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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저당 잡혀 대출받으려 한 원장…의료법 13조가 '발목'

CT 저당 잡혀 대출받으려 한 원장…의료법 13조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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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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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톺아보기 8

법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이 만들다보니 때로는 모순된 조항이 들어가거나 해석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의사와 관련이 깊은 의료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항은 해석이 애매하고 어떤 것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LKpartners(엘케이파트너즈)는 의료법의 이런 문제들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의료법 톺아보기'를 통해 애매한 법률조항을 명쾌하게 풀어본다. < 편집자주 >

▲ 허아영 변호사(법무법인 LKpartners)
서울 소재 유명 상급종합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A씨는 6년 전 고향인 지역 중소도시에서 개원했다.

당시 리스를 통해 CT장비를 도입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하는 등 의욕적으로 개원을 했는데, 서울 유명병원에서 수학했다는 이유에 최신장비까지 갖추었다는 소문이 나 수익이 괜찮은 편이었다.

CT장비 리스기간이 만료된 1년전, 리스회사에서 해당 장비를 살 것인지를 물어왔다. 주변 지인들은 사지 말고 신형으로 바꾸라고 조언했으나 A씨는 지방이기도 하고 경쟁자도 별로 없을 것 같아 이를 구매하기로 했다. 같은 기계였지만 자기 소유의 물건이 되었다고 하니 좀 더 애착이 가고 뿌듯한 마음도 더했다.

그러던 중 해당 지역 의과대학 출신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B씨가 A씨 의원 근처에 개원을 하게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B씨가 해당 의과대학 동창회를 통해 영업을 하는 한편 A씨가 소유한 CT장비 보다 성능이 좋은 최신의 장비를 갖췄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시작하자 다른 개원의들이 마음이 바뀌게 된 것이다.

점차 B씨가 개원한 의원 쪽으로 영상 촬영 의뢰가 몰리기 시작 하면서부터 A씨의 사정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매달 직원 월급일이 그렇게 빨리 돌아올 수 없었고, 자녀의 교육비와 가족 생활비를 버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아직 개원 당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에 대한 원금도 다 갚지 못한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어려움으로 운영자금이 부족하게 된 A씨는 주변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려 여러 생각을 하다가 CT장비에 생각이 미치게 됐다. 감가상각이 됐다 하더라도 1~2개월 직원 월급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문의를 한 결과 대출이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압류할 수 없는 물건을 담보로 잡는 은행이 어디 있냐는 것이 은행 직원의 설명이었다. 법을 찾아보니 의료법 제13조는 "의료인의 의료 업무에 필요한 기구·약품, 그 밖의 재료는 압류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씨는 당황했다. 과거에 의료에 필요한 기구나 약품 등이 귀했던 시절, 무분별한 압류를 금지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지키려는 법의 당초 목적이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개원가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시골도 아닌 도시 지역에 위치한 의료기관의 기구·약품 등이 압류됨으로써 환자에 대한 진료가 방해받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설사 그런 경우가 염려된다면 위 조항은 남겨두고서 "단, 의료인이 진료에 방해될 염려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취지의 단서 조항을 신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면 바뀐 상황에 맞추어 법령의 개정도 마땅히 일어나야 한다. A씨와 같이 의료기관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발생하는 개원가의 현실을 반영한 법령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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