요청한다고 해서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 근무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다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요청할 때만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비응급환자가 전문의 진료를 요청하는 상황에 대비해 원무과에 비상진료체계 안내문을 부착하고, 비응급환자는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을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응급실 근무의사가 전문의 진료에 해당하지 않음을 안내했음에도 환자나 보호자가 계속해서 전문의 진료를 요청할 경우에는 상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하거나 인근 응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과 전문의 호출 이후 도착시간과 관련한 문제와 관련해 유 이사장은 "가능한 범위내에서 전문의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함께 유선상의 진료지시에 따라 치료가 진행되고 있음을 안내하고, 환자의 상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진료내용을 기록으로 충실히 작성함으로써 의료분쟁이나 소송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모든 진료과 당직전문의 두라는 건 비현실적

▲ 응급실 비상진료체계 관련 설명회에 참석한 정은경 응급의료과장(왼쪽)과 구성자 사무관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설명회에 참석한 응급실 관계자들은 "응급의료기관에 개설된 모든 진료과목마다 당직전문의를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응급환자가 주로 발생하는 진료과 위주로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응급환자의 분류가 너무 허술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소아의 경우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모두 '응급환자'로 분류하도록 되어 있다며 응급환자 분류를 다시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경찰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2명 뿐인데 낮에 근무하고 야간과 주말에 당직전문의 콜을 대기하라는 것이 가능한 얘기냐"고 되물었다. 한 참석자는 "규모가 작은 응급의료기관들은 과목별로 전문의가 1∼2명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당직을 위해 휴가도 못가고, 개인생활도 포기한 채 병원 근처에 늘 대기하라는 것이 말이 돼냐"고 되물었다.

응급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소아 환자의 경우 타 과에서 진료하기 어려워 결국 소아청소년과 당직전문의들의 업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될 것이라는 대목에서 참석자들의 감정이 폭발했다.

응급실 근무의사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과별 전문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응급의료기관들은 "응당법 시행 이후 응급환자가 오면 곧바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응급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들도 "현재 법안으로는 밤새워 소아환자를 진료해도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을 확보하고 있는 서울대병원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에서 상경했다는 한 참석자는 "전문의가 콜을 받고 오는 동안 병동 레지던트가 충분히 진료할 수 있음에도 진료를 하면 면허 또는 자격을 취소하거나 정지토록 했다"며 "생명이 위중해 응급실에 내원한 소아환자를 병동에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보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현행 법안은 환자 진료에 오히려 해를 주는 악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석 병협 상근부회장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각 응급의료기관의 여건에 맞게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자율적인 비상진료체계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이 상근부회장은 "응급의료법에 따라 지정된 응급의료기관은 여건에 맞는 '비상호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야 한다"며 "비상호출시스템 구축 비용은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에 따라 국고보조금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성자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사무관은 "현실적으로 미비하거나 불합리한 점들은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정은경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의료관리료와 당직전문의 협의진찰료 가산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응급실 수가 보존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참석자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을 취합, 5일 응당법 시행 이전에 질의·응답 형태로 해법을 제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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